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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인석 Dec 14. 2016

라라랜드, 어쩌면 어딘가에.

최고의 영화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먼저, 본 글에는 영화의 내용이 상당히 언급될 수 있는 바, 되도록 영화를 보신 분들께서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써내려가려고자 하오니 혹시 영화를 보실 계획이 있다면 관람 후에 (꼭) 이 글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라라랜드'라는 적절한 어감.
내 안에 존재할지 모르는 세계.


참 바삐 일하며 사느라, 또 주말마다 아이와 키즈카페, 동물원 등지를 다니느라 나를 위한 영화를 보는 일이 참 오랜만이었다. 마침 아내도 연차를 썼고 하여 함께 극장엘 갔다. 그리고 이 영화를 숨죽여 보고 나서, 우리는 딱히 영화에 대해 길게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어쩌면 각자에게 존재할지 모를 라라랜드를 한번 생각해 보았을 수도 있고. 더더욱 어쩌면 하나의 라라랜드가 되고 말았을지 모를, 당신과 내가 함께하는 지금의 삶에 대해 감사를 깊이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라라랜드(La La Land). 참으로 깊은 여운을 남긴 영화다.

네이버 영화 발췌. <라라랜드>의 많은 뮤지컬 파트 중에서도 인상깊은 석양 속 장면.


영화에 대한 평론, 감상평을 적어보는 일은 나에게 매우 드문 일이기에 감독의 의도, 촬영 기법의 특별함, 배우의 특색과 미장센 등등을 논하는 것은 나에겐 불가능한 일이다. 너무나 놀랍게 이어지는 롱 테이크 씬, 아름다운 색감 연출, 멋진 음악. 칭찬할 수 있는 영화적 장치는 정말 차고 넘치는데, 이러한 요소들에 대한 해설은 다른 전문적인 글을 통해 힌트를 얻고 나서 한번 더 관람을 통해 느끼고 싶다. 무튼, 나는 영화상 마지막 챕터라 할 수 있는 <5 Years later...>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글을 열었다. 뻔한 할리우드식 결말을 예상하며 흐름을 좇던 나를 너무나도 놀라게 하였던, 그리고 그것이 지극히 더 '공감'되고, '현실적'으로 느껴져서 먹먹했던 그 마지막 챕터 말이다. 감독이 이러한 의도로 제목을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보고 느끼는 사람 각자에게 답은 있는 법이니까. 나는 그 챕터 속 세상을 '라라랜드'라고 칭하고 싶다. 나에게도 있고, 당신에게도 있고. 몇 번의 깊은 인연이 지나며 어른이 되어버린 모두에게 존재할 세계, '라라랜드'말이다.


평행우주가 있다면.


뜬금없는 우주론인데, 그런 이야기들 들어봤을 거다. 우리의 인식체계를 넘어서는 다차원 우주의 존재에 대해서. 수학적으로 막 풀이를 하다 보면 결국은 지금 나의 존재가 평행한 또 다른 우주 속에도 존재할 수도 있다는 것. 지금 나는 A를 선택하지만, B를 선택한 내가 존재하는 우주가 있다는 이야기. 그야말로 판타지 같은 이야기이지만 가능할지 모른다!는 설이 작가가 아닌 물리학자들에 의해 나온 것. 그것이 바로 이 '평행우주'라는 개념이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If의 실존'이라고 해야 할까. (여전히 수학 속의 세계이므로 실존은 아닐 수도.. 있지만!)


우리는 살면서 많은 선택을 하고, 최선인지 차악인지 모를 길들을 걷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if'를 가장 많이 떠올리게 되는 것은 어느 지점일까. 그것은 결국 '사람', 인연에 대한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그때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그때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이러한 수많은 '만약'을 가지고 술잔을 기울이고, 먼 하늘을 바라보고, 새벽까지 뒤척이곤 했다. 


네이버 영화 발췌. 피아노 연주가 흐르는 찰나의 시간동안, 그와 그녀의 평행우주는 순식간에 흘러갔다.


영화의 마지막 챕터에 들어가면서 주인공 '미아'가 키스하는 남자가 '세바스찬'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부터, 뻔하게 아름다운 할리우드식 로맨스의 결말은 완전히 깨지고 만다. 사실 생각해보면, 어쩌면 당연한 일 일지도 모른다. 남녀는 서로의 꿈을 깨닫게 해주었고, 그 꿈을 서로 응원하며 달리다 보니 너무도 바빠졌고. 그 지점에서 5년의 시간이 지난 어느 날이라면 그 옆을 지키고 있는 이는 예전의 짝이 아닐 확률이 실제로 너무도 높지 않은가. 시간도, 멀리 떨어져 있는 거리도, 무엇하나 당연하게 함께 계속 했으리라는 근거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완벽한 해피엔딩을 기대하며 영화의 마무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지 모른다. 


<Seb's>라는 바에 들어가면서 동요하는 '미아'를 보는 순간부터 우리의 가슴 또한 요동치기 시작한다. 그렇게 만난 두 사람은, 세바스찬의 연주 속 '라라랜드'에서, 그 평행우주에서 가능했을 법한 모든 if를 마주하게 된다. 두 사람은 내가 애초에 기대했던 그 완벽한(거짓말 같은) 해피엔딩을 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함께 성공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교통체증이 심한 도로 위를 피해 일탈을 하는 그 모든 행동에 함께 하는 이가 서로일 수도 있었음을 그 연주 속에서 만나게 된다. 그 행복한 그림을 보는 마음이 어찌나 먹먹하던지. 아쉽게도 그 우주는 지금 내가 존재하는 우주가 아녔음을.. 긴 여운의 마지막 건반을 누르며, 세바스찬은 청중들의 박수를 받으며 마무리하게 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옅은 미소를 띄운다.


나의 '라라랜드'를 떠올리다.


나는 결혼을 한 평범한 남자다. 너무도 예쁘고 넓은 마음의 아내를 만났고, 매 순간 눈이 마주칠 때마다 행복감을 주체할 수 없는 딸내미를 키우는 보편의 아빠. 나는 지금의 삶에 너무도 감사하며, 가끔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이 두 여성의 잠든 모습을 볼 때면 뭉클한 감동을 느끼기도 하는, 정말 그저 그런 평범한 남자다. (아닌가;;)


나에게도 몇 번의 깊은 인연은 있었고, 수만은 'if' 또한 존재하였다. 그 역사들이 누적되고 쌓여 지금 이 우주의 나는 만들어졌다. 요령이 생긴, 제법 약아진 나는 지금의 아내를 놓치지 않기 위한 필사의 노력(!) 끝에 결혼에 성공하였고 지금의 행복을 쟁취해 낼 수 있었으니 수많은 평행우주 속 나 중에서 제법 성공한 지위에 속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이렇게 굳은살이 제법 박인 나의 멘탈임에도 이 영화를 본 직후 떠오른 'if'가 있기는 하였다. 나는 아내를 서운케 하는 일은 결코 하고 싶지도 않고, 그것이 그저 내 안,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일지라도 거부하고 싶기에 이야기가 더욱 조심스럽지만, 분명 떠오른 '만약'이 있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떠오른 그 평행우주 속 대상도 이 영화를 보았을 때 같은 생각을 하게 될까. 이런 생각이 드니 잠시 먹먹한 기분이 들었다. 딱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를, 그런 기분이었다. 만약에. 만약에 그랬었다면.


라라랜드의 결말을 어떻게 해석하시나요? 라고, 이미 보고 난 분들께 여쭙고 싶다. '그렇기에 이것은 새드엔딩인가요?' 라고 말이다. 나는 분명 짧은 순간 옛 인연의 '만약'에 대해 떠올려본 것도 사실이지만, 이 영화의 마지막을 두고 아쉽고, 슬프다 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현실적인 해피엔딩이 아닐까? 


포스터 문구에 이견을 달 수 없다. 마법이었다.


마지막 지점에서, 영화는 당연히 주인공 두 사람의 시간을 쭉 쫓아왔었기에 어긋난 그 둘의 인연에 대한 아쉬움을 관객에게 남길 여지를 더 많이 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그 '라라랜드'를 현재의 나에게 대입했을 때 지금이 얼마나 감사한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만약 지금 나의 아내를 만나게 되었던 그 소개팅을 거절했었더라면. 처음 선물하던 쪽지에 썼던 메시지에 다른 이야기를 했더라면. 프러포즈가 계획대로 되지 않았더라면. 신혼집이 그곳이 아니었다면. 참으로 가정은 끝도 없어서, 그 연속되는 모든 선택을 통해 지금의 아내와 딸이 있다고 생각해보면 그 이상의 기적이 없다. 그저 고마울 뿐이다. 


꿈을 좇는 바보의 이야기로서의 '라라랜드'


남녀 간의 인연에 대한 관점에서 적어내려 왔다면, 사실 또 하나의 이야기가 영화 속에 존재한다. 꿈을 좇는 바보들. 계속 스스로에게 반문할 수밖에 없는,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 이것 또한 무한의 평행우주가 펼쳐지는 화두다. 사실 지금의 내가 누구보다도 꿈을 좇는 바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이유는 필자의 다른 포스팅을 읽어보시면 아실 수도!) 적어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세바스찬과 미아 모두에게 해피엔딩이 된 영화이기는 하다. (자아실현, 꿈에 대한 희망을 꺾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감독께 감사하다. 하하.) 또 하나의 긴 글이 될 수도 있을 이 화두에 대해서는 그저 짧게 접어 넣어 보려고 한다. 어찌 되었든 한번 힘껏 달려보자는 것. '꿈이 현실이 되도록 힘껏 뛰어보자'는, 참 지루하도록 오랜 조언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저 if로 남는 라라랜드가 되지 않기 위하여!


결론.총평. 꼭! 꼭! 꼭! 보세요!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영화다. 음악부터 시각적 미장센, 어떻게 이렇게 한번에 찍었지? 싶은 의문을 자아내는 촬영기법까지 영화적 장치들 모두 수려하고! 이야기의 전개 방식 또한 어렵지 않아 가슴으로 바로 내려간다. 사랑과 꿈을 되새김질하게 만든다. 이 영화, 정말 '인생영화'로 추천한다. (사실 본인은 그닥 영화광이 아니라 많은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하하.) 글을 시작할 때 땄던 맥주 한 캔을 진작에 비워놓고 애꿎게 빈 캔을 몇 번 홀짝였다. 이 영화, 참 여운이 깊다.



※ 참고 : 라라랜드 영화 오피셜 사이트  http://www.lalaland.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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