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이탈리아와 한국의 의료시스템 비교 (2)

한국의 골절 수술 체험

by Bora

귀국 후, 친한 동네 사람들과 저녁을 먹으며 수술 이야기를 신나게 했다. 3년 전 비슷한 사고를 당했던 지인은 수술 후 2주간 깁스를 했다가 풀었는데, 지금도 팔이 제대로 펴지지 않는다고 했다. 내 팔과 비교해 보니, 나는 오히려 온전히 펴지는 편이었다.


파브리 박사는 수술 다음날부터 팔에 힘(무게)만 주지 말고 접었다 펴는 운동을 꾸준히 하라고 당부했었다. 병원마다 다르겠지만, 관절은 석고 깁스를 한 기간만큼 굳는 것 같다.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집 근처 불광역에 있는 정형외과 전문병원을 찾았다. 로마의 국제병원과 서울의 중소 전문병원을 비교하는 게 어쩌면 무리일 수 있지만, 이번에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의 민낯을 경험한 듯했다.




수술한 지 거의 두 달이 지난 시점에 X레이를 찍었더니 뼈는 80% 정도 잘 붙고 있다고 했다. X레이 비용으로 내가 낸 금액은 9천 원, 공단 부담은 1만 3천 원. 이탈리아에서의 24만 원에 비하면, 우리나라 의료비는 정말 저렴하다.


그런데 의외였던 건, 이미 수술 후 두 달이 지났는데 항생제, 근육이완제, 소화제, 파스를 처방해 준 점이었다. ‘웬 항생제?’라는 생각과 함께, 수술 다음날부터 항생제 없이 깔끔하게 끝낸 이탈리아 치료가 떠올랐다. 나는 처방전을 받아 그냥 버렸다. 물리치료도 매일 받으라고 했지만, 그날만 받고 가지 않았다.


6개월 후 철심 제거 수술을 하러 오라고 했다. 파브리 박사는 1년 후 제거하라고 했지만, 빨리 빼준다면야 고마울 따름이다.


게다가 여행자보험으로 귀국 후 연계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은 보험 종료일부터 6개월 이내라고 한다. 나는 한 달 이상 더 여행을 하고 돌아와 간신히 그 기간에 맞출 수 있었다.


지난주 수술 날짜를 잡으러 병원에 갔다. 날짜만 정하고 오려했는데 의사는 당장 입원해 다음날 수술을 하자고 했다. 수술 전날 입원, 수술 후 2박 3일 후 퇴원이란다. 복잡한 골절 수술도 다음날 퇴원했는데, 철심 제거에 2박 3일 입원이라니 의아했다.


의사는 실손보험이 있냐고 물었다. 실손보험은 없고 여행자보험은 있다고 하자, 간호사가 와서 얼버무리듯 설명했다. 수술에 필요한 비보험 진료가 몇 가지 추가된다고. 심장 초음파 검사에 48시간 무통주사 등등.


부분 마취에 심장 초음파?

철심 제거에 48시간 무통주사?


뭔가 수상하다고 느꼈지만, 갑작스러운 입원과 이어지는 설명에 얼떨결에 서류마다 사인을 했다. 비보험 진료비만 210만 원이었다.


밤부터 링거를 맞기 시작했다. 수술은 오전에 시작해 30분 만에 끝났다. 수면 내시경 정도의 수면 마취 후 깨어나니 팔에 무통주사가 꽂혀 있었다.


저녁부터 식사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속이 메스꺼워 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항생제 주사가 링거줄을 타고 몇 시간마다 투여됐고, 먹는 약도 나왔다. 진통제, 근육이완제, 항생제, 소화제. 주사로 맞고, 약으로 먹고, 무통주사까지 계속 들어왔다.


밤이 깊어지자 속의 메스꺼림은 점점 심해졌다. 사방이 조용해지니 무통주사 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똑, 똑.’


몇 초마다 떨어지나 재 보니 20초마다 한 방울이었다. 이미 주사로 진통제를 맞았고 통증도 전혀 없는데, 계속 들어오는 이 주사액이 메스꺼림의 원인인 듯했다. 신경이 쓰여 잠이 오지 않았다.


결국 새벽 3시쯤, 휴대폰 불빛을 켜 무통주사 기계의 ‘Stop’ 버튼을 눌렀다. 똑똑 소리가 멈추나 싶더니 조금 있다가 기계에서 ‘삐삐’ 소리가 났다. 다시 on/off 스위치를 눌렀다.


이번엔 연결된 관이 신경 쓰였다. ‘그냥 몸속으로 흘러들어 가는 거 아냐?’ 싶어 간호사실에 가서 메스꺼워서 껐다고 하니, 링거줄의 연결 스위치를 돌려 막아줬다. 빼는 건 다음날 처치 때 해 준다고 했다. ‘48시간 맞을 걸 반나절만 맞았으니 깎아주겠네’ 하고 속으로 생각했지만, 간호사는 가볍게 “그럼 이건 폐기처분할게요.” 하고 끝이었다.


나중에 대학병원에 있는 지인에게 얘기했더니, 그게 바로 미국에서 맞으면 좀비처럼 움직인다는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이라며, 철심 제거에 사용한 것에 분개했다.


진통제도 불편했지만, 나는 항생제가 더 부담스러웠다. 두 시간 넘는 수술에도 당일 하루만 항생제를 쓰고 이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이탈리아 치료와 비교되었기 때문이다.


이번엔 주사로 서너 번 항생제를 맞고, 먹는 약으로도 항생제를 줬다. 약은 받자마자 먹지 않고 슬쩍 버렸지만, 주사는 피할 수 없었다.


나는 병원에서 하루라도 빨리 나가기로 했다. 수술 당일부터 계속 하루만 있다가 퇴원하겠다고 요구했다. 간호사와 의사는 적어도 2박 3일은 있어야 한다고 했지만, 결국 요구를 받아들였다. 간호사는 왜 그렇게 서두르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집에 빨리 가려고 하세요?”라는 질문에, ‘항생제가 싫어서요’라고 말할 수도 없으니 그냥 웃으며 빠져나왔다.


상처 드레싱도 매일 필요할까 싶었지만, 매일 오라고 했다. 다음날, 사흘 뒤, 일주일 뒤에 갔다. 갈 때마다 항생제 주사는 빠지지 않았다. 심지어 실밥을 빼는 날에도 항생제 주사를 맞았다.


수술비는 250만 원이 넘었는데, 그중 비보험 진료비가 210만 원이었다. 퇴원 후 여행자보험 국내 의료비 약관을 꼼꼼히 살펴보니, 건강보험 급여는 20%, 비보험 급여는 30%, 통원 치료는 회당 1만 원의 본인 부담이 있었다. 결국 본인 부담만 70만 원이 넘었다.


보험금은 청구 나흘 만에 본인 부담금을 제외한 금액이 입금됐다. 깔끔하게.

실밥을 빼낸 팔도 깨끗하게 아물었다.




작년 의대 증원 문제로 시작된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의 갈등은, 전 국민이 피해를 보고 있는 중이다. 이번 경험으로, 불필요한 비보험 진료와 과잉처방, 항생제 남용의 문제점을 몸소 겪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도 적지 않다. 앞으로는 더 경각심을 갖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며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