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크리스마스가 싫었다.

by 세아

휴일이 다가올 때에는 모두가 설렘과 행복에 가득 차있다. 주말만 와도 설레는데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이면 그 기대는 배로 커진다. 그런데 막상 그날에 내가 하는 특별한 일들이 없어서인지 전보다는 휴일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었다. 솔직히 한 달 동안 기다렸을 크리스마스가 하루 혹은 이틀 만에 끝이 나는 것 아닌가? 막상 그날이 되어 보면 하루가 매우 짧다. 바쁘게 흘러가거나 마음대로 안 풀린다.


크리스마스가 얼마 안 남았다. 큰 마트에는 곳곳에 트리가 세워져 있고, 카페나 식당에서는 캐롤이 울려 퍼진다. 달력에는 선물과 산타 모자가 새겨져 있다. 예전에는 선물 때문에라도 크리스마스가 마냥 좋았지만 이제는 싫다기보다는 좀 늦게 왔으면 싶다. 크리스마스라는 사실은 벌써 한 해가 지나갔다는 사실이니까 말이다. 여기서 나이를 먹지 않고 그냥 살고 싶은데 그런 쓸쓸함과는 달리 크리스마스는 너무 신난다.


확실히 휴일에는 사람을 신나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사람을 신나게 하고 기대되게 하는 무언가 말이다. 그런데 사실 휴일도 혼자 보내면 딱히 재미가 없다.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누군가와 함께 보내는 게 진정한 휴일의 재미를 찾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하지만 그 누군가는 대부분 가족인 경우가 많다. 물론 가족하고 휴일을 보내는 것이 나쁘다는 건 절대 아니지만, 거의 모든 휴일을 가족하고 보낸 입장에서는 가끔씩은 또래와 함께 휴일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문제는 휴일에는 모두가 각자 약속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휴일에 대한 로망이 조금(좀 많이)있는 나로서는 슬픈 일이다. 그래서 더욱더 휴일에 대한 기대가 사라졌다. 특히나 그냥 주말이 아닌 다른 특별한 의미가 있는 휴일은 그냥 ‘쉬는 날’로만 나에게 느껴진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휴일에 설레어하고 즐거워하며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나 혼자 휴일을 특별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휴일은 보통 학교나 직장에 가지 않는 날인만큼 다른 날들보다 자유시간이 많다.(물론 그 시간에 공부나 학원 보충수업을 하시는 분들도 많다.) 그 자유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다른 날과는 다른 그날만의 특별한 일들을 해보는 것이다. 평소 사 먹지 않던 조금 비싼 음식이나 간식을 사서 먹거나, 내가 아끼는 옷을 입고 나가거나, 새로운 머리스타일을 도전해 보는 등의 일들 말이다.


그러다 보면 가끔씩은, 어쩌면 1년에 한 번 정도는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친구에게 연락이 오기도 한다. 그런 날은 내가 딱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특별한 날이 된다. 한동안은 나도 친구에게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거나 내가 먼저 연락을 걸어 보기도 했지만 각자의 약속과 일들 때문에 쉽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엄청난 기대는 버리되, 희망 한 줄 만은 놓지 않은 채로 휴일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모든 휴일의 마지막에는 많은 감정들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휴일이 끝난다는 것에 대한 슬픔과 휴일에 있었던 일들을 회상하며 드는 아쉬움과 뿌듯함 같은 감정들. 그런 감정들이 밀려올 것을 알기 때문에 점심쯤만 되어도 괜히 불안하고 벌써 초조해지는 기분이 든다. 나는 가끔씩 휴일과의 끝자락에서 망상에 잡히곤 한다. 잠이 들기 전까지 내가 갑자기 끌린 생각이나 일들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다. 혹은 삶에 대한 의문을 스스로 던지고 답해보기도 한다.


나는 휴일이 싫었다. 너무 빨리 지나가고 오히려 후회만 남기는 것 같아서 싫었는데 이제는 조금 좋아졌다. 주변환경과 내 마음가짐 때문인 것 같다. 꼭 여럿이 아니더라도 혼자서 특별한 일을 만들어보니 그날까지 특별해진 게 아닐까 싶다. 이 세상 모든 날들이 다 특별해지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