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가장(家長) : 고통 없이 가족을 지키는 가장 효율적인 희생
출근시간이 즐겁고 일하는 게 너무 신나고 좋아서 늘 기쁜 마음으로 임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사람은 왜 이런 하기 싫은 행위를 감내하는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돈을 버는가.
자식을 낳아보면 그 자식이 정말 한없이 소중해서 뭐든지 다 해주고 싶고 다 누리게 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찬다. 자식이 커가며 학교에 들어가고 사춘기에 접어들고 부모 말을 안 듣고 말썽을 부리고 반항하면서 이런 마음이 점점 희석될 수는 있겠다만, 기본적으로 우리는 내 가족 내 가정 내 자식을 위해 일한다고 보아야 맞을 것이다. 아직 결혼을 안 했거나 자녀가 없거나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집집마다 사정은 조금씩 다르고 겪은 풍파도 집안분위기도 다 다르겠지만 우리 한국인들의 사회는 기본적으로 가족을 최우선시하면서 가족을 위해 침대에서 일어나기 싫은 몸뚱이를 일으켜 졸린 눈을 비비며 채비를 하고 직장으로 나서는 문화이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나 혼자라면 사실 이렇게까지 스트레스받으며 열심히 일 할 필요까지는 없다. 지금보다 좀 덜 벌더라도 몸 편하고 스트레스 덜 받으면서 먹고사는데 지장 없는 일은 사실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많은 가장들이 '나는 가족을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감내할 수 있다.' 라는 생각으로 하루를 임한다. 윗 세대로 갈수록 이런 사회풍조는 더욱 강해져서 묵묵한 인내와 고통이야말로 가족을 위한 가장의 훈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이 가족을 위한 최선의 희생이 맞는 것일까.
묵묵한 스트레스 인내는 가장의 건강과 판단력과 희생을 담보로 한 최악의 투자이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어떤 종류의 스트레스이든간에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이 분산되어 크고 작은 업무실수를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내 의사와 무관히 나도 모르게 집 밖에서 있었던 스트레스를 집에 돌아와서 가족들에게 화풀이를 하거나 갈등의 원인을 제공한 적이 있을 것이다. 스트레스를 말없이 혼자 감내하는 사람은 영웅이 아니고 오히려 스스로가 가족을 위협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가장이 가족들에게는 가장 큰 리스크이다. 스트레스가 직간접적인 원인이 되어 일어나는 여러 문제들이 가장 본인과 가족들에게 있어서 얼마나 비효율적인가. 건강 악화로 인한 의료비 리스크, 스트레스 중독으로 인한 잦은 짜증, 판단력 저하로 인한 금전적 손실 등 가장이 고통받는 모습이 가족구성원들에게는 그 자체가 비효율이자 또 다른 스트레스이다. 고통받는 가장은 그 자체가 영웅적 희생이 아니고 가족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불안전 자산이나 마찬가지이다. 당신은 가장으로서 이런 위험을 제거해야 한다. 나아가 가장이 행복해야 배우자가 행복하고 부부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해진다. 가장이 행복해야 자녀의 미래에까지 스트레스 중독을 물려줄 위험성이 줄어든다.
가장의 최우선 책임은 자신이 가족을 위해 이렇게 희생하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감정적 만족' 이 아니고 향후 안정된 생활을 영위하고 기대할 수 있게 하는 '지속 가능성의 확보' 이다.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있어서는 정서적 안정과 재정 시스템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
당신이 퇴근 후나 주말에 적당한 수준의 취미생활이나 운동을 하고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무언가 당신이 정말 좋아하는 활동을 한다면 그것은 당신만을 위한 이기적 행동이 절대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가장이 가져야 할 가장 최고의 책임은 지속가능한 상태를 만드는 것이고, 당신의 방금 한 행동은 당신의 에너지를 보존하여 가족을 정서적으로 풍족하게 해 줄 가장 근간이 되어줄 가장 헌신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나는 퇴근 후에 집에 가서 집안에서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마쳐놓고 하루가 다 정리된 시간에, 그 시간이 아무리 늦었어도 그날이 아무리 힘들고 피곤했어도 운동을 하러 갔다 오고 앉아서 글을 쓴다. 나는 운동을 하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글을 쓰면 뭔가 가치 있는 활동을 한 것 같아 뿌듯하다. 이런 즐거운 삶의 활력소는 나의 취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으로서의 리스크관리이자 리스크헷지(hedge) 이다. 내가 즐겁고 행복하고 스트레스가 없어야 지금처럼 계속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고 그래야 내 가족들이 위에서 언급했던 리스크로부터 해방되는 것이다.
당신에게 잠시라도 모든 걸 다 잊게 하고 즐거움을 선사해 주는 이런 활동들을 반드시 찾아라. 돈과 시간이 들는 활동이더라도 적당한 수준이라면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득이 될 것이다. 강박을 가지고 매일 할 필요도 긴 시간 할 필요도 없다. 꼭 운동이나 자기계발처럼 거창할 것일 필요도 없고 가벼운 게임이나 산책이어도 좋다. 그냥 당신이 힘들었던 날 마음 내키는 날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면 되는 것이다. 당신이 활력을 되찾는 이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해 결코 죄책감을 가져선 안 된다. 그리고 이 시간을 침해하는 업무시간 외 회사일 같은 외부의 요구에 대해서는 단호히 거절할 수 있는 것이 가족에 대한 진정한 사랑이다.
가족을 향한 나의 사랑과 희생이라는 결단은 지속가능한 효율성에서 온다는 것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