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여행 (2)
"에콰도르 여행, 지금 당장 취소하세요" 반정부 시위 격화, 치안 붕괴로 외교부 '특별여행주의보' 발령 (2025.10.14)
이번 특별여행주의보는 최대 90일간 유효하며, 단순한 '주의' 아닌 실질적인 위험 경고 수준입니다. 에콰도르 여행을 계획 중인 사람은 즉시 일정을 연기 또는 취소해야 하며, 항공권 및 숙박 환불 조건 부가 절차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에콰도르, "평화의 섬'에서 중남미 치안 불안국으로 전락. 2023년 살인범죄율 인구 10만 명당 44.5명.
2020년부터 에콰도르 내에서 발생한 정부와 갱단 및 갱단 사이에서 발생한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위기.
멕시코와 파나마, 과거 '마약 왕국'으로 불렸던 콜롬비아를 거쳐 에콰도르에 입국하는 날이다. 한국에서 멕시코 왕복 티켓을 비교적 쉽게 끊으면서 시작한, 다소 가벼운 마음의 여행이었다. 멕시코에서 멀지 않은 중남미 국가들만 천천히 다닐 계획이었다.
'마약 왕국은 과거의 이야기'이며 콜롬비아가 '요즘 달라졌다', '물가도 싸고 여행자의 천국'이라는 단편적인 말만 믿고 나는 콜롬비아에서 편안하게 한 달 살기의 개념으로 지내고 싶었다. 가는 길에 멕시코와 한두 곳만 들르면서.
이동 경로를 확정하려고 하니
"잠깐!" 하고 J가 제동을 건다.
밖에만 나서면 에너지가 넘치는 J가 이 지역의 연말 축제를 꼭 봐야겠단다. 우리가 체류하는 기간에 맞는 축제 일정이 에콰도르에만 몰려 있다고 한다.
20여 년 전, 갈라파고스를 가기 위에 잠시 들렀던 나라, 당시 에콰도르는 인근 국가 중 가장 평온한 곳이었다. 그 기억을 떠올리며 우리는 보름 동안 축제를 따라 에콰도르의 네 개 도시를 이동하기로 했다.
젊었을 때는 축제라면 사족을 못쓰는 J를 따라 무던히도 끌려다녔다. 멋모르고 따라다니다 고생도 많이 했고, 그 덕에 나름의 학습 효과도 적지 않았다. 요즘은 예전처럼 무작정 끌려다니기보다는 내가 먼저 체력과 일정을 생각하여 적당히 조절하며 다닌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에서 쉽게 갈 수 없는 지역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사실에 잠자고 있던 J의 욕심이 다시 깨어난 모양이다.
처음 내가 상상했던 편안한 '쉼의 여행'은 어느새 캐리어를 끌고 이 도시, 저 도시를 전전하는 '방랑 여행'으로 변해 있었다.
'이게 아니었는데...'
좀 불만스럽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내 주장만 고집할 수도 없는 일. 그렇게 해서 바쁘게 움직이는 에콰도르 일정이 여행 계획에 추가됐다.
우리 둘이 다니는 여행은 대체로 부담이 적다. 큰 흐름만 정해두면 세부 일정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이번 여행은 항공편 예약 단계에서부터 진을 빼서인지, 더더욱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네 나라를 연이어 이동하는 일정이다 보니, 임박한 지역 위주로만 정보를 찾아보게 되었다.
멕시코시티에서도, 파나마에서도 치안에 대한 불안감은 있었지만 실제로 다니면서 피부로 느껴지는 상황은 없었다. 사람 사는 곳 다 그렇듯 조심하면 되지 싶었다.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에서는 버스를 기다리다 문득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대부분이 가방을 앞으로 메고, 한 손으로 꼭 감싸 쥔 채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생활화된 듯한 그 모습에 ‘아, 여긴 확실히 조심해야겠구나’ 하는 경각심을 갖게 된 정도였다.
하지만 축제를 향해 에콰도르로 가는 날이 가까워지면서, 정보를 찾아보면 볼수록 상황이 다르게 다가왔다. 화면에 뜨는 기사 하나하나가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현재 에콰도르의 치안 상황은 매우 불안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하고 있으며, 강도와 절도, 차량 납치와 같은 범죄 사례가 계속해서 보고되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경찰의 신속한 대응이 어려우며, 이는 시민의 일상생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시위가 격화됨에 따라 시민들의 안전이 더욱 위협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주요 원인은 최근 정부의 연료 보조금 폐지로 인한 대규모 시위로, 도로 봉쇄와 교통마비가 발생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특히 외국인들을 겨냥한 범죄가 증가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에콰도르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안정적인 정보 수집과 본인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젊을 때야 위험한 지역을 '까짓 거' 하며 다니기도 했지만, 이 나이에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국가에서 [여행자제지역]으로 지정한 곳으로, 심지어 일부는 [출국권고지역]에 해당하는 나라로 들어가려고 하냐는 말이다.
아주 살짝 위안이 되는 건 11월에 우리가 가려는 지역이 황색 구역 - [여행 자제 지역]으로 조금 나아졌다는 점이다. 그러나 첫 번째 목적지인 쿠엔카는 여전히 빨간 구역 - [출국 권고 지역]에 있다.
하지만 거기 역시 사람 사는 곳 아닌가. 불안은 크지만, 최대한 조심하고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며 다녀보려 한다. 나머지는 운명에 맡길 수밖에.
보름의 에콰도르 여행이 무사히 흘러가기를.
행운을 바라며.
부에나 수에르떼 (Buena suer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