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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인석 Jun 13. 2017

생존 1년, 앞으로의 10년. #1

좌충우돌 독립 1주년 기념 셀프 토닥 글 (1부)

정말 번개 같은 시간이 지났다...라는 상투적 표현 이외에 어떤 단어를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 작년(2016)은 나의 삶 그 모든 시간들 중 가장 모험적이었고 가장 바빴다. 2017년 역시나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회사로부터 독립한 지 만 16개월, 그간 수고 많았다! (토닥토닥) 탄핵과 새 정부로 말미암아 대한민국도 새로운 역사로 접어드는 지금, 나는 내 새로운 출발에 대해 정리하고 또 다짐하는 글을 써내려 보려 한다. 이 글이 독립을 희망하는 누군가, 또는 이미 고군분투하고 있는 동지에게 힘이 되길 바라며.



나는 몇 개의 직업을 갖고 있는가.


처음 독립을 할 때의 그림과 지금의 목표는 조금 달라진 것이 사실이다. 뜻대로만 되지 않는 것이 인생 아니던가. 하하. 그 과정에서 나는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되었는데, 정리를 해보자면 꽤나 다양한 일을 해내고 있다.


* 프레젠테이션 컨설턴트


나의 독립이 가능했던 첫 번째 직업. 나는 마케터로서 8년간 일을 하면서 수도 없이 많은 문서를 만들었고 발표도 많이 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프레젠테이션을 정말 많이도 만들었는데, 대체로 내가 작성한 자료들은 좋은 평을 받곤 했다. 특히 두 번째 다녔던 회사에서는 업의 성격상 더 예쁘고 눈에 띄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문서 기획을 너머 디자인 스킬업이 상당히 되었고, 나는 이 일을 독립 비즈니스로 풀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와 의문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독립을 결심하고 비즈니스 실험을 하면서 그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한 뒤 독립했고, 지금도 나의 수입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가장 큰 직업이 바로 이 프레젠테이션 컨설턴트다. (지난 글 '나를 가치 있게 파는 실험' 클릭)


* 유튜브 마케팅 에이전시


나는 키즈 시장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하다가 퇴사를 했기 때문에 우연찮게도 수많은 유튜버들을 알고 지내왔다. 현재 1인 미디어 산업은 뷰티, 키즈, 음식(먹방/쿡방) 카테고리가 이끌어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그 축 중의 하나를 충분히 경험했던 것은 큰 무기였다. 퇴사한 회사에서 거꾸로 유튜브 마케팅 부분에 대한 도움 요청이 있어 내가 마케팅 대행 제안을 하였고, 그 딜을 포함하여 추가로 몇몇 클라이언트의 유튜브 마케팅을 진행하게 되었다. 월급을 받던 때에는 큰 회사에 재직 중이라 인맥의 중요성에 대해 잘 모른 채 일을 했었는데, 나와 보니 인맥이 참으로 중요하구나. 네트워크가 참으로 중요하구나! 뼈저리게 경험한 것이 이 일이다. 내가 구축한 네트워크가 돈이 될 수 있음을 느낀 계기라고 할 수 있겠다.


* 영상제작 프로덕션


유튜브 관련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작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꽤나 재주가 좋(다고 자부하는)은 나는 사진, 영상 관련 툴들을 제법 다루고 있었기에 이 또한 가능했다. 장비를 최소 수준으로 갖추고 편집 스킬을 조금 더 공부하고 나서, 꾸준히 만들어야 하는 특정 회사의 소셜 콘텐츠 제작이나 특정 서비스 소개 영상 등을 수주해서 만들게 되었다. 이는 아주 빈도가 잦은 일은 아니었지만 효율이 좋은 수입 수단이 되어 주었다.


* 스타트업 마케터


스타트업이라는 표현도, CMO라는 표현도 너무나 거창하게 느껴진다. 절친한 친구이자 훌륭한 모험가인 나의 친구의 제안으로 패션 제품을 만드는 회사에 뛰어들었다. 친구가 제품 디렉팅과 생산 관리 전반을 담당하고, 나는 마케팅 및 사업관리 부분을 담당하여 일을 꾸미고 있다. 지금까지 내가 쌓아온 모든 재주가 이 비즈니스를 위해서 쓰인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요즈음 가장 많은 시간을 쓰고 있고, 생각이 길고, 아직 벌이는 신통치 않은 일이다. 사실 막막하다. 하하.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나는 "내 힘으로 일궈 낸 브랜드 하나를 갖고 싶다"는, 마케터로서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브랜드는 바로 Uniuque bespoke brand, 오스바(OSBA) 다! - http://www.osba.kr

오스바는 다양한 컬러, 커스터마이징이 가장 큰 특징이다. 데일리 백팩부터 만들어보는 중!


* 팟캐스터


이것을 업이라고 볼 수 있느냐는 결국 '꾸준히 하느냐의 관점과 수익을 목표로 하느냐'에 있다고 볼 수 있겠는데 그런 관점에서 직업에 올려보았다. 나는 마케팅 팟캐스트를 만들고 있다. 아직 수익이 되는 부분은 전혀 없다. 굳이 따지자면 이것은 '재미'를 위해서 한다고 보는 게 옳을지도. 언젠가 이 콘텐츠가 모여 강의가 되고, 책이 되고, 광고가 이루어질 수 있는 날을 기대하며 포기하지 않고 만들고 있다. (팟빵, 팟캐스트 앱에서 <돌팔지마>를 검색해보세요!)

돌팔이의 지치지 않는 마케팅수다. <돌님>이 접니다.

헐, 미쳤구나?라고 할지 모르겠다. 이 일을 다 당신이 하고 있다고? 네 맞습니다. 다- 제가 하고 있지요. 그래서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내가 1인 기업의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이 모든 일은 '당연히'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없어서는 안 될 '파트너'가 있다. 그들 없이는 이 모든 일을 벌이지도 못했을 것이다. 각각의 일을 나눠하더라도 굉장히 바쁜 것은 사실이다. 회사를 편하게(?) 다닐 때에 비해 비교도 안되게 바쁘고, 새벽까지 일할 때도 많다. 그런데! 나는 딸과 보내는 시간 또한 그 어떤 아빠보다도 많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주체적으로 시간을 쓴다는 즐거움


회사를 독립하여 가장 큰 기쁨 중의 하나는 '주체성'에 있을 것이다. 내 모든 것을 나 스스로 결정하고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엄청난 차이의 즐거움이자, 동시에 엄청난 책임감이기도 하다. (글을 쓰다 보니 즐거움보다는 책임감이 더 크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잠시 시무룩..)


나는 정말 바쁘지만 딸의 등원을 내가 책임지고 있다. 아내는 보통 딸과 내가 깨기 전에 출근하기 때문에 아침 시간은 온전히 내 몫이다. 부스스 딸과 함께 일어나 같이 기지개를 켜고, 잠시 침대에서 뒹굴다 일어나 같이 아침밥을 먹고, 옷을 함께 골라 입고, 손을 잡고 어린이집에 함께 간다. 사실 물리적으로는 피곤한 일이지만, 그 시간의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가끔 갑자기 커버린 딸이 느껴질 때면 놀라는 재미도 있고, 요즈음 유독 더 살갑게 굴어주는 딸내미 덕분에 행복하다. 요즈음은 매일 아침 사진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 재미 또한 쏠쏠하다. (http://instagram.com/indori) 


집앞에서 항상 딸의 등원을 한장씩 기록하고 있다. 점점 쌓이는 사진들을 훑어볼 때의 흐뭇함이란!


열심히 일하고서 하루가 지나고, 저녁 6시 반 즈음이면 집에 도착한다. 아내도 비슷한 시간에 퇴근을 하여 보통은 함께 집에 들어오곤 한다. 그렇게 저녁시간은 또 딸과 함께 보낸다. 같이 저녁 먹고, 거의 목욕은 내가 함께 하고, 블록 가지고 놀다가, 비행기도 태워주고 무등도 태워주고. 신나게 놀다가 10시 즈음 잠을 청한다. 하루에 여섯 시간 즈음은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셈이다.


그렇게 재워놓고 바쁜 때엔 밤에 일을 한다..라고 쓰고 보니 매일 바쁜가 보다. 거의 항상 일을 하는 편이다. 너무도 바빴던 최근 2~4월 시즌은 새벽 두세 시 이전에는 잠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사실 너무 피곤해서 '아.. 이대로 지속 가능한가?'라는 생각을 품어본 밤도 며칠 있다. 하하.


바빠도 즐겁다. 모든 바쁨은 내 것이 된다.


독립을 하여 1인 기업으로서 일하면서 생각보다 여유가 없어 지치기도 하지만, 아주 분명한 것 하나는 허투루 바쁜 일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회사에서 월급을 받던 사정과는 대단히 차별적인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바쁘면 그것이 다 내 성과가 되고, 수입이 된다.


회사생활이 바쁘지 않았느냐 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 화장실 한 번을 편히 가지 못할 만큼 발을 동동 구르며 일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신기한 게, 그땐 페이스북도 할 시간이 있고 웹툰도 챙겨볼 틈이 있었다. 지금은 그런 여유가 없다! 이 미묘한 차이가 바쁨의 성격을 보여주지 않나 싶다. 지금의 나는 내 발자취가 빠르게 쌓여나가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고 있으며, 앞으로도 바쁘길 원한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는 내가 워커홀릭이라 느껴본 적이 없는데, 지금은 인정한다. 난 워커홀릭이 맞는 것 같다.


 

여유를 찾아 독립을 꿈꾼다면
끝까지 회사에 붙어있길 권한다.


하아 너무 바쁘다.. 내가 뭘 위해 이렇게 바쁘냐! 여유롭게 카페나 하나 하던지, 내 재주 팔아 살면서 쉬엄쉬엄 갈 수 있는 삶이었으면 좋겠다. 워커홀릭들 정말 이해 안 가!라고 말씀하시는 분들? 진짜 절대 절대주의!! 세상에 그런 삶이 어딨니!! 하하.

이런 카페나 하나 하면서 여유있게 살고 싶다. 그런 안일한 생각 노노! (라고 해도 역시 하고 싶어지는 넘나 멋진 뷰를 가졌던 제주 테라로사)


생각해 보시라. 내가 꿈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는 사람이라면 늦잠 자고 여유 부릴 시간이 있을까? 내가 하고 싶은 게 밀려있는데! 그런 관점에서 전혀 워커홀릭이 아니었던 나도, 오히려 퇴사를 하고 나니 워커홀릭이 되고 말았다.


쉼은 죄악이고 노오오오오력만이 선하다고 말하는 전형적인 쌍팔년도 논리를 말하려는 건 아니다. 인내하라. 버텨라. 이건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 지금 시대가 이제 그런 버티기로 성공하는 세상이 아니라고 본다. 즐거운 놈, 좋아서 하는 놈을 이길 수가 없는 시대이다. 다만 명확하게 하고 싶은 게 있을 때, 확실하게 퇴사 후 경제적 독립이 가능한 본인만의 재주가 확인될 때. 그게 즐거울 때! 나와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렇게 독립을 선언하고 나면 참으로 많이 바쁠 것이다! (저주인가;;;)



그래서 앞으로의 10년,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래서 앞으로 어떡할꺼냐. 라는 물음은 항상 나를 갑자기 위축되게 만든다. 계획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어떠한 막연함이 거대하게 덮쳐오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문자 그대로 '먹고 살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분명한 것은 지금의 삶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고(바쁨이 과하다;;), 단/중/장기적 관점의 포트폴리오로서 조화롭지 못하다는 느낌이다. 다만 이 시점이 되니 어렴풋이 어찌해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은 있다. 어떤 그림을 갖는 것이 건강할까?


서론만 잔뜩 인 이 글을 이 즈음에서 접고, 진짜 미래 이야기는 다음 글에 이어서 하기로..! 하하 :)
※자전적인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2부 링크 :  https://brunch.co.kr/@1bizmarketer/12 ]


자, 앞으로 나는 어떤 이야기들을 써 내려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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