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인석 Sep 22. 2016

무엇으로 먹고 살 건가.

회사로부터 독립을 위해 끝내야 할 고민과 방법

자아실현은 과연 무엇일까?
있기는 한가!


내가 회사를 떠나기 위해 했던 고민의 과정은 앞선 글에서 밝혔듯 3가지의 축으로 나뉜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지금까지 어떤 일을 해왔는가. 정말 회사를 떠나 과감한 결정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되도록 어느 하나 포기하지 않고 만족시킬 수 있는 길을 선택해야 후회가 없으리라는 생각이었다. 그야말로 자아실현의 삶(아직 있는지 의문이었던)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지난 글 읽기 : 인생, 이제야 내 손으로.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프레젠테이션 컨설턴트이자, 다채널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일하고 있다. 이것은 위에서 말한 3가지의 축에서 만들어 낸 교집합으로 만들어 낸 비즈니스들이다. 그래서 나름 이 일을 즐기고 있고, 지금까지는 아주 행복하다. 많이들 궁금할 수입은 사실 회사 다닐 때보다 좀 더 좋아졌고, 일하는 시간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길어졌다. 그럼에도 가족과 보내는 시간 또한 더 길어졌다. 무슨 말일까! (이 핑크빛 결론 카드를 꺼내 읽어야 할 이유를 만들어 본다! 킵 고잉! 하하)


나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었나.

나는 일단 마케터다. 내가 마케터라고 말하고, 마케터임이 심지어는 뿌듯해진 것은 그리 오랜 일이 아니다. 나는 아주 최근에서야 내가 사회생활의 시작을 마케팅으로 했고, 이것을 7년을 채우고 8년째 해나갈 수 있다는 것에 대단히 자부심을 느낀다. 마케터가 좋은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은 '어찌 되었든 새로운 것을 계속 찾으려는 노력의 연속'이 일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고객의 니즈가 될 수도 있고, 새로운 기술이 될 수도 있고, 유행하는 트렌드가 될 수도 있다. 애써 그러한 '새 것'을 찾아내고 경험해보려는 노력 자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왠지 노화를 방지하는 기분(;;)이 들기에 꽤 즐겁다고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바야흐로 상품 과잉의 시대. 나는 매일 쫄리는 FMCG 마케터였다. 넘나 피곤한 것! ㅎ


너무 미화했는데, 나는 실제로는 꽤나 투덜이 마케터였..지만! 꾸역꾸역 그 일을 해 왔다. 브랜드 또는 제품을 기획하고, 기능을 정의하고, 보기 좋게 포장해 내고, 그것을 알리고, 팔리는 것을 보는 일련의 과정에 모든 오지랖을 부리는 일이 피곤하면서도 뿌듯함은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마케팅을 하며 즐거웠던, 능숙해졌던 부분들을 회사를 떠난 내 일에서 놓고 싶지 않았다. 무언가를 기획하고, 보기 좋은 흐름과 형태를 만들어 내고, 알리기 위한 접점을 만들어 내는 일. 일단 여기까지만 노트에 적어두고 다음 고민을 해보기로 했다.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의 관점이 아니라, 남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는 게 중요한 질문이라고 본다. 내가 잘한다고 여기는 건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기에, 남이 나를 보고 감탄과 칭찬을 아끼지 않는 종목이 있다면 분명 그것이 잘하는 것 일 확률이 높으니까.


사람들이 너 참 잘한다, 라고 했던 부분 중 가장 많이 들어왔던 것은 '사진'이었다. 내가 찍은 사진들을 좋아해 주는 이들이 꽤 있었고 나도 흥이 나서 온라인에서 아마추어 사진가로서 활동도 열심히 했었다. 모 언론사의 전국단위 사진 공모전에서 금상을 받은 적도 있고, 캘리 작가님이 내 사진 위에 캘리가 하고 싶다 하여 콜라보를 한 적도 있고. 모 잡지 기고글에 쓰고 싶다 하여 사진을 판 적도 있고, 모 패션지에서는 인터넷 작가 5인방 인터뷰를 싣고 싶다고 하여 영광스럽게 그 5인 중 한 명으로 내 이름의 인터뷰가 나간 적도 있다. 이 즈음이면 제법이지 않은가!


참 열심히도 사진 찍으러 다녔었다. 스무살 때에 나는 대학생이라기보다는 작가지망생이였다.


또 잘하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보니 'PPT 디자인'이었다. 나는 업무상 PPT를 많이 사용하는 편이었는데, 사람들은 내 pt에 대해 아낌없는 칭찬을 쏟아주곤 했다. 내가 만든 제품 소개 자료가 표준처럼 되어 작성의 기준이 되고, 회사 어르신들도 중요한 발표가 있을 땐 나를 시키시곤 했다. 캐릭터 비즈니스 마케팅을 할 때는 더욱더 빛을 발했는데, 워낙 보이는 게 더 중요한 비즈니스이다 보니 PT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두 번째 회사에서 모셨던 마케팅 상무님께서는, 내 PT가 '충격적'인 수준이라고 말씀해주셨으니 꽤나 재능이 있었던 것! 아마도 사진을 즐기면서 익숙해진 구도나 색감에 대한 감각이 결국 심미적인 차원에서 문서를 만드는 데에도 기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은 든다. 또 마케터로서 어떠한 작전을 짜고 논리를 만드는 일 또한 많이 해본 일이었으니, 그 두 가지가 조합되어 표출되는 것이 어쩌면 PPT라는 툴 안에서 생성된 콘텐츠였을 수도. 사진과 ppt 디자인. 이렇게 두 번째 고민에 대한 답을 이어 노트에 적어두고, 가장 중요한 질문에 대해 고민을 이어갔다. 과연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좋아하는 것의 본질을 생각하다.


좋아하는 것을 상상하는 일은 참 즐겁다. 나는 전반적으로 이런저런 세상사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이것저것 해보기를 좋아해 왔다. 즐거웠던 것을 나열해보니 꽤나 술술 나왔다. 나는 사진 찍기를 좋아하고, 여행을 굉장히 좋아하고. 카페라는 공간도 굉장히 좋아하고. 노래 부르기도 좋아하고. 발표하기를 의외로 재미있어하고. 막 적어보니 술술 잘도 나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내가 당장 사진 스튜디오를 차리기엔 돈이 없고, 여행 다니며 작가 노릇을 하기에는 밤마다 토닥여줘야 하는 토끼 같은 딸내미도 있고. 가수 되겠다고 슈스케 나가기엔 나이가 너무 많아져 버렸던 것. 이런 단편적 나열로는 앞서 고민한 것들과 접점을 찾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단편적인 것들 속에서, 나는 어떠한 포인트에 즐거움을 느끼는 것일까. 내 성취감의 포인트는 어디에 있을까. 거기에서 나는 몇 가지 단서를 포착했다.


나는 일단 하던 것보다는 새로운 것을 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 공학적 능력보다는 감각적 능력의 사용을 더 좋아한다는 것(심지어 공대 출신인데도), 여럿이서 하기보단 혼자 하는 것을 편하게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좀 좋게 포장을 했는데, 일을 마무리하기보단 벌리기를 좋아하고, 계산보다는 감으로 때리길 좋아하고, 독불장군이다. 라고 정리할 수 있으려나;; 일을 하면서 계속 새로움을 만날 수 있고, 미적 감각을 활용할 수 있으면서, 되도록 여럿을 거치지 않고 혼자 깔끔하게 해낼 수 있는 일. 거기에 앞선 고민에서의 단어들인 마케팅 경력, 사진, PPT 디자인.


나는 여기서 한 가지의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프레젠테이션 디자이너인데, 마케팅적 시각을 담아 내용을 컨설팅해 줄 수 있는 디자이너. IT에서 말하는 '기획하는 개발자, 개발되는 기획자'의 개념으로, 마케팅하는 디자이너. 이거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건축공학을 전공하고서는 내내 마케팅을 하다가, 스스로 디자이너가 되기로 한 사나이! 쫄리지만 해 본다.

디자인하는 마케터,
마케팅하는 디자이너


시장 조사를 바로 착수해 보았다. 프레젠테이션 디자인 업체들은 상당수 많이 눈에 띄었다. 그들에게서 눈에 띄는 점은 정말 디자인을 잘한다는 점이었고, 내용상의 특별함에 대해 언급하는 업체는 거의 없었다. 의뢰자의 콘텐츠를 완전히 이해하고, 의도한 방향으로 내용을 잘 포장하여 마케팅적 가치를 상향한 프레젠테이션을 만들어주는 디자이너. 컨설팅이 포함된 디자인 서비스. 투자를 유치해내는 스타트업의 발표, 입찰에 성공하는 경쟁 PT, 가장 흐름이 재미있는 강의안, 나를 어필하는 퍼스널 브랜딩 소개, 회사를 돋보이게 하는 소개 PT. 이들은 프로젝트 단위로 항상 새롭고, 디자인 능력을 요하고, 마케팅적 감각이 있어야 한다. 그것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은 나다!(라고 믿자!)


나는 이러한 확고한 자신감을 가지고 즉시 나를, 그리고 나의 서비스를 어필하는 자료를 만들기 시작했다. 다음 글에서 이 서비스 실험의 시간들에 대해서 또 이어서 수다를 떨어보기로 하고, 이즈음에서 마무리하겠다.


첫째, 둘째, 셋째 모두 성취감


인간은 성취의 동물이다. 왜 기쁜지에 대해 생각해 보면, 무언가를 해내었다는 것에 대한 기쁨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알 수 있다. 결국 질문들을 종합해보면 각기 다른 영역에서의 성취 포인트를 확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같은 질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예를 들면, 카페가 좋아! 보다는 커피 향이 좋은 것일 수 있고, 카페의 인테리어를 즐기는 것일 수 있다. 그럼 카페 운영보다 커피 블렌딩 전문가나, 인테리어 설계자가 되었을 때 더 기쁠 수 있지 않을까? 


말하고 싶은 것은 본질적인 성취 포인트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본질이 교집합 될 때에 도전해봄직한 비즈니스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나 생각된다. 나도 여전히 프레젠테이션 컨설턴트로서 수익을 내기 시작했고, 디자인에 대한 칭찬을 듣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를 '디자이너'라고 칭하는 게 아직은 간지럽다. 하지만 내용을 재밌게 디자인(마케팅)하고, 그것이 또 예뻐 보이도록 포장(디자인)해 내는 일을 적절히 섞어할 수 있는 이 일이 너무나 좋다. 분명 각자에게 이러한 독립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시대적으로 이러한 스몰 비즈니스들을 만들어내기에 너무도 좋은 환경이 만들어져 가고 있다.


 독립을 꿈꾸는 여러분들 모두 파이팅!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 진짜 내 손으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