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 마음의 주도권을 되찾는 기술

9. '해야 한다'를 '하기로 했다'로 바꾸는 힘

by 무념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라는 감정은 얼마나 스트레스받는 것인가. 사람은 누구나 본인 스스로만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족이든 옆사람이든 누군가를 위해서라면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일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의무감이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고 달성하지 못했을 때 죄책감을 느끼게 한다. 물론 이런 의무감이 늘 좋지 않은 것만은 아니다. 해야 할 일이 있고 의무감이 있기 때문에 아침에 더 자고 싶은데 일어나는 부지런한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고 놀고 쉬기만 하고 싶은데 생산적인 활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의무감과 죄책감이 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천이고 우리의 건강한 에너지를 낭비하게 하는 최악의 사고 습관이라는 점은 늘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강요된 형태의 노동은 스트레스 중독의 큰 원인이자 지속되게 하는 가장 큰 요소이기 때문이다.


'해야 한다'와 '하기로 했다'는 어떻게 보면 말장난 같지만 정말 중요한 발상의 전환 요소이다. 앞선 챕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통제 영역과 끊어내야 할 무관심 영역을 나누는 마음의 작업을 했는데, '해야 한다'를 '하기로 했다'라고 생각하는 일 자체가 통제 영역을 현실에 구현하는 마음의 주도권 선언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앞선 챕터에서 말했던 '불확실성은 책임 회피의 방패'라고 선언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일어나지 않을 미래에 대한 걱정이라는 허상에 매몰되어 비생산적이 질문에 에너지를 쏟게 된다고 했던 불확실성은 가장 생산적인 곳에 사용되어야 할 에너지를 적재적소에 쓰지 못하게 만든다. '해야 한다'라는 사고방식 역시 마찬가지이다. '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그 일의 주체는 나로부터 벗어나 사회 / 회사 / 남 등으로 옮겨져 버린다. 내 일을 내가 실패하면 결과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고 받아들이는 것이지만 이렇게 외부 환경으로 주체가 넘어가 버리면 일의 실패를 외부 환경 탓으로 돌리기 쉬워진다. 즉 결과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게 되는 것이다. 성공했을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내 일을 내가 성공했을 때 얻는 성취감은 외부 요소에 의한 지시 및 판단에 의한 것으로 반감되어 버린다. 성공 실패 여부를 떠나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 나의 에너지를 쏟아 넣었을 텐데 이 소비된 에너지는 외부의 승인에 의해 종속된 꼴이 되어버렸고, 나는 주도권과 긍정적 감정을 잃어버린 것이 되어버렸다. 우리가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내 삶의 주도권'이라는 가장 높은 영역에 속해야 하는 가치를 '책임 회피'라는 헐값에 팔아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내가 판단하고 내가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데, '해야 한다'라는 사고방식은 마음이 비겁하게 숨어버리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하기로 했다'라고 사고방식을 바꾼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위에서 논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면 '해야 한다'가 주체가 외부에 있는 외부적 요인이었다면 '하기로 했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일의 주체를 내부적 요인인 '나'로 돌려 회복하는 것이다. 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한 일의 성공도 실패도 모든 결과와 책임이 나에게 귀속됨으로써 가장 중요한 통제 영역을 되찾아오게 된다. 이는 앞선 챕터에서 논한 투자대비 수익률(ROI)의 개념으로도 다시 짚어볼 수 있는데,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할 가치가 있는 통제 영역에 아낌없이 투자한 행위가 나의 선택으로 진행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됨과 동시에 우리는 힘든 줄 모르고 매진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의무감 대신 선택으로 일을 하게 되면 심리적 마찰이 최소화되어 에너지가 새지 않는다.


- 상사의 급한 지시가 있을 때 상사가 시키는 대로 무조건 하는 것은 '해야 한다'로 복종과 책임회피에 지나지 않지만, 그것을 최단 시간 내에 끝내기로 했다고 마음먹는다면 '하기로 했다'로 목표를 내가 설정하고 시간을 통제하는 것이다. 일의 주체가 상사에서 나로 바뀌어 오롯이 나의 효율에 집중하게 된다.


- 불필요한 회의가 있을 때 조직원이 모두 참여해야만 하는 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면 의무감과 시간낭비인 '해야 한다'에 지나지 않지만, 회의에서 정보를 얻기 위해 참석하기로 했다고 생각한다면 분석과 능동적 참여에 해당되는 '하기로 했다'가 되는 것이다. 회의를 시간 낭비가 아닌 정보 획득 기회로 재정의하여 에너지를 보존하게 된다.


- 주말 휴식 시간에 아이들과 놀아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의무감과 에너지 소진을 동반하는 '해야 한다' 지만, 시간을 딱 정해서 이 시간만큼은 온전히 아이들과 놀아주는데 집중한다면 이것은 선택적 집중과 양보다질이라는 개념의 '하기로 했다' 방식이다.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생기는 무의미한 에너지 소진을 막고 행복한 기억으로 재정의 한다.


- 직장인이니까 혹은 개인사업자니까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사회적 덫에 빠진 '해야 한다'에 지나지 않지만, 나의 에너지로 가족의 미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로 했다고 생각한다면 책임감 있는 '하기로 했다'가 되는 것이다. 스트레스 관리를 이기적 행위가 아닌 가장(家長)의 가장 중요한 책임으로 인식한다.



이처럼 '해야 한다'를 '하기로 했다'라고 말장난처럼 살짝 바꾸어 본 것만으로도 이와 같이 결과는 크게 다르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마음의 주도권을 외부 요인에게 뺏겨서 스트레스받으면서 하는 것보다는 마음의 주도권을 내부 요인으로 전환시켜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하기로 했다'라고 마음먹는 것은 마음의 주도권을 되찾아 오는 기술들 중 가장 기본적인 첫 번째 단계이다. 이제 이런 마음의 주도권을 바탕으로 다음 챕터에 이어서 시간과 감정으로 확장시켜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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