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 스트레스는 나의 가장 비싼 부업이었다

5. 한국 직장인의 '빨리빨리'와 '수직 문화'가 만드는 병

by 무념

앞의 장에서 스트레스 중독을 부추기는 우리의 잘못된 마음가짐을 되짚어 보았다. 사실 우리의 대부분은 직장인이므로 이런 스트레스 중독을 직장인으로 예를 들어 설명하기 좋은데, 직장인의 스트레스는 대부분 빨리빨리라는 속도와 복종이라는 수직문화가 결합된 시너지로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 '빨리빨리'와 '수직 문화'가 스트레스 중독자에게는 쉴 수 없는 환경과 거부할 수 없는 지시를 동시에 제공하기 때문이다.


주 52시간 제도가 시행되면서 근로자 입장에서는 상당한 휴식시간 보장 및 업무시간 외 지시 거부가 가능해졌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혹은 지금 역시도 일부 업종이나 법의 사각지대에서는 이런 비효율적인 강박이 여전히 자행되고 있을 것이다. 완벽해서 더 이상 고칠 것이 없다고 생각되는 보고서를 정답이 없는 정말 사소한 토씨 하나에 대해서 상사 개인과 나와의 취향차이로 수십 번 고쳐오도록 지시받는 수직적 지시. 퇴근 후는 물론 심지어 밤늦게나 주말까지도 즉답을 요구하는 업무 내용이 담긴 국민메신저. '빨리빨리'와 '수직 문화'라는 두 요소가 스트레스로 이어지는 시너지를 내는 케이스는 우리 주변에 너무나도 많다.



'빨리빨리' 문화는 어떠한가.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는 전 세계적으로 손꼽을 정도라고 한다. 이런 빨리빨리 문화가 주는 이점도 많이 있다. 한국의 경제가 압축적으로 성장하고 IMF 같은 경제위기를 극복해 오는 데 있어서 빨리빨리 문화는 단기적으로 자원 집중과 빠른 목표달성을 가능하게 했다. 또한 변동성이 큰 환경에서 일단 해보고 안되면 빨리 다시 한다는 마인드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즉각적으로 대응하고 수정하고 다시 시작하는 힘이 강하다. 다만 이런 이점들이 지금도 유효한가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빨리빨리 문화는 과거 압축 성장의 시기에는 유효했지만 분석과 혁신이 중요해지는 21세기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21세기는 압축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가 아니고 남들과 다른 혁신이 중요하게 생각되는 시기이며, 여전히 변동성이 큰 환경임은 맞지만 예전처럼 일단 해보고 빨리 고치는 게 아니라 완벽히 분석하고 그에 맞는 시장 대응을 해야 살아남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우리가 논하고 있는 논지의 측면에서 바라볼 때 이런 빨리빨리는 급하게 일해야 중요한 사람이라는 착각을 주어 스트레스 중독을 끊임없이 부추긴다. 효율을 앞세우는 빨리빨리는 사실은 가짜 효율이었던 것이다. 현재의 빨리빨리 문화는 장점은 잃고 스트레스만 남긴 시대착오적인 악습임을 깨달아야 한다.



'수직 문화'는 또 어떠한가. 수직 문화는 한국의 경제성장기에 있어 기업이 대규모 조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던 시절에 강력한 힘을 발휘했었다. 수직 문화는 불필요한 논쟁이나 책임 회피를 최소화하고 최고 의사 결정권자의 판단에 따라 조직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실행하는 의사결정의 신속성, 조직원들이 의사결정을 할 필요가 없는 책임소재의 명확함, 상명하복으로 대표되는 강력한 조직의 결속력 등이 장점이다. 금융권처럼 돈을 다루는 조직이노동 강도가 높은 조직에서 주로 나타나는 형태로 신입교육이나 조직문화 정착에 큰 유리함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이런 이점들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가.


수직문화는 과거에 단순 반복 노동이 다른 요소들보다 중요했던 시기에는 큰 성과를 낼 수 있었지만, 현재는 이런 이점을 통해 얻는 성과보다 구성원의 판단력 상실이라는 비용이 더 커져버린 구 제도의 산실이다. 우리 모두는 수직문화가 억압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상사가 결정했으니 내 책임이 아니라는 안심에 숨어 스스로 사고하지 않는 회피형 인간이 되고 있는 나 자신이 있다. 수직 문화는 개인의 자유로운 사고와 비판적 분석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지금은 단순 노동보다는 빛나는 아이디어 유무가 기업을 혁신으로도 도태로도 이끌 수 있는 시대이다. 수직 문화는 노동을 강요하고 비논리적 직원들을 양산하는 시대착오적 기업형태라는 것을 우리는 인지해야 할 것이다.


'빨리빨리'와 '수직 문화'가 우리를 스트레스 중독으로 이끄는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할까. 그 정답은 '나의 시간가치'와 '나의 판단통제권' 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를 의도적으로 설정함으로써 실천해 볼 수 있다.


시간가치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빨리빨리는 시간에 대한 불감증이다. 왜 많은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이 시작되었는데도 하나만 더 확인하고 일어서느라 길지 않은 점심시간을 몇 분씩 몇 십 분씩 까먹으며, 왜 퇴근시간 앞두고 메일을 확인하고 응답하느라 정시퇴근 하지 못하는가? 많은 직장인들이 회사 시계에 맞추어 무의미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는 스스로의 시간가치를 떨어트리는 행위이자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오래 지속하기 힘든 행위임과 동시에 오히려 업무의 몰입도를 저해하는 원인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업무시간에만 집중해서 일해야 한다. 정 어쩔 수 없는 경우도 물론 있다만 스스로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자. 습관적으로 관성처럼 위에서 말한 식으로 일하고 있지는 않았는가? 시간을 정확히 지키고 퇴근 후에는 업무에 대한 알람을 끄는 것이 업무연락에 대한 빨리빨리 중독을 끊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판단통제권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수직 문화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크게는 조직의 앞날을 결정할 거대한 이슈부터 작게는 오늘의 점심메뉴까지, 무엇인가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은 당연히 응당한 스트레스가 수반되기 마련이다. 다만 그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스스로 사고하는 것을 포기하는 것은 더욱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이다. 부당한 지시를 받았을 때 겉으로는 수긍하지만 속으로는 냉철하게 분석하고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 불필요한 지시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그 지시가 달성할 논리적 목적이 무엇인지를 가늠해 보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우리의 판단통제권을 되찾아오는 것이다.



빨리빨리와 수직 문화는 비논리적 지시에 대한 에너지낭비로 정의해 볼 수 있다. 우리가 이런 비논리적 지시에 대해 에너지 낭비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 일이 나의 현금가치에 얼마나 기여하는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 퇴근 후나 밤중이거나 주말인데 업무연락에 답장하는 나의 시간적 가치는 얼마인가?

-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휴식이나 충전보다 더 중요한 일인가? 내일 출근해서 하면 안 되는가?

- 이 지시는 어떤 논리를 가지고 있고 그건 내가 받고 있는 급여나 맡고 있는 직책을 생각했을 때 정당한 것인가?

등을정하게 계산해서 빨리빨리와 수직 문화를단해야 한다. 퇴근 후 나의 취미활동 가족과 보내는 소중한간등을 회사 업무보다 더 높은 시급을 가진 활동으로 내 마음속에서 확고하게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그 시간에 회사 업무가 침범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회사에서도 회사 밖에서도 잘할 수 있게 된다.



혹시 유도나 주짓수처럼 도복을 입고 상대와 겨루는 운동을 해 보거나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빨리빨리는 쓸데없는 버둥거림이다. 스파링을 할 때 고수들은 불필요한 움직임을 하지 않는다. 상대에게 깃을 잡히더라도 절도 있게 필요한 최소한의 동작으로 방어하다가 빠져나와 상대를 제압한다. 반면 초보자들은 깃을 잡혔을 때 당황해서 몸부림친다. 이런 버둥거림은 크게 도움도 안 되고 체력만 빠질 뿐이다.


수직문화는 불필요한 긴장상태이다. 스파링을 할 때 고수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힘을 주고 있지 않는다. 가볍게 상대의 깃을 잡고 있다가 힘을 주어야 하는 그 순간에만 폭발적으로 힘을 주어 상대를 제압한다. 반면 초보자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온 힘을 다해 상대의 깃을 움켜쥐고 온 힘을 다해 밀어붙이고 결국 본인의 체력이 떨어져하게 된다.


회사에서 최소한의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불필요하게 힘을 주고 있지 않은가를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고 에너지를 보존해서 써야 할 제 때 써야 승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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