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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인석 Sep 09. 2016

인생, 진짜 내 손으로.

연봉 6천을 버리고 선택한 내 멋대로의 삶


벌써 9월이다. 독립의 무더운 여름이 저문다.


삶의 커다란 변화의 파도를 일으킨 것이, 어느덧 반년이 넘게 흘러버렸다는 것이 실감이 나질 않는다. 그간 참 많은 변화를 겪고, 여전히 엄청난 변화를 경험 중에 있다. 참 바쁘다. 그나마 이제야 글을 좀 써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겨우' 들어 창을 열었다. 어디서부터 어떤 이야기를 꺼내면 좋을까? 나는 지금, 이제야 비로소 나의' 인생'을 '내 손'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건 참 즐겁고도 떨리고, 아주 차분해지면서도 엄청 긴장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하하.


연봉 6천을 내려놓고 결국 회사를 떠나다.


나는 그간 해온 일이 마케팅이었기에, 자극적인 단어 선정을 하는 것이 내 일의 절반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런 소제목이 흥미를 끌었다면 그래도 절반의 성공이라고 자평할 수 있겠다. 6천을 버렸다고? 웃기시네! 했다면 성공적. 하하;; 


나는 만 7년을 일하고 8년차가 되는 마케터다. 대기업에서 제법 후한 평가를 받던, 재주가 나쁘지 않은 마케터였고. 나름의 고집에 새로운 산업을 경험해보겠다고 떠나 옮긴 캐릭터 비즈니스 회사에서도 팀장님과 참 짝꿍이 잘 맞는 마케터였다. 나의 회사 생활은 크게 나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고, 좋은 인사고과에 연봉도 그럭저럭 올라 대략 연 6천 즈음을 받는 월급쟁이 회사원이었다. 


회사를 떠날 궁리는 언제부터 했었지?라고 되짚어보면, 모셨던 회사 어르신 분들께 조금은 죄송스러운 이야기지만 입사 이래로 그런 역심(;;)을 품고 회사 생활을 하지 않았던가 싶다. 유들유들 아주 만만하게 생겨먹은 나의 인상과는 다르게, 나는 너무도 이기적으로 느껴지는 '기업'이라는 존재를 배 불리기 위해 앞장서는 '앞잡이'가 되어야 하는 마케터의 역할에 대해 기본적인 회의를 가지고 있었다. (그럼 마케팅을 왜 했냐? 고 묻는다면 또 할 말이 많지만, 다음에) 게다가 따지고 보면 내 배를 엄청 불리는 일도 아니지 않은가! 커다란 성공적인 브랜드, 잘 팔리는 제품을 만들어 내도 그것이 내 것이 아니라 회사의 몫이라는 것도 왠지 배가 아팠다. 앞잡이 역할을 할 거면 차라리 온전하게 나를 위한 일이면 좋을 것을! (사실 혼자 하라고 하면 절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ㅎ)


브랜드에, 내 제품에 매달리다가 가끔 그런 생각을 했었다. 무엇을 위해 내가 이렇게 똥줄이 타고 있는걸까. 무엇?


이 정도 수준의 불만과 상상은 사실 모든 마케터들, 아니 모든 월급쟁이들이 빈번하게 겪어야 하는 수준일 뿐이고 그저 내가 좀 더 민감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나는 결국 회사를 떠났고, 지금은 그렇게 바라던(?) 온전히 내 배를 불리기 위한 고민(;;)과 함께 좋은 목적으로 에너지를 쏟을 궁리를 하며 보내고 있다. 생각보다 할 만하다. 그리고 되게, 진심 빡세다!


회사를 떠나는 과정, 독립 실험


나는 토끼 같은 딸내미를 얻은 지 이제 막 500여 일이 되어가는 초보 아빠이자, 예쁘고 똑똑한 아내가 있는 '가장'이다. 회사를 그만두던 때에는 사실 딸내미는 돌도 지나기 전이였다. 나는 어떻게 이러한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똑똑한 아내를 어떻게 설득하고? 그것은 꽤나 긴 고민이 앞서 있었고, 역시 또 꽤나 긴 베타 테스트의 기간도 있었기에 가능했다.


첫 번째 회사를 다니던 때에는 사실 독립의 꿈을 마음속에만 품었지 실제로 움직일 엄두가 나질 않았었다. 야근은 없는 회사였지만, 정말이지 너무 바빴다. 아침 8시부터 울려대는 전화에, 화장실에 응가하러 마음 편히 가기도 어려울 만큼 6시까지 미친 듯이 달리곤 했다. 그러고 났더니 자주독립의 꿈은 항상 인트로만 반복하고 끝나기 일쑤였다. 뭐 다 핑계일 수도 있고, 그래도 대기업 간판 달고 주말에 취미생활하고, 저녁에 맥주 한잔씩 하는 삶이 나쁘지 않았었을 수도 있다. 


도쿄에서 아침에 찰칵. 무표정한 출근길은 국적을 떠나 다 같은걸까. 난 항상 나의 직장생활에 대해 끊임없는 의문이 있었다.


너무도 루틴 한 삶이 되어가면서, 나는 변화가 절실해져서 아주 극단적으로 인사발령 희망을 너머 자체 회사 발령;; 을 하기에 이른다. 아예 다른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에 가서 마케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새로 옮긴 회사는 재미있었다. 정말 옮기기를 잘했다! 싶게 팀 사람들도 좋았고, 존경할만한 분들을 모실 수 있어 기뻤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솔직히 덜 바빴다. 그건 사실이다. 그래서 난 본격적인 딴생각에 착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죄송합니다. 팀장님.) 물론 그것도 생각만 구체화될 뿐이었고, 실제 움직이지는 않고 있었는데 회사에서 나의 등을 떠미는 사건이 터지고 만다. 웃는 얼굴의 '기업'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이기적'인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했던 사건. 너도 나도 모두가 피해자 뿐이였던 그 사건에 나는 분개했다. (이것도 큰 줄기에서 벗어나니 여기까지만 언급)


나는 그때부터 생각을 옮겨 회사의 점심시간과 퇴근 후 저녁마다 구체적인 액션을 시작했다. 과연 나는 내 힘으로 어느 정도의 가치를, 돈이 되는 일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독립 비즈니스를 만들어 조금씩 조금씩 살을 붙이기 시작했다. 그 과정이 약 반년이 넘는 시간에 걸쳐 천천히 진행되었고, 그즈음 회사가 없이도 내가 먹고 사는데 문제가 없겠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때 나는 회사에 퇴사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다.


이직이 아닌 독립을 위해 해야만 하는 고민과 실험 Tip


자, 사실 여기서부터가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인트로만 하고 다음 글에 이어가려고 한다. 이직이 아닌 독립을 위해 해야만 하는 고민, 준비되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의 경우, 1) 내가 좋아하는 것, 2) 내가 잘하는 것, 3) 내가 쌓아온 경력, 이렇게 3가지의 축에서 교집합을 찾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그것을 비즈니스로 만들어 볼 수 있겠는지에 대해 실험하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하였다. 3가지의 축에서 생각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은 각각의 요소를 단순히 '결과물'로 볼 것이 아니라 '본질'의 차원에서 고민해야 타협점이 나온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난 1) 여행을 좋아하고, 2) 컴퓨터를 잘 다루는데, 3) 구매담당을 해왔다.라고 툭툭 던져놓고 보면 교집합을 만들어내는데 조금 애를 먹을 수도 있다. 좋아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좋아하는 성향, 성취를 느끼는 포인트 등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는 게 좋겠고, 잘하는 것에 있어서도 그 잘하는 것에 포함된 능력의 속성에 대해서 생각을 해봐야 한다. 이 2가지에서 먼저 교집합의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나면 경력을 살려 만들어낼 수 있는 비즈니스가 있는지를 탐구해 봐야 한다.


또 하나는, 나가서 무언가를 한다고 한들 그것으로 또 평생을 먹고 살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게 좋다. 우리네 세상이 얼마나 빨리 바뀌어 가고 있는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지 않은가. 회사에 다니는 것이 그 보호막이 가장 큰 일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나와 독립을 할 것이라면 더 빨리, 더 많이 변화할 것이라는 각오를 하고 나와야 마땅하다고 본다. 그래서 단기/중기/장기 관점에서의 그림을 가져야 한다.


나의 케이스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 이어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나는 지금 2가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의 대표이다. 직원은 아직 나 혼자. 1인 기업이다. 언급한 2가지의 서비스는 각각의 파트너가 있어 실제로는 홀로 일하고 있는 모양새는 아니다. 내 직원이 아닌 파트너라고 해야할까. 스몰 비즈니스의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라고 하고 싶다. 생각보다 어렵고, 정말 바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자주적'이라는 면에서 만족감은 훨씬 크다. 


앞으로 쓸 글을 통해 고군분투 해온 나의 경험을 단계적으로 풀어보고, 또 고민도 담아 공유해 보려고 한다. 회사로부터의 독립을 꿈꾸는 당신, 세상의 벽이 너무 높게만 느껴져 쫄아있는 당신. 독립은 잘 준비하면 생각만큼 먼 뜬 구름은 아닌 것 같다. 아직 실제 독립 기간이 턱없이 짧은 내가 떠들 소리는 아닌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섣부른 외침 한마디 던져보자면, 회사는 전쟁터고 밖은 지옥이라는 말, 그냥 그러려니 흘려 믿지는 말기를! 회사 밖에도 다 사람 산다! 살만하다! 준비하는 자에게 다 살 길은 있는 법이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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