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쏘는 게임은 나쁜 거 아냐?

11. 폭력적인 게임이 폭력적인 아이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by 아마추어게이머

많은 부모에게 게임은 늘 걱정거리다. 어쩔 수 없이 허락은 해주지만 막상 게임 속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려스러운 부분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걱정은 단연 폭력성이다.


뉴스 보면 무서운 이야기 많이 나오잖아.
우리 애가 총 쏘고 싸우는 게임에 너무 몰입하다 보면,
현실에서도 공격적으로 변할까 봐 너무 걱정돼...


지인들과 대화하다 보면 이런 우려 섞인 한탄이나 걱정을 정말 많이 듣게 된다. 매체를 통해 게임의 부정적인 단면만 부각되다 보니 부모로서 당연히 가질 수 있는 불안이다. 사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7가지 기준에 따라 등급을 나누는 근본적인 이유도 바로 이 보호의 지점에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부모의 울타리 안에서 연령 등급에 맞는 게임을 즐기곤 한다. 하지만 고학년을 거쳐 중학생이 되면 이 경계는 서서히 허물어진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이른바 대세로 통하는 게임 대다수가 15세이용가이기 때문이다. 친구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에 친구와 어울리기 위해 선택하는 게임을, 등급이 높다는 이유로 엄격히 제한하기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부모님들에게 전하고 싶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고.

사실 대다수의 보통 아이들은 게임 내의 폭력적 묘사만으로 현실에서 폭력성을 드러내지 않는다.

실제로 심리학자 크리스토퍼 퍼거슨(Christopher Ferguson)의 메타 분석 연구 결과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의 폭력성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는 게임이 아니라 가정환경이나 개인의 심리적 상태였다. 게임은 그저 이미 존재하던 내면의 상태가 투영되는 매개체일 뿐이라는 것이다. 즉, 극단적인 사례들은 게임 때문에 폭력성이 발현된 것이 아니라, 원래 내면에 상처가 있던 이가 폭력성이 짙은 게임을 접하며 증상이 발현된 것에 가깝다.

다만, 성인이 이용하는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은 이야기가 다르다. 표현의 수위가 성인에게 맞춰져 매우 과도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부모가 명확히 제재해 주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생들이
15세이용가 게임을 해도 괜찮다는 걸까?

당연히 허용이 정답은 아니다. 가장 좋은 것은 정해진 등급을 준수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등급 미준수에 대한 책임과 처벌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에게 있다. 게임을 즐기는 아이나 부모가 법적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다. 즉, 등급 제도는 부모와 아이를 옭아매는 잣대가 아니라, 아이들을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제시하는 안전 가이드라인이다.


등급을 어겼다는 사실에 부채감을 느끼며 아이와 기싸움을 벌이기보다, 그 등급 뒤에 숨은 이유를 함께 들여다보는 힘을 기르길 바란다. 적어도 이 게임이 왜 15세이용가인지 아이 스스로 알고 플레이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

이유를 아는 아이들은 게임 속 자극을 무비판적으로 흡수하지 않는다. 거친 표현이나 장면을 마주했을 때, 그것을 선망하기보다 "아, 이래서 15세 등급이구나"라며 객관적인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요즘 아이들이 많이 하는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이 있다. 부모 눈에는 그저 총 쏘고 싸우는 게임으로 보이겠지만, 게임물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등급분류 결정서를 검색해 보면 구체적인 이유를 알 수 있다.

image.png <배틀그라운드(PC) 게임물등급분류 결정서>
사실적인 폭력 표현-총포류 및 도검류를 사용한 인간들 간의 사실적인 전투표현과 피격 시 발생하는 푸른색 선혈 표현이 존재함.

이 내용을 근거로 15세이용가 판정을 받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이와 함께 이 결정서를 보며 왜 이런 등급이 매겨졌는지, 우리 아이는 이런 표현을 비판적으로 수용할 준비가 되었는지 대화를 나눠 보는 것을 권장한다.


"여기 보면 피가 푸른색으로 표현되는데, 실제라면 어떨까?", "이런 전투 표현을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이런 장면을 봤을 때 넌 어떤 느낌이었어?"

이런 질문은 게임 속 표현방식과 그에 대한 아이의 느낌을 묻는 과정이다. 단순히 "안 돼"라고 막기보다, 게임 속 표현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고의 여지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 과정이 중요한 이유는 아이 스스로를 지킬 분별력을 갖추게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신이 소비하는 게임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인지 능력은 스스로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내면의 힘이 된다. 이런 경험이 차곡차곡 쌓여 아이가 비판적 사고라는 강력한 무기를 들고 게임 세상을 탐험할 수 있게 된다면, 그 아이를 지켜보는 부모에게 게임은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닐 것이다.




결국 게임의 폭력성보다 강한 것은 부모의 관심과 대화다. 울타리 밖의 세상을 궁금해하는 아이에게 무작정 안 된다고 가로막기보다, 그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함께 고민해 주는 부모가 곁에 있다면 아이는 게임 안에서도 충분히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오늘도 아이의 게임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며 고민하는 모든 부모님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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