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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인석 Dec 08. 2016

나를 가치 있게 파는 실험.

본격적인 독립을 위한 베타 테스트 시작

가열차게 독립 매뉴얼 매거진을 시작했던 마음이 무색하게도, 나는 두 달 여가 넘는 시간 동안 전혀 글을 쓰지 못했다. 회사도 그만두고 프리덤! 을 외친 마당에 무엇이 그리 바쁜지 궁금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정말이지 회사 다닐 때와는 비교도 안되게 바빴다. 그러던 오늘, 쉼표를 꼭 찍어야 했던 날인지 썩 좋지 않은 컨디션에 억지로 일을 하려고 앉았더니만 심신이 힘들어 일단 맥북을 덮고 한바탕 자버렸다. 일어나서도 오늘만큼은 일하지 말아야지,라고 마음을 먹고 나니 글이 쓰고 싶어 졌다. (궁금하지 않을 서론이 너무 길었다. 죄송;)


내가 찾은 비즈니스, 과연 워킹(working)할까?

지난 글에서 나는 어떤 길을 따라 고민을 해야 하고, 그를 통해 발견한 나의 비즈니스를 떠올려보는 수준까지를 이야기했다. 지난 글 보기 : 무엇으로 먹고 살 건가. <클릭> 내가 3단계의 고민을 통해 정의했던 나만의 비즈니스는 "디자인하는 마케터, 마케팅하는 디자이너"로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인 "프레젠테이션 컨설팅 디자인"이었다. 흔한 프레젠테이션 디자인 일인 것 같지만 분명 마케팅적 관점을 담아서 내용을 코칭하고 보완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프레젠테이션 디자이너"가 아닌 "프레젠테이션 컨설턴트"라는 이름으로 나의 재능을 포장해 보기로 했다.


어디서부터 일을 시작해야 할까. 처음엔 일단 홈페이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누군가 나의 재능을, 나의 서비스를 잘 정리된 페이지에서 보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아주 당연한 논리에서 시작했다. 퇴근하고선 아이를 재우고 난 늦은 밤마다 컴퓨터 앞에 앉아 내용을 정리하고, 디자인 작업을 했다. 그렇게 하면서 몇 가지 키워드를 바꿔가면서 계속 웹 검색을 하여 유사 업체들을 벤치마킹했고, 또 작업에 반영하고. 이렇게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물론 속도가 빠르진 못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독립혁명을 꿈꾸는 일은 정말이지 끈기와 체력을 요하는 일이다. 하하.

일을 마치고 다시 또 밤마다 새로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다. 독립선언은 다크서클과 거북목을 각오(?)해야 하는 길고 긴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던 어느 날, 몇몇 키워드들을 바꿔 검색하던 어느 때에 우연히 재능거래 플랫폼을 알게 되었다. 그곳에는 아예 프레젠테이션 카테고리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기업이 아닌 사람들 (1인 기업, 아르바이트, 프리랜서가 뒤섞인)이 모여 일을 수주받아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곳은 굳이 거창한 홈페이지가 필요 없이 자기소개 한 페이지만 멋지게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일을 할 수 있는 구조였다. 아! 그래 처음부터 거창하게 하지 말고 여기서부터 해보자.라고 급하게 생각을 전환하고, 바로 자기소개 내용을 정리하니 하던 작업이 있어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여기서 잠깐. 재능거래 플랫폼을 알아보자.

재능거래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기업적 접근보다는 개인 재능인들이 본인의 재능을 바탕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곳이다. 에어비앤비가 나의 빈방을 공유하고 수익을 내고 우버가 내 차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면, 재능거래라는 것은 특정 소속에 구애받지 않는 나를, 나의 재능과 실력을 공유하는 것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곳의 재능 판매인들은 간판(회사 브랜드)이 없고 본인의 포트폴리오와 실력만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참 많은 것이 바뀐 재미있는 세상이다.)


국내에는 몇 가지 재능거래 플랫폼이 존재한다. 크몽, 오투잡, 재능넷 정도가 3대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각각의 특징을 간단하게 언급을 해보자면, 크몽은 기업관점 의뢰자에 편의 특화, 오투잡은 역입찰 구조의 특이성, 재능넷은 자체 재능 등급제에 따른 신뢰도 표기 등의 특색을 가지고 있다.

> 크몽 https://kmong.com 

크몽은 앱과 웹으로 접근 가능하며, 최근 많이 활성화되어가고 있는 플랫폼으로 보인다. 앱으로도 접근 가능한 점이 장점이어서 모바일에서의 대응이 편하다. 세금계산서 발행 여부를 사전 확인할 수 있는 점, 원할 시 나의 재능을 광고하여 앞에 선노출시키는 기능 등이 구현되어 있다. 내 재능에 대해서 빠르게 노출량을 늘려보고 싶다면 선택할 수 있는 플랫폼일 수 있겠다.


>오투잡 http://www.otwojob.com

오투잡은 등록된 재능의 수로만 보면 제일 큰 플랫폼으로 보인다. 최근 사람인에서 인수를 한 것으로 아는데, 이곳은 조금 특이한 역입찰 제도가 있다. 재능인들에게 필요 재능을 문의하는 것을 넘어, 본인의 프로젝트를 공개하면 재능인들이 그곳에 입찰을 하는 방식이다. 이 또한 의뢰자 관점에서 유리한 배려라고 볼 수 있겠고, 크몽과 마찬가지의 재능 노출 광고 상품이 존재한다.


>재능넷 http://www.jaenung.net

마지막으로 재능넷은 현재도 내가 여전히 활동하는 플랫폼이다. 사실 기능적인 관점에서는 딱히 특별한 곳이 아니며, 등록된 재능의 수만 보자면 오히려 가장 적은 수가 등록되어 있는 곳이다. 앱이 없이 웹으로만 구현되어 모바일에서는 그냥 브라우저를 통해 접속할 수 있다. 이곳은 자체 기준을 두고 인증서를 배부하여 신뢰도 높은 재능인들을 별도의 인증마크를 부여한다는 것이 특색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이곳에 둥지를 트게 된 것은, 맨 처음 발견한 플랫폼이기도 하지만 의뢰 문의가 가장 활발했기 때문이다. 다 똑같은 나의 재능 소개를 올렸음에도 유난히 이곳에서 문의가 많았고, 실제로 의뢰 성사율도 이곳이 제일 높았다.


재능거래 3대 플랫폼. 각각의 특징이 있으니 한번 둘러보는 것을 추천.


만약 본인만의 비즈니스를 처음 실험해보고 싶다면 위에 언급된 재능거래 플랫폼들은 좋은 실험실이 될 수 있다. 기본적인 트래픽이 확보되어 있고, 해당 카테고리의 수요자가 리스트를 살펴보며 적어도 나를 한번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나 역시 그곳에서부터 실험한 비즈니스가 결국 지금 나의 수입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업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물론, 이러한 재능거래 플랫폼에 등록한다는 것 자체가 실험의 시작과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거기에서 어떻게 했느냐가 중요하다.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정확한 어필. 그리고 도도함.


처음 문의가 들어왔을 때의, 소위 "짜치는 수준"이란 것은 참으로 실망스러웠다. 한두 장짜리 페이퍼 의뢰도 있었고, 대학생들의 수업 발표 과제를 의뢰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한 의뢰를 얕본다기보다는 비즈니스로서의 가치를 만들기엔 너무 작은 프로젝트들이었다. 업으로써 삼기에는 전문성을 발휘하기에 너무 얕은 수준의 의뢰였다. 이런 의뢰들은 그냥 꾸벅, 죄송합니다. 하고 다음 턴을 기다렸다.


그러다 간헐적으로, 진짜 내가 맡아했을 때 더 돋보일 수 있고 확실한 메리트를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되는 의뢰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와 계획을 빠르게 회신했고, 아주 자신 있게 견적을 내밀었다. 대부분은 주저했다. 왜냐면 그 견적이라는 것이 아마도 타 작업자들보다 높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재능마켓의 특성상 업체에 맡길 일을 더 저렴하게 해보려고 온 의뢰자들이 많을 것이기에, 팔릴 수 있는 가격의 선정은 사실 중요하다. 나는 대략 조사한 견적들을 바탕으로, 업체 의뢰보다는 확실히 싸지만, 재능마켓 안의 재능인들보다는 꽤 높은 가격을 나의 포지션으로 삼았기에 흔들림 없이 견적을 협의했다. 그렇게 해서 돌아선 사람도 있었고, 의뢰를 한 사람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내가 무조건 일을 받기 위해 견적가를 낮추지 않았기 때문에 퀄리티에 대한 욕심도 더 낼 수 있었고, 나는 약속한 품질 이상의 결과물을 클라이언트에게 제시할 수 있었다. 조금 더 높은 가격임에도 만족도는 최상이었고, 그렇게 진심이 담긴 몇몇 클라이언트의 댓글과 후기가 점점 더 많은 문의로 이어졌다.


여기서 포인트! 절대 나의 가치를 너무 낮게 잡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급'이 맞지 않는 의뢰는 과감히 패스할 수 있어야 한다. 꽤 거만한 이야기이지만, 조급함에 자꾸 나의 가치를 낮추면 일은 늘어도 삶의 질이 나아지기 어렵다. 결국은 내 시간과 돈을 치환하는 과정인 셈이므로, 도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러한 도도함이 가능했던 것은 아직 '독립 실험' 상태였기 때문일 수 있다. 난 이게 아니어도 먹고사는 데엔 지장이 없는 상태였기에 더 과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도도함을 유지하면서 포트폴리오가 쌓여나가고, 실제로 의뢰를 받고 일을 수행할 수 있게 되면서 자신감을 키울 수 있었다. 회사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기 전, 나를 충분히 도도하게, 가치 있게 팔아보는 실험은 그래서 중요하다. 아마도 이미 회사에서 떠난 이후라면 그것이 아무래도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미래의 나를 위해 도도할 수 있는 만큼 도도하게, 충분히 자신감을 가지고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나의 컨설팅 및 디자인을 통해 투자유치에 성공하고, 합격하고, 수상했다는 소식을 듣는 것은 정말 기쁜 일.
그래서 독립 시점은 언제?

이렇게 일을 이중으로 하게 되면서, 나는 점점 숨 막히게 바빠져 왔다. 회사 일은 일대로 하고, 퇴근하고 아이가 잠들면 의뢰받은 일을 처리하고. 새벽 두세 시에 자야 하는 날들이 늘어갔다. 실험을 시작한 지 약 7개월이 지나는 시점이 되자, 나의 회사 급여와 프레젠테이션 컨설팅으로 버는 돈이 같은 수준으로 성장했다. 물론 고정적인 수입이 아닌 만큼 스스로 약속하길 "내 월급을 넘는 수익을 3개월 이상 내면 독립하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컨설팅 수입은 떨어지지 않고 계속 유지 또는 그 이상이 되었다. 나는 그때! 아내와 비전을 나누고, 회사에 독립을 선언했다.


나는 퇴사의 시점은 "적어도 회사 급여와 동등 수준의 월수익을 낼 수 있을 때" 그만두라고 권하고 싶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며, 정말 많이 피곤한 과정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소프트랜딩을 통해서 본인의 자존감을 스스로 지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나뿐 아닌 가족들을 안심시키면서 자립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동등 수준이면 만족해야 하느냐?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글을 통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독립 후 개인, 개인사업자로서 감안해야 하는 여러 가지 요소들을 따져보면 사실 더 벌어야 마땅하다.) 꽤나 길어진 글을 일단 이 즈음에서 한번 끊고!


매번 글을 쓸 때마다 이야기 하지만, 조금 힘들지만 준비된 독립은 결코 무시무시한 전쟁터에 홀로 남겨지는 것과 다르다. 회사를 다닐 때와는 다른 성취감과 내 일에 대한 자부심, 가족과 보내는 더 많은 시간으로부터 오는 만족. 어떤 면에서도 결코 부족하지 않은 독립이 가능하다. 고민이 깊으신 분들, 차분히 조금씩 준비해 나가시길!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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