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당신은 지금 '스트레스 중독' 상태입니다
스트레스는 부당함에서 생성되어 불안함으로 파생되어 감을 전 챕터에서 알 수 있었다. 앞에서 언급한 내용대로 부당함이 외부에서 오는 것은 맞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외부에서 오는 부당함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니요'이다.
"스트레스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스스로 선택하고 소비하는 중독현상이다."
당신이 직장인이든 주부이든 개인사업자이든 심지어 백수이든 상관없이, 혹시 바쁘지 않으면 불안하고 쉬고 있으면 죄책감이 들어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지는 않은가? 만약 이 중에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당신은 아드레날린 중독이자 일 중독이다. 이런 당신은 스스로 스트레스를 선택하고 있다. 직장인으로 예를 들면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는 직장생활의 일부가 아니고 치료가 필요한 중독행위이다. 해독을 해서 중독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 출근해서 있는 시간 동안에 일정을 꽉 채워야지 빈 틈이 있으면 열심히 하지 않는 것 같다.
- 퇴근해서도 업무를 신경 쓰고 휴일에도 다음날 출근해서 할 일을 계획하고 있으며 주말에 쉬고 있어도 업무생각에 사로잡혀 불안하다.
만약 당신이 직접적으로 직장을 다녀본 경험이 있거나 간접적으로라도 가족 중에 직장인이 있어서 같이 살아본 적이 있다면 이런 말들에 공감하기 쉬울 수 있다. 전형적인 워커홀릭의 모습으로 회사 입장에서 보면 엄청난 인재이자 복일 수 있겠으나 직장인 본인이나 가족 입장에서 봤을 때는 스스로의 생명력을 소모시키며 회사에 갈아 넣는 것이다. 이런 워커홀릭들의 공통적인 생각은 '내가 바쁜 것이 가치 있는 사람임을 증명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일본 전후(戦後) 경제 고도성장기에 종신고용(終身雇用)과 기업전사(企業戦士)라는 용어가 있었다. 직장인이 회사에 입사해 평생을 그 회사에 개인의 정체성을 두고 회사를 위해 무한한 충성과 헌신을 바치는 것이 종신고용이고, 가족을 부양하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회사를 위해 전쟁터의 군인처럼 일하는 사람이 되는 것을 존재이유로 삼던 것이 기업전사이다. 현재 한국의 직장인들이 겪고 있는 스트레스는 과거 일본의 종신고용체제 속 기업전사들이 겪었던 비극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문화가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개인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는가.
이런 스트레스 중독 현상은 뇌의 보상시스템에서 기인한다. 뇌는 아드레날린 분비를 통해 활력을 얻는데, 다른 요소들 보다도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 만이 낮은 자존감을 채워주고 회사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바쁘다 = 나는 중요한 사람이다' 의 공식이 머릿속에서 성립하게 되면 우리는 냉철한 분석능력을 잃게 되고 스트레스 중독에 빠지기 쉽게 되어 버린다. 스트레스 없이는 무의미하게 느껴졌던 경험이 있다면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알코올 중독, 마약 중독 등 중독이라는 단어는 치료가 필요한 대상에 쓰인다. 스트레스도 이런 연장선에서 치유할 필요가 있는 마음의 병이다. 사실 직장인은 이런 스트레스 중독에서 벗어나기가 매우 어렵다. 아니 사실은 내가 스트레스 중독이라는 사실 자체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거나 인정하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 또한 그랬다.
내가 스트레스 중독에서 벗어난 계기는 암 오진이었다.
암 진단을 받고 나서 깨달았다. 내가 여태까지 얼마나 인생을 헛되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무엇이 가장 중요한 가치이고 그다음으로 중요한 가치들인지.
하루하루를 열심히 지내는 현대인들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니고 그럴 마음은 조금도 없다. 당연히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야 하고 직장인이라면 급여를 받은 만큼 당연히 열심히 일해야 한다. 다만 무엇이든지 과하면 안 되고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더더욱 안된다. 불행히도 과거의 나를 포함한 많은 현대인들은 스트레스에 중독되어 자신의 생명력을 갈아 넣고 있다. 스트레스 중독은 능력도 아니고 성실함도 아니다. 나쁜 습관이고 병이다. 나는 이제 스트레스 중독자라는 정체성을 버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