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고백, 사람 고백

사랑에게나 사람에게나 고백하는건 어렵기 마련인가 보다.

by 세아

고백. 이 두 글자는 간질간질한 느낌이 든다. 사실 고백이란 말이 사랑을 고백할 때만 쓰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무슨 고백이든지 간에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있는 이야기를 밖으로 꺼내어 누군가에게 들려준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고백을 했다는 말을 들을 때면 그 사람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고백하는 데에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이 뭔지도 잘 모르고(아직도 잘 모르지만) 친구들에 휩쓸려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던 시절에 여러 친구들의 고백 스토리와 사귄 경험담을 많이도 들었었다. 그중에서 나랑 친했던 한 친구가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아이의 이야기를 나에게만 은밀히 털어놓았던 일이 제일 생생하다.

그 친구는 그 이야기를 꺼내기까지 내 앞에서 계속 고민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서 고백도 해보지 못하고 그 친구의 짝사랑은 끝나 버렸지만 말이다. 나는 그때 속으로 그 친구를 약간 부러워했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이 들지 쉽게 짐작하지 못했고 내가 못 해본 것을 경험한 그 친구에게 그 감정을 얘기해달라며 말해본 적도 있었지만 나는 결국 이해하지 못했다.

한때는 나도 그 사랑이란 간질간질한 감정을 한번 경험해보고 싶어서 내 주변의 사소한 일에도 과몰입하며 모든 것에 의미를 붙이던 시절이 있었다. 확실히 그때 아주 잠깐이었겠지만 설렘을 느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그 감정은 사랑이란 감정의 발끝에도 훨씬 미치지 못해서 아쉬워하다가 이대로 영원히 사랑을 느끼지 못할까봐 절망하기도 했던 재밌는 기억도 있다.

노래도 사랑에 대한 노래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심지어 학습 만화책에 나오는 초등학생들도 사랑을 한다는데 이건 마치 세상이 나를 왕따시키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전에 심심하던 차에 ‘사랑이란 무엇일까’이라는 제목으로 쓴 글이 하나 있다.


사랑. 너는 과연 존재하는 걸까? -중략- 전부터 감정이란 게 실제로 존재하나 싶어. 사람들이 모두 만들어놓은 것 같거든. 이건 행복이라 이름 붙이고 이건 슬픔이라 이름 붙인 건 모두 사람이잖아? 과연 그 감정의 정체들만이라도 원래 있었던 걸까 싶어. 특히 사람들이 사랑이라 부르는 그것 말이야. 느껴보지 않아서 모르겠어. 어떤 사람들 말로는 자신보다 더 소중한 사람이 있으면 그게 사랑이라 하던데 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생길까? 내가 나보다 더 소중하다고 느끼는 사람. 사실 아직까진 사랑이 소유욕 같아 보이기도 하고 핑계 같아 보이기도 하고 거짓말 같아 보이기도 하는데 어떨 때 보면 진짜로 있는 것 같기도 해. 아이를 위해 희생한 부모라든지 말이야. 왜 실체가 없는 것들은 이토록 사람을 괴롭게 할까? -중략- 왜 나에게 이런 고민을 하게 만들까. 굳이. 그냥 한번 사랑이 찾아오면 되는 것을 왜 일을 어렵게 만들어 밤낮으로 울게 만들까. 차라리 한 번 찾아와 주었으면 좋겠어. 네가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잡아서 아무리 못 이뤄질 사랑이라도, 짧게라도 네가 잠깐 내 마음에 머물다 사라졌으면 좋겠어. 허무하게 끝날 짝사랑이든 아예 사랑을 한다는 걸 알릴 틈도 없이 사라진 짧은 눈 마주침이든 어떻게라도 네 존재만을 확인 할 수 있었으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 아니면 누군가가 나를 자신보다 더 소중히 대해준다면 너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제서야 믿을 수 있을 것 같아. 아직은 잠깐 너를 내 머릿속에서 내보내 놓을게. 물론 내 마음대로 되진 않겠지만 노력이라도 해봐야 마음이 좀 편할 것 같아. 그럼 그날까지 잠깐의 안녕을 고할게.



좀 서툰 글이기는 하겠지만 그때의 내 진심이 담긴 글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지금은 예전만큼 그렇게 불안하거나 초조하지 않다. 나는 아직까지도 사랑을 해 본적이 없고, 그게 아니더라도 내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온전히 내비치는 ‘고백’을 하는 것도 어렵다. 전에는 사랑이었다면 이제는 사람에 관심이 더 간다.


나는 내 마음을 남에게 표현하는것에 서툴다. 남이 상처받을까봐 수없이 고민하고 한마디를 꺼낼 때도 있는 반면 나도 모르게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이 툭 나올 때도 있다.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진심을 고백하는 방법에 대해 언젠간 알 수 있을까? 사랑에게나 사람에게나 고백하는건 어렵기 마련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