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올해는 이탈리아 한 달 살기와 북유럽 오로라 여행으로 한 해를 시작했는데, 가을에 또다시 오로라를 보러 가게 됐다.
아들이 공항철도역까지 데려다주며 묻는다. “이번엔 어디야?” (사실 얘는 우리가 어디 가는지에도 별 관심이 없다.)
“아이슬란드.”
“거기 갔었잖아.”
“오로라 보려고.”
“오로라 봤잖아. 대체 왜 또 가는 거야?” “아이슬란드에서 가을 오로라는 못 봤거든. 이번 극대기가 지나면 앞으로 십 년은 보기 어렵다니까.”
나는 지금껏 겨울 오로라만 보았다. 겨울은 밤이 길어 오로라를 찾아다닐 시간이 넉넉한 건 좋지만, 불편한 점이 훨씬 많았다. 추워서 준비할 것도 많고, 겨울의 북유럽과 아이슬란드는 날씨가 워낙 좋지 않아 허탕 친 날도 많았다. 그렇다면 가을 오로라는 어떨까?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추분 무렵의 오로라가 그토록 좋다던데.
우리 부부의 문제는, 한쪽이 바람을 잡으면 다른 쪽이 중심을 잡아 말려야 하는데, 여행만큼은 둘 다 ‘못 먹어도 고’라는 점이다. 일단 항공권부터 지른다.
‘그 사이 무슨 일 생기면 취소하지 뭐.’ 하면서. 실제로 취소한 적도 아주 가끔 있긴 하다. 그렇게 표를 샀던 게 작년 11월 말.
이제는 여행 준비도 대충 해놓고 겁 없이 움직인다. 레이캬비크 도착은 밤 11시 40분, 한밤중이다. 당일 공항 근처 숙소 하나만 예약해 두고는 거의 잊고 지냈다.
출발 일주일 전쯤 되어서야 아이슬란드 관련 사이트를 찾아보고, 네이버 카페 아이슬란드 정보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십여 년 전, 한겨울에 일주일 렌터카 여행을 했을 때는 눈비 섞인 세찬 바람 때문에 트레킹은 꿈도 못 꾸고, 오로라도 거의 못 봐서 한숨만 나왔었다. 그저 다른 우주에 와 있는 듯 황량한 풍경의 이미지만 기억에 남아 있을 뿐이다.
이번에는 아이슬란드 여행에 대한 태도부터 다르다. 나는 환상적인 아이슬란드 구석구석을 내 발로 걷고 싶다. 사륜구동 차량만 들어갈 수 있다는 내륙 인랜드를 가보기 위해 렌터카도 사륜구동으로 빌렸다.
노르웨이에서 내 인생 최고의 오로라를 만난 이후, 오로라에 대한 간절함은 줄어들었다. 아이슬란드만의 특별한 풍경을 즐기다가, 예보가 좋은 날 오로라를 만나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J는 조금 다르다. 최고의 오로라를 카메라에 담지 못한 아쉬움 때문인지 여전히 욕심이 크다. 낮에는 트레킹과 관광을 하다 보면 밤에 오로라를 쫓아다니기 힘들 것 같다면서, 여전히 오로라를 우선순위에 두자고 한다. 그래, 물 흐르듯 순리대로 하자.
구석에 넣어두었던 오로라 앱을 스마트폰 바탕화면 위로 꺼내 놓는다.
그나저나 아이슬란드 물가는 한숨만 나온다. 올해 초만 해도 1,400원대였던 유로 환율이 1,600원을 훌쩍 넘어 버렸다. 유로와 함께 아이슬란드 크로나 환율도 올라서 더 비싸게 느껴진다. 첫날, 공용 욕실에 침대만 덩그러니 있는 공항 근처 게스트하우스를 100유로 넘게 줬는데, 공항에서 바로 옆 숙소까지 택시비가 6만 원이 넘는다.
이번 여행에서는 욕실이 딸린 쾌적한 호텔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