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어느 고등학생이 알려준 '게임 실력'의 본질
내 강사 생활 중 결코 잊을 수 없는 수업이 하나 있다. 한 고등학교의 특수학급에서 있었던 일이다. 게임에 관한 다양한 고민을 나누고, 같은 반 친구들이 서로 해결책을 제안하는 시간이었다.
"게임을 못해서 속상해요"라는 고민을 털어놓은 친구에게, 한 학생이 덤덤하게 위로를 건넸다.
"특정 게임을 잘한다고 다른 사람을 무시해서도 안 되고, 못한다고 위축될 필요도 없어요. 잘하는 사람은 그냥 그 게임에 더 많은 시간을 쌓은 것뿐이거든요."
그 대답을 듣는 순간, 나는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멍해졌다. 그 말속에는 게임에 대한 건강한 가치관은 물론, 게임 속 실력을 현실의 자존감과 결부시키지 않는 놀라운 지혜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그 학생은 게임 실력을 내 능력의 문제가 아닌, 단순한 시간이라는 자원의 문제로 바꿔 생각하여 스스로 상처받지 않도록 마음을 방어하고 있었다. 내가 진행한 수많은 수업과 들었던 모든 강의를 통틀어, 가장 명쾌하고 본질을 꿰뚫는 답변이었다.
우리는 왜 게임을 하는 걸까? 대다수는 재미를 위해서, 혹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라고 답할 것이다. 그런데 게임을 못해서 재미는커녕 오히려 스트레스만 쌓이고 있다면, 이는 게임을 하는 근본적인 목적에 위배되는 모순이 아닐까?
물론 게임을 잘하면 주도권을 쥐고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앞서 그 학생이 말한 시간과 실력의 상관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게임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프로게이머가 아닌 이상, 아마추어의 세계는 단순하다. 타고난 게임 센스가 있거나, 현금(아이템)으로 시간을 사거나, 그도 아니라면 묵묵히 시간을 갈아 넣어 실력을 쌓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게임과 투자]에 대해 냉정하게 계산기를 두드려봐야 한다. 내가 이 게임에 쏟아붓고 있는 돈, 시간, 체력이라는 비용이, 그 결괏값인 재미와 수지타산이 맞는지 셈을 해보는 것이다. 이 계산에 정답은 없다.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만족감을 객관적인 수치로 따져보자는 의미다.
게임 과몰입으로 걱정하는 학부모님들에게 나는 종종 이 방법을 권하곤 한다. 아이가 스스로의 판단으로 게임이라는 투자를 성찰해 볼 시간을 주라는 것이다. 물론 이 계산 한 번으로 과몰입이 단번에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맹목적으로 빠져있던 게임과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분리해 보는, 아주 중요한 변화의 트리거가 될 수는 있다.
그리고 이 객관화의 과정은, 앞서 만난 학생처럼 게임 실력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이들에게도 똑같이 유효하다. 냉정하게 계산기를 두드려 보면, 비로소 마주하게 되는 단순한 진실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게임을 못하는 건 잘못이 아니다. 그저 내가 그 게임에 소비할 시간과 노력이라는 자원을 그만큼 할애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니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도 없다.
나는 그 시간을 게임 속 세상이 아닌, 현실의 더 소중한 곳에 사용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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