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말고는 뭐를 좋아하는데?-(2)
글 특성상 시네마 천국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에 민감하신 분은 감상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해당 영화를 감상하시고 읽어주시면 더욱 깊이 공감하실 수 있습니다
불안한 날에는 새로운 영화가 눈에 잘 안 들어온다.
요즘 영화들은 전부 너무 똑똑하다.
메시지도 많고, 교훈도 많고, 화면도 너무 깨끗하다.
내 멘탈 상황에 비해 과하게 건강하다.
그래서 그럴 때는 클래식한 영화를 찾게 된다.
직관적이고 단순하며 조금 삐뚤어진 나의 마음의 상태처럼 조금은 깨끗하지 않은 화면과 호흡이 맞는다.
그중에서도 내가 제일 먼저 찾게 되는 영화는 시네마 천국이다.
이 영화를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알프레도이다.
필름 냄새가 베인 영사실에, 토토의 마음을 가만히 경청해 주고, 필요할 때 등을 살짝 밀어주는 그 어른
영화 밖에서 보기 어렵고 현실에서는 더더욱 보기 어려운 사람.
왜냐면 나에게는 알프레도 같은 어른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릴 때도 없었고, 어른이 된 지금에도 없었다.
진지하게 고민을 들어주는 어른도 없었고, "그건 네 마음이 맞아"라고 말해준 어른도 없었다.
나름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내가 스스로를 키우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좋게 말하면 자수성가고, 나쁘게 말하면 방치의 결과물이다.
뭐, 둘 다 맞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알프레도에게 이상하게 집착한다.
(방 문 앞에도 알프레도의 얼굴이 있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토토를 다정하게 키워준 그 역할을 현실에서 나는 찾지 못했으니깐.
영화 속 어른에게서 배운 감정들이 실제로 내 삶의 빈 구석을 조금씩 채웠다.
슬픈데, 또 그렇다고 완전히 나쁜 것도 아니다.
알프레도가 말한다.
“토토, 네가 영사실 일을 사랑했던 것처럼, 무슨 일을 하든 네 일을 사랑하렴.”
이 말은 사실 큰 교훈처럼 들리지만 나는 그보다 '한 때 뜨거웠던 마음은 완전히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천천히 떠올리게 되는 쪽으로 해석하는 게 좋다.
그리고 그걸 나는 어른에게서 배운 게 아니라 영화에게서 배웠다.
조금 웃기지만 그게 사실이다.
그리고 또 깊이 공감하게 되는 다른 명대사도 있다.
“인생은 영화와는 달라. 인생이 훨씬 더 힘들지.”
맞는 말이다.
근데 나는 솔직히 현실이 너무 힘들어서 영화를 더 붙잡은 사람이다.
현실은 대사가 없고, 카메라도 없고, 배경음악도 없다. 그냥 힘들다.
그래서 버티기 위해 영화가 필요했다. 어른이 없으면 사람은 자기 방식대로 살아남는다.
나는 그냥 영화 쪽을 택했을 뿐이다.
그래서 시네마 천국은 내가 좋아하는 영화라기보단 나의 결핍을 덜 아프게 만드는 영화다.
알프레도 같은 어른이 현실에는 없었지만, 영화 속엔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어른에게서 내가 배우지 못한 것들을 조금씩 배웠다.
누가 나에게 "너에게 멘토 같은 어른은 누구야?"라고 묻는다면 나는 조금 부끄럽지만 진지하게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영화라고 영화 속의 알프레도라고
어른 대신 영화가 내 마음을 키워줬다고
나는 이 영화를 보면 불안이 조금 가라앉는다.
숨이 약간 편해진다. 내일을 살만큼
요즘 같은 세상에서 이 정도면 거의 기적이다.
그래서 당신에게 내일을 살만큼 숨을 약간 편하게 해주는 것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