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D 미식가 Jul 04. 2023

[미술의 맛] 미술품 투자는 대박이다?

투자수익률 1,000% 미술품

지난 2년여 동안  투자 시장에 있어서 코로나-19는 또 다른 폭풍을 몰고 왔다. 지금은 주춤해졌지만 부동산과 주식, 암호 화폐 폭등에서 보듯 지난 2년여 동안 가장 핫한 단어가 아마도 '투자'라는 단어였다. 오죽했으면 영혼까지 끌어 온다는 '영끌' 투자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오늘날 투자라는 단어는 거의 '전투'와 동일한 무게 가치를 지니는 단어가 되었다. 처절하고 전투적이며 뒤쳐지면 죽는 생존을 위한 '서바이벌 게임'이 되었다.


미술계도 이런 풍조를 비켜가지 못했다. 요즘 미술 관련 기사를 보면 미술관에서 어떤 작가의 좋은 전시가 있다는 정보보다, 어떤 작품이 경매에서 얼마를 기록했다가 더 눈길을 끈다. 미술품에 대한 관심은 미술시장의 성장으로도 나타난다. 2022년  프리즈(Frieze) 서울 추정 매출액이 6500억대를 기록했다.


 2002년 한국 국제 아트 패어(KIAF)가 한국 화랑협회에 의해 조직되어 부산에서 처음 개최될 당시 판매실적이 1억 원 내외였던 것에 비해 괄목할만한 성장이다.


구스타프 클림트,  부채를 든 여인

지난 6월  영국 런던 소더비경매에서 구스타프 클림트의 '부채를 든 여인'이 8530만 파운드(약 1413억 원·수수료 포함)에 낙찰됐다. 유럽에서 열린 경매 사상 최고 낙찰가다. 소더비에 따르면 이 작품은 클림트의 마지막 초상화로, 그가 작고한 1918년 작업실 이젤 위에서 발견됐다. '부채를 든 여인'은 어깨가 반쯤 드러난 여성이 봉황과 새, 연꽃 등 동양적인 요소를 배경으로 서 있는 그림이다.


이 그림은 1994년 뉴욕에서 진행된 경매에서 1150만 달러(약 150억 1670만 원)에 거래된 때와 비교해 보면 약 10배의 가격에 낙찰된 것이다. 투자수익률로 보면 1,000% 이상인 셈이다. 최고의 미술품 투자를 한 것이다.


미술투자의 유명한 일화 '곰의 가죽'


미술품 투자와 관련한 유명한 일화가 있는데, 프랑스 미술품 수집가들의 모임인 '곰의 가죽' 스토리다. '곰의 가죽'이란 독특한 이름은 라 퐁텐의 우화 『곰과 두 친구』에서 따온 것이다. 우화 속의 두 사냥꾼이 모피상에게 선불로 곰의 가죽 값을 받고 모험을 하는 것처럼, 미술품 수집가들도 '그림이 그려진 가죽'을 위해 모험을 한다는 의미에서 모임이름을 '곰의 가죽'으로 지었다고 한다.


1904년 앙드레 르벨(Andre Level)은 13인의 회원으로 구성된 투자목적의 미술품 수집 모임 '곰의 가죽'을 만들었다. 그리고 2만 7500프랑을 투자해 당시 미술시장에서 소외되어 있던 피카소, 마티스 등 입체파와 야수파의 그림 145점을 10년간에 걸쳐 수집했다.


마침내 1914년 '곰의 가죽'은 자신들의 소장품만으로 구성된 단독 소장품 경매를 통해 11만 6천여 프랑을 벌어들인다. 400% 이상의 수익률이었다. 그리고 그 수익의 20%을 작가들에게 돌려줬다.


이들의 투자는 미술계에 신진작가의 발굴과 미술 투자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피카소는 이들의 경매 이후에 자신의 작품이 경매에서 낙찰될 때마다 메모기록을 남길 정도로 '곰의 가죽' 미술 투자는 작가와 미술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미술투자 관점에서 앞의 구스타프 크림트 '부채를 든 여인'과 '곰의 가죽' 성공사례를 보면 미술투자는 분명히 독자들에겐 구미가 당기는 매력적인 투자방법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위험성은 존재한다.


오늘  이 글을 통해 미술투자의 위험성을 설명하려 한다. 애초에 미술투자는 많은 사전지식과 자본이 수반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운 투자다. 종종 기사에 나는 '미술투자, 나도 한 점 사볼까'처럼 직장인이 한 점씩 모아 투자해서 성공한다는 내용은 현실에선 극히 보기 힘든 사례라는 점도 강조하려 한다.


소더비 경매장에서 경매를 진행하는 장면


개미 투자자를 울리는 고율의 '수수료 구조'

 

먼저 미술품 투자가 지닌 한계를 지적하려 한다. 그것은 미술품 경매회사의 수수료 구조에 대한 얘기다.

예를 들어보자. 1,000만 원에 그림을 경매회사로부터 구입하면 낙찰수수료로 내야 하는 돈이 부가세포함 19.8%이다. 경매회사에 따라 조금의 수수료 차이는 있지만 대략 20%가 수수료다. 1,000만 원에 작품을 낙찰받으면 낙찰자는 1,200만 원을 지불하는 셈이다.


소장자가 1,200만 원에 구입한 작품을 일정 기간 후에 1,500만 원에 처분하였다고 가정해 보자. 경매회사의 낙찰기록은 1,000만 원에 낙찰되었던 작품이 1,500만 원에 낙찰된 것으로 되게 된다. 우리나라는 경매회사에서 낙찰가에 수수료를 포함하지 않고 표기한다.  보는 사람은 이 작품이 50%의 수익을 올린 것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애초 구입자 입장에서는 수수료 포함 1,200만 원을 지불했고 2차 구입자에 1,500만 원에 넘긴 것인데, 1,500만 원에 대한 위탁자 수수료 20%, 즉 300만 원을 경매회사에 또 지불하게 돼 1,200만 원만 손에 쥐게 된다. 경매 회사 기록상의 그림 낙찰가는 50% 상승했지만, 1차 구입자 입장에서는 수익률이 0%이다.


 이처럼 경매회사가 위탁자(작품 판매를 맡긴 사람)와 낙찰자에게 요구하는 높은 수수료 탓에 미술투자는 시작단계에서부터 개인이 수익을 남기기 힘든 구조라 할 것이다. (위의 낙찰금액 등 수치는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든 것이며, 수수료는 회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낙찰자는 19.8% 위탁자는 11%입니다)


수익 500만 원, 즉 50%는 고스란히 경매회사의 수익이다. 이런 구조 탓에 경매회사는 위탁자에게 낮은 시작가를 유도할 수밖에 없다. 낮은 낙찰가라도 낙찰만 되면 위탁자와 낙찰자로부터 20%의 수수료를 받으니, 낙찰 자체가 곧 수익인 셈이다.


이러한 가격구조의 불균형은 화랑의 유통구조에서도 나타난다. 보통 미술품은 생산자(작가)-유통자(화랑, 경매)-수집가의 경로를 거쳐 유통된다. 화랑은 작가의 전시를 목적으로 전시장을 제공하고, 작가가 책정한 가격의 50% 내외에서 작품료를 지불한다. 쉽게 말해서 화랑이 1,000만 원에 작품을 판매한다면, 작가와 화랑은 5 대 5로 판매액을 배분한다.


이러한 가격구조는 예를 들면 개인 수집자는 1,000만 원에 작품을 구매하는 반면, 유사한 작품을 작가로부터 500만 원에 구매할 수 있는 화랑은 시중판매가 보다 낮은 700만 원에 경매시장에 출품해도 경매수수료 20%를 제외하고 60만 원의 수익을 남기게 된다.


 반면 화랑으로부터 1,000만 원에 구매한 개입수집가는 유사한 작품이 경매에서 700만 원에 낙찰되는 순간 시중 평가액이 700만 원이 되므로 단순하게 300만 원의 잠재손실을 보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즉 30%의 손실이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가격구조의 비대칭성과 제도로부터 수수료 통제를 받지 않는 경매회사의 난폭한 수수료 구조는 애초부터 개인 수집가들에게는 미술투자의 한계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미술투자는 유통자인 경매회사와 화랑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가져올 확률이 높다.

스위스 바젤에서 매년 6월 열리는 아트바젤 전시장


미술품의 트렌드 변화, 투자 성공에 '결정적'위험 요인


두 번째 미술투자의 위험성은 트렌드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미술 시장도 주식 시장처럼 테마주 열풍이 부는 곳이다. 지금 우리의 미술시장은 '단색화' 열풍이다. 10년 전인 지난 2012년 국립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한국 단색화' 심포지엄을 출발점으로 시작된 단색화에 대한 관심은 국내의 대형 화랑들이 가세하면서 열풍을 일으키고, 우리의 단색화를 세계에 알리는 마중물이 되었다.


하지만 그 이전인 2006년부터 시작하여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도 한국 미술시장에 열풍의 시기가 있었다. 당시의 열풍은 학맥이나 인맥으로 기득권을 유지해 온 미술계에 도전하는, 흙수저에 무명인 젊은 작가들의 '발칙한 반란'의 시기였다.


이들이 오늘날 한국 미술시장의 마중물이 되었다. 이들 인기 작가들의 대부분은 지방대 출신에 인맥도 변변치 않았다. 2007년 홍콩크리스티에서 경매가 7억 원대를 기록한 연필작가 홍경택, 이중 인물그림의 김동유, 그리고 사과작가 윤병락, 빛이 있는 숲의 작가 도성욱, 청바지 작가 최소영 등이 그들이다.


이 무렵 한국 미술시장은 지금의 투자 열풍 속 미술시장이 아니라, 미술시장 그 자체가 투자의 주인공이었던 시기였다. 그리고 많은 대중들이 미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시발점이 되었던 시기였다.


 당시에는 제대로 가치를 평가받지 못했던 단색화가 지금은 위세를 떨치고 있지만, 당시 이 흙수저에 무명인 젊은 작가들의 열풍 또한 대단했다. 이들의 시대도 단색화가의 등장으로 서서히 그 빛을 잃어갔다.


이처럼 미술시장의 트렌드 변화는 투자에서 커다란 위험요소다.


미술품은 시장의 선호도가 변하면 환금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주식처럼 팔고 싶을 때 팔리는 물건이 아니다. 대중들의 선호도가 떨어지면 경매시장에서도 유찰되기 십상이고 낙찰된다고 해도 본인이 구입한 가격에 터무니없이 못 미치는 낮은 가격에 낙찰된다. 주식으로 생각하면 손절도 못하고 대략 난감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미술품 투자가 돈이 된다'는 말은 달콤한 유혹.

 

서두에 제기한 '미술투자는 대박'이라는 전제는 일부 소수 거대자본의 투자가에게는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국제 미술시장에서 100억 원 이상을 호가하는 작품들은 그 값이 떨어지는 경우가 흔치 않다. 한정된 세계적인 수집가들끼리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 대중들이 미술투자를 통해 수익을 올리기는 쉽지 않다. 난폭한 경매회사의 거래수수료와 가격구조, 사전정보의 비대칭성, 미술품 선호도의 변화 등은 대중들이 미술투자에 쉽게 성공하지 못하게 하는 진입장벽이다.


이런 까닭으로  미술품을 투자의 시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 하나를 통해 각박한 생활에 삶의 윤활유를 얻는 '미술품 애호가'가 되는 길을 택하라고 말하고 싶다. 미술품 투자자가 아닌 미술품의 애호가가 되는 순간, 한 점 한 점 수집한 그림들은 인생의 행복한 대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미술의 맛]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도 예술작품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