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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인석 Jun 13. 2017

생존 1년, 앞으로의 10년. #2

회사로부터 자주독립, 셀프 토닥과 다짐의 글, 두 번째.

[ 글 1부 링크, 먼저 보시면 더 좋겠습니다! : https://brunch.co.kr/@1bizmarketer/11 ]


당장 돈이 되는 것, 나중에 돈이 될 것.


미래를 설계함에 있어 단기/중기/장기적 관점을 조화롭게 분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참으로도 뻔한 말이다.(막상 잘 안 되는 것이 함정!) 아직 특정 조직을 대표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앞서 첫 번째 글에서 언급한 다섯 가지 직업을 어떻게 줄을 세우고, 무엇을 없애고, 무엇을 새로 들일지 결정하는 일이 미래의 설계라고 할 수 있겠다. 


프레젠테이션 > 유튜브 마케팅 > 영상 제작 > 스타트업 오스바 > 팟캐스터. 대략 이 순서는 수입 관점에서 단기에서 장기 수익의 방향으로 나열했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움직일 때마다 돈이 되고 있는 프레젠테이션, 그리고 아직은 희망만 가득 품은 미래, 오스바와 팟캐스트.


이렇게 미래를 복잡하게 감안하여 그리면 망한다! 하하. 심플 이즈 더 베스트. 머리로는 알고 있다. 그런데 참 쉽지가 않다.


나는 아주 이성적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처자식 굶길 수는 없으니 프레젠테이션을 한 30퍼센트, 유튜브 마케팅 에이전시 및 영상제작 일은 파트너에게 최대한 넘겨서 일을 줄이자. 내 에너지의 60 이상은 스타트업 오스바에 쓰자. 팟캐스트야 주말 하루 양보하는 거니까 열외로 하자. 


이런 이상적인 생각은 사실 한 3~4개월 전부터 했다. 대충 맞는 얘기 같다. 그런데 잘 되지를 않는다. 왜냐? 사실 마음만 그리 먹었을 뿐 딱히 버린 일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고, 무엇보다도 프레젠테이션 작업을 통해 창출하는 단기 수익의 중독적 묘미를 벗어나기 어려워서다.


당장 집중해서 일을 하고 바로바로 수익으로 드러나는 이 일의 재미는 회사를 다니면서 느끼지 못했던 대단히 쾌감 가득한 일이다. 나의 재주가 빛나서 즐겁고, 만족하고 감탄하는 클라이언트를 보는 일이 즐겁고, 그것이 또 돈이 되니 신나고. 그러다 보니 자꾸 나의 캐파가 한계에 다다랐음에도 불구하고 의뢰가 오면 받는다. 받고 밤을 새워서 해나간다. 이러한 일에 대한 욕심의 반복은 나를 점점 지치게 만들고, 사실은 '진짜 미래'를 미루게 만드는 일 임을 누구보다 스스로 잘 안다.


여기서 또 하나, 사실 성취의 기쁨만큼이나 큰 위협요소는 바로 "일이 혹시 끊기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다. 이는 월급을 벗어난 사업자의 필연적 공포다. 차라리 바쁜 게 행복하지, 놀게 되면 어쩌지? 하는 불안이 실제로는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을 정도의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회사에서 독립하고 나면 한가지는 확실하다. 멍때리면 아무런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

그렇다 보니 알면서도 자꾸 단기적인 일들에 에너지를 많이 쓰게 되고, 이를 통해 자꾸 지연되는 미래 준비에 스트레스를 받고. 최근은 이러한 과정의 반복 속에 있었던 것이다. 오늘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반드시 그 고리를 잘라버리겠다는 다짐!이다.


전략의 핵심은 무엇을 버릴지 결정하는 것


요즈음 좋은 강연들이 너무 많아서 어디서 들은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전략의 핵심은 바로 '버리기'에 있다고 한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오래된 표현을 너머 조금 더 강한 어조로 '버려라'까지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그것이 가장 어렵기 때문인데, 그야말로 진퇴양난인 내 상황에서 더욱 절실하게 와 닿는 메시지다.


퇴사를 하고 본래 처음의 그림은 '프레젠테이션 컨설팅'이 단기적 수익 창출, 그리고 '1인 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장기적 수익 창출!이라는 심플한 그림을 갖고 있었다. 회사에 재직하면서 수많은 유튜버들과 함께 일을 하다 보니 '1인 미디어'라는 것이 엄청난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고, 내가 그것을 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믿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방향이 다르긴 하지만, 무튼 당시엔 아주 깔끔한 그림이라고 생각했었다.

직면한 리스크를 없애는 것은 중요하지만, 미래를 위한 준비와 투자를 감안한 선택을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솔직히 지금까지의 나는 그것이 부족했다.


그런데 바로바로 돈이 되는 프레젠테이션 일의 재미와 함께, 동시에 고정수입이 없다는 위협요소에 쫄아 스스로를 채찍질하게 되었다. 돈이 될만한 기회나 제안이 있으면 '내 수입의 포트폴리오를 넓힌다'는 명분 아래 거침없이 뛰어들었던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유튜브 마케팅 에이전시일은 정말 퇴사 시점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지만, 내가 충분히 할 수 있는 펑션이고 찾는 사람이 있는데 한번 해봐? 에서 시작하여 지금껏 점차 일이 커져 버렸다. 기왕에 하는 거 아예 제작도 해볼까? 하면서 결국 애초의 바람이었던 '콘텐츠 크리에이션'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계속 '남의 것'만 만들어주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바쁨에 익숙해질 무렵, 아.. 내가 왜 나왔더라. 내 것을 가지고 싶어서였는데...라는 생각을 할 즈음. 내가 너무도 믿어 의심치 않는! 나와는 다른 기능과 시각으로 함께 하면 또 뭔가 일이 이루어질 것 같은 친구의 제안에 의해 스타트업까지 참전하게 되었다. 이 길이 '내 브랜드'를 가질 수 있는 일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 참.. 가만 보면 각각 벌인 일들은 다 이유가 있다. 그러나 너무 많아져 버렸다. 다시 잘라야 할 때다.



10년 후의 나, 뭐라고 정의할까.


딱히 미리 생각해두고 글을 쓰는 바는 아니다. 글 속에서, 글을 쓰면서 나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랬다. 대략 다시 쓴 글을 쭈욱 다시 읽어보니 다시금 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다. 나는 10년 후에 딱 이 2가지에 대해서 확실히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


*No.1 프레젠테이션 컨설턴트

내 이름 자체가 이 시장에서 T.O.M(Top of mind)이 될 수 있도록, 프레젠테이션에 도움이 필요할 때 추천받는 대표 컨설턴트가 되고 싶다. 이 일은 워낙 내가 재밌게 하고 있고, 지금까지의 기록도 나쁘지 않으니 포기할 이유가 없다. 다만 의뢰에 대한 작업 완수 이상으로, 그 과정에서 나오는 내 노하우들을 체계화하여 전달하는 블로그(브런치?)나 미디어를 하나 꼭 만들어야겠다. 그래야 이 일에서의 생명이 더 길어지리라는 예상이다. 이는 단기에서 장기까지 모두 바라보고 갈 수 있는 일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당장은 조금 힘을 빼도 될 것 같다. 


PPT 때매 고민이시라구요? 저를 찾으세요! 두둥!


* OSBA(오스바)를 우뚝 세운 마케터

지금껏 마케팅을 업으로 삼아 즐겁게 살았고, 자신만만하게 버텨왔다. 내 힘으로 세웠다고 말할 수 있는 오스바를 만드는 것. 거대한 매출보다는 매니아가 존재하는 브랜드로 만드는 것. 그것을 꼭 해내고 싶다. 지금은 그저 버티는 게 용한 수준으로 하나씩 하나씩 실험하고 만들고 있지만, 이 경험이 나를 진짜 마케터라고 말할 수 있고 진짜 내 브랜드라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믿는다. 10년 후에 오스바가 생존하고 있다면, 이것은 이미 성공이다.


오스바. 한걸음씩 나아가다보면 길이 보이리라 믿는다. 버티는 놈이 이기는거라 했다!



*나머지는 버린다.

유튜브 마케팅 에이전시, 영상 제작. 이 두 가지 미션은 완전히 포기해야겠다.. 하루빨리! 이미 함께 일하는 파트너와의 호흡이 좋으니 내가 리드하지 않아도 생존할 수 있는 비즈니스가 될 것이다. 그렇게 믿고 빨리 모든 역할을 넘겨버려야겠다. 제법 꿀 같던 수익이 아쉽지만, 여기에 쏟는 에너지가 적지 않았기에 이것은 당장 내려놓기로 마음먹는다. 내 파트너의 성공을 기원하며!


* 팟캐스트로 나를 기록하자.


팟캐스트는 대단한 공을 들이지 않고도 부담없이 할 수 있는 진행 포맷으로 이미 변화를 꾀하였다. 함께 진행하는 친구들도 부담 없이 할 수 있게 된 만큼 쭉 할 수 있으리라 본다. 처음에 팟캐스트 하자는 이야기는 내가 꺼냈지만, 너무도 야무진 동료들이 지금의 나를 리드해 주니 가볍게 쭉 가보련다. 오히려 마케팅하며 사는 내 인생을 기록하는 장치로 삼아, 나중에 돌아볼 수 있는 콘텐츠가 되기를 바래본다.




감사하게도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께서는 아마도, 결과적으로 버린 게 얼마없네? 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반만 맞는 말씀! 어찌 되었든 결론적으로 내 머릿속엔 지금 프레젠테이션, 오스바. 이렇게만 남았기에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애초에 내가 욕심이 많은 사람이기에 더는 못줄이겠다. 하하. 10년 후 그 두 가지 타이틀을 가질 수 있도록, 이 글이 부끄러워지지 않도록 전력질주하겠노라고 다짐해 본다.



다르게 사는 것을 제대로 받아들이자.
달라질 세상에 대해 의심하지 말자.


어쩌면 가장 본질적으로 달라져야 할 부분은 '월급쟁이 마인드'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일일 것이다. 이 모든 일들이 벌어진 것은, '당장 이번 달, 이번 분기 수입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졌던 내 포트폴리오의 확대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조금 긴 시각으로, 연단위의 수입/프로젝트 관리 관점에서 생각해야지.. 하면서도, 아직까지도 쉽지 않다. 수입의 상승곡선이 꺾이는 것에 대한 공포, 그리고 그것을 아내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가장부심까지. 이러한 생각들이 단기적 관점의 활동에 치중하게 되는 문제를 낳았음을 잘 알고 있다.


어차피 나는 이미 회사를 떠났고, 지금 오스바를 키워 조직을 만들지언정 어딘가 다시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은 확실한만큼, 조금 더 크게 생각하기로 하자. 연단위에서 계획되도록, 1년-3년-5년이 만들어지도록 하기로 하자. 다르게 사는 것을 제대로 받아들이자.


정말 새로운 세상이 되어 가고 있고, 나는 그곳을 향해 뛰쳐 나왔다. 다르게 사는 것에 확신을 가지고 자신있게 해나가자.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올 때에 바라봤던 세상, 그 달라질 세상에 대해서도 의심하지 말자. 인공지능과 함께 과학적 특이점을 향해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영원한 직업도, 안정된 회사도 어차피 없다. 길어지고 있는 인간의 생명을 생각해보면 직업이 하나인 것은 아주 자연스럽게 '말이 안된'다. 전문가들은 쪼개질 것이고, 조직은 작은 단위의 네트워크들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이것이 내가 본 세상이고, 그 세상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경쟁력을 얻고자 나왔던 것이라는 걸 잊지 말자. 불안을 내려놓고 조금 더 담대하게 나아가기로 하자. 


자조적 다짐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그러나 아마도 이 다짐은 지금 독립을 꿈꾸거나, 또는 좌충우돌 중인 초보 사업가들 모두가 공감하고 되새겨도 될 방향일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거대한 조직을 벗어나 나만의 돛을 펼친 모든 이들을 응원한다. 우리(라고 말한다 이미)가 잘되야 미래가 있다고 본다! 지치지 않도록 박자를 맞추어, 올해도 잘 마무리해보기로. 내년 이맘 즈음 더 멋진 글을 쓸 수 있는 내가 되어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우리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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