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이 카페

by 세아

이것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아주 작고 작은 이야기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한 아파트 반지하의 구석 어딘가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보따리를 힘들게 둘러매고 사람들의 발에 치이는 것을 피해서 드디어 개업 장소에 도착한 곰돌이는 화단을 가로질러 아는 사람만 안다는 작은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인기척 없는 지하실은 깜깜하고 휑했다. 주변을 더듬더듬 짚어 보며 지하실의 한 구석에 있는 가게 안에 도착했다. 스산한 기운을 풍기던 지하실과는 다르게 가게 안은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었다. 곰돌이는 가지고 온 조명을 천장에 달고 불을 켰다. 은은한 노란색 조명이 가게 안을 비추자, 어느새 그럴듯한 카페 느낌이 났다.


새 카페를 차리려면 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다. 우선, 빗자루를 집어 들고 가게 안을 쓸기 시작했다. 바닥이 어느 정도 깨끗해지자 걸레로 테이블과 벽을 닦았다. 먼지가 많았던 곳이 금세 말끔해졌다. 청소를 끝낸 후 보따리에 바리바리 싸 들고 왔던 인테리어 소품들을 줄줄이 꺼냈다. 커튼, 액자, 화분, 러그, 테이블보, 슬리퍼 등등. 물건들에게 각자 제 자리를 찾아주니 한데 어우러지며 포근한 느낌을 주었다.

다음은 주방 차례였다. 텅 빈 냉장고의 전원을 켜고 아이스박스에 담아 온 각종 음료들을 넣었다. 밀가루와 소금, 설탕 같은 재료들도 용기에 담아서 주방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음료와 함께 먹기 좋은 쿠키를 만들기 위한 밀대와 볼, 그리고 귀여운 접시들은 선반 위에 차곡차곡 쌓았다. 생과일주스를 만들 때 과일을 갈 믹서기는 주방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큰맘 먹고 사놓은 비싼 유리컵들은 깨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손님들의 이야기를 담을 이야기병은 카운터 옆에 조심히 세워두었다. 어느새 주방도 활기를 되찾았다.


이제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카페의 구색을 갖춘 것 같았다. 곰돌이는 한숨 돌리려 푹신한 흔들의자에 쓰러지듯이 앉았다. 이곳으로 카페를 차린 것에는 이 흔들의자가 한몫했다. 다른 카페에서는 주방에 의자가 없거나 있어도 심플하고 딱딱한 의자만 있지만, 이곳에서는 신기하게도 주방에 의자가 있었다. 그것도 푹신한 흔들의자가 말이다! 주방은 카페 공간하고 엄연히 분리되어 있어서 손님이 없을 때는 주방에서 나가지 않고도 편히 쉬고 있을 수 있다.

개업까지는 딱 일주일 남았다. 그동안 이곳에 부족한 재료들도 채워 넣고, 카페 메뉴판과 간판도 만들어야 한다. 시간이 그리 많은 건 아니지만 혼자서도 준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카페 이름은 뭐로 지을까 고민하다가 그런 복잡한 것들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우선은 좀 쉬고 싶었다.


창밖으로 붉은 노을이 보였다. 붉은 햇빛과 파란 하늘이 어우러진 색깔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동그란 해가 모습을 감추고 그 붉은빛이 사라지면, 다른 불빛들이 서서히 도시를 장악한다. 사람들의 복작이는 소리와 자동차들의 기계음은 더욱더 커지고 동물들도 이에 지지 않겠다는 듯이 소리를 높인다. 너무 밝고, 너무 시끄러워서 낮보다 더 낮 같은 밤이다. 흔들의자가 삐걱대며 흔들리는 소리는 바깥의 소리와 경쾌하게 어우러지며 지친 곰돌이의 잠을 돕는다.

어느샌가 정적만이 감도는 카페 안에서는 옅은 불빛만이 존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