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몽골 서부 1700km 횡단

by Bora

몽골의 서쪽 끝은 알타이 산악 지역이다.

해발 1,500m에서 2,500m 이상까지 높은 산들이 이어지는 이곳에서는 한여름에도 하얀 빙하를 볼 수 있고, 맑은 물과 숲도 자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산과 계곡을 지나려면 덜컹거리는 비포장길을 달려야 한다. 바얀울기 주의 중심지인 울기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도 포장도로는 사라진다.


우리는 울란바토르에서 울기까지 갈 때는 항공편을 이용해 알타이 산악 지역을 돌아보고, 돌아올 때는 육로로 이동하기로 했다. 몽골 서쪽 끝 바얀울기에서 수도 울란바토르까지는 약 1,700km 거리. 도저히 하루 만에 갈 수 없어, 중간에 네 번 숙박하며 이동하는 대장정이었다.


울기에서 울란바토르까지 이어지는 도로는 깔끔하게 포장돼 있었고, 도로 표지판에는 'AH-4'라고 적혀 있었다. 바로 유라시아 대륙을 연결하는 국제 고속도로망인 아시안 하이웨이 중 하나다.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시작해 몽골, 중국을 지나 파키스탄 카라치까지 이어지는 4번 도로의 일부를 달리는 셈이다.


푸른 숲과 너른 들판, 청정한 호수, 멀리 보이는 설산이 어우러진 알타이 산악지대를 지나면, 고비알타이 지역이 이어진다. 끝없이 뻗은 직선 도로, 파란 하늘 아래 낮게 깔린 뭉게구름, 그리고 평원 너머 나지막한 산들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고개 하나 없는 평탄한 땅 위에 광활한 초원이 펼쳐진다.


알타이와 고비의 중간쯤인 고비알타이에 가까워지면 점점 녹색이 사라지고, 나무들은 보이지 않으며 연한 초록 들판이 드문드문 나타난다. 고비알타이를 지나면 남쪽으로는 곧바로 고비 사막이 시작된다. 누런 모래가 펼쳐지고, 황톳빛 모래바람이 휘몰아치는 지역이다.

‘고비’란 몽골과 중국에 걸쳐 있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사막이다. 몽골어로 ‘거친 땅’이라는 뜻인데, 그 말 그대로의 풍경을 보여준다.

울란바토르까지 나흘을 달리는 동안 ‘도시’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은 거의 없고, 제대로 된 숙소가 있는 마을은 고작 서너 곳뿐이다. 마을과 마을 사이의 거리는 너무 멀어서, 가도 가도 끝없이 황량한 풍경만 계속된다.


‘사막은 늘 건조하다’는 선입견과 달리, 고비에서는 비를 만나기도 했다. 비가 쏟아지면 도로는 순식간에 물에 잠기고, 사방으로 물길이 생긴다. 물이 귀한 지역이라 그런지, 몽골에는 배수로나 하수관 같은 개념이 거의 없어 보인다. 하지만 비가 그치고 나면 불과 반 시간 만에 물이 빠지고, 언제 비가 왔었나 싶게 대지는 다시 바짝 말라버린다. 비가 오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무지개는 또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우리나라 봄철 황사의 발원지가 바로 이 고비사막이다. 한 번 바람이 불면, 산 하나 없는 평원 위의 도로에는 흙먼지바람이 휘몰아치고,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다. 자칫 차량 밖에서 모래바람을 만나면 온몸이 흙먼지로 범벅이 된다.


지루할 수 있는 도로 위에서 가끔 반가운 침입자들도 만난다. 쌍봉낙타 무리가 도로를 가로지르며 차를 멈추게 하고, 수백 마리의 양 떼나 염소 떼, 때로는 말 떼가 길을 건너기도 한다. 어떤 때는 소 떼가 아예 도로 위에 퍼질러 앉아, 아무리 클랙슨을 눌러도 모른 척 딴청을 부린다.


동물들에게 도로 따위는 상관없을 테고, 반대편 풀밭이 더 맛있어 보이는 것도 아닐 텐데, 왜 저렇게 자주 도로를 오갈까. 도로 양옆을 넘나들며 풀을 뜯는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이렇게 넓은 대지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고 자라는 소들은 분명 육질도 다를 것이다. 사료나 항생제와는 거리가 먼 소들. 소를 보며 소고기를 떠올리는 인간의 속마음이라니, 참.


몽골 횡단 도로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들판 여기저기에 버려진 자동차들이다. 멀리 들판에 생뚱맞게 놓인 자동차를 가까이 가서 보면, 타이어도 없고, 엔진도, 시트도, 핸들도 없이 뼈대만 남은 '해골 자동차'다.


이 차들은 도로에서 한참 떨어진 곳까지 왜 들어갔을까. 이런 황무지에서 차가 멈췄다면 운전자는 어떻게 집까지 돌아갔을까. 지나가다 쓸 만한 부품을 처음 떼어 간 사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상상만으로도 이야깃거리가 쏟아지는 풍경이다.


고비에서 만나는 화장실은 자연의 순환을 곰곰이 생각하게 만든다. 초원에 띄엄띄엄 자리한 게르에서는 사방 어디든 화장실이 된다. 아이들은 게르 문 앞에서도 서슴없이 볼일을 보고, 어른들은 조금 떨어진 풀밭에서 자연스럽게 해결한다. 따가운 햇빛이 모든 것을 빠르게 말려주니, 오히려 부담 없는 구조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는 게르에서 떨어진 곳에 구덩이를 깊게 파고, 삼면을 낮게 막은 후 나무판을 덧댄 야외 화장실이 있다. 길고 긴 서부 횡단 도로 주변에도 띄엄띄엄 공중화장실이 있다. 어떤 곳은 남녀 구분까지 되어 있지만, 대부분은 삼면만 막혀 있고 문은 없다. 수십 년 전 중국에서 봤던 화장실 구조와 비슷하지만, 몽골은 상황에 따라 훨씬 더 원시적이다.

동방예의지국의 처차로서, 발끝조차 내밀기 꺼려지는 ‘변소’에 어쩔 수 없이 들어가야 할 때도 많았다.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건, 입구가 언제나 도로 쪽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도 없는 초원 쪽으로 입구를 내면 될 텐데, 왜 차들이 씽씽 달리는 도로 쪽을 향하고 있을까. '어차피 한 번 스쳐 지나가는 차들인데, 상관없다'는 생각일까?


화장실 구조도 가지각색이다. 어떤 곳은 방 하나 크기의 너른 공간에 나무판을 얼기설기 깔아 둔 형태다. 마주 보며 집단으로 볼일을 보라는 건가? 자칫 발이라도 빠지면 큰일 날 것 같다. 이처럼 이해하기 힘든 다양한 화장실 풍경도, 몽골 횡단 중 피할 수 없는 ‘진풍경’이다.


수도 울란바토르에 가까워질수록 길이 자주 막힌다. 울란바토르는 전체 인구의 절반인 약 170만 명이 살고 있는 도시이지만, 서쪽 방향에서의 진입 도로는 단 하나뿐이다. 그 탓에 병목현상은 피할 수 없다. 초원이 그렇게 넓은데도 다른 간선도로 하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체된 도로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몽골에 대한 새로운 궁금증이 하나 더 늘어난다.


눈부신 파란 하늘 아래 그림처럼 낮게 깔린 구름, 한바탕 소나기 뒤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일곱 빛깔 무지개, 그리고 도시의 회색 연기와 대자연이 공존하는 그 땅. 몽골의 민낯을 오롯이 만났던, 나흘 간의 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