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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카미디어 PCARMEDIA Feb 17. 2022

츠쿠바 서킷 : 일본 풀뿌리 모터스포츠의 성지

랜선 트랙데이

일본에는 정말 많은 서킷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성숙한 자동차 문화와 두터운 모터스포츠 팬층이 있기에 가능한 일인데요. 상대적으로 선택지가 적은 우리나라의 드라이버들로썬 다양한 코스를 즐길 수 있는 일본의 마니아들이 부러울 따름이죠.

츠쿠바는 일본 관동 지방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서킷 중 하나입니다.

포뮬러원(F1) 등 유수의 국제 대회를 여러 번 개최하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개됐기에, 일본 서킷들은 우리에게도 제법 익숙합니다. 후지, 스즈카, 모테기 등 매력적인 코스가 많지만, 관동 지방에서 가장 접근성이 좋고 친숙한 곳은 단연 츠쿠바 서킷(Tsukuba Circuit, 筑波サーキット)일 것입니다.

90년대를 풍미했던 베스트 모터링 중 많은 에피소드가 츠쿠바에서 촬영됐습니다.

아마 '그란투리스모' 시리즈를 즐기신 분들이라면 코스를 눈 감고도 그릴 수 있을 만큼 익숙하겠죠. 또 오래 전부터 일본의 자동차 콘텐츠를 봐 왔다면 '베스트 모터링' 시리즈를 통해서도 접했을 겁니다. 그만큼 츠쿠바 서킷은 관동, 나아가 일본 모터스포츠 문화에 있어 큰 상징성을 지닌 곳입니다.


이름과는 달리, 츠쿠바 서킷은 츠쿠바 시가 아닌 이바라키 현 시모츠마 시에 위치합니다. 츠쿠바 시에서는 차로 30~40분 정도 거리이며, 도쿄 중심지에서는 약 60km 떨어져 있죠. 어쨌거나 일본 수도권에서 매우 접근성이 뛰어난 편입니다.

츠쿠바 서킷 약도. 코스 2000을 중심으로 코스 1000, 오벌 코스, 짐카나 존이 둘러싼 형태입니다.

젊은 모터스포츠 마니아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소규모 서킷으로 1966년 건설을 시작해 1970년 6월에 개장했으니, 올해로 51년이나 된 유서 깊은 서킷입니다. 현재는 '코스 2000'이라 불리는 메인 트랙(그란에서 신물나게 달렸던 그 곳), 2001년 리뉴얼 개장한 미니 트랙 '코스 1000'을 비롯해 오토바이 전용 오벌 코스와 짐카나 존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입문 난이도가 낮은 츠쿠바 서킷에서는 아마추어나 초심자도 부담 없이 달릴 수 있습니다.

츠쿠바의 매력은 초심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서킷이라는 점 입니다. 1랩 길이는 겨우 2.045km(코스 2000 기준, 바이크 전용 시케인 제외), 코너는 14개(라고 하지만 사실 상 8개)에 불과하고 고저차가 거의 없어 입문자에게 안성맞춤이죠. 평균속도도 낮은 편이라 큰 사고가 날 위험도 적고요.


하지만 얕볼 수는 없습니다. 2개의 헤어핀과 고속 코너 등 다양한 레이아웃으로 구성돼 있고, 연속된 코너의 공략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죠. 때문에 초심자 뿐 아니라 프로 레이서에게도 사랑 받는 서킷이 바로 츠쿠바입니다.

워낙 접근성이 좋아 트랙데이나 경기는 물론 드리프트 등 다양한 이벤트가 수시로 열립니다.

뛰어난 지리적 접근성과 부담 없는 레이아웃 덕에 츠쿠바 서킷에서는 거의 매 주말마다 크고 작은 모터스포츠 행사가 개최됩니다. 아마추어 트랙데이부터 바이크 드라이빙 스쿨, 클래식 페스티벌, 드리프트 주행회, 바이크 이벤트 등등... 볼거리가 아주 많죠. 또 일본 국내 대회나 D1 그랑프리 등 프로 이벤트 역시 심심찮게 열립니다.

츠쿠바는 지리적 특성 덕에 자연스럽게 관동 지역 튜닝샵들의 각축장이 됐습니다.

또 하나, 츠쿠바 '슈퍼 랩(Super Lap)'도 아주 유명하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접근성이 좋은 까닭에 츠쿠바는 과거부터 튜닝 업체들의 프루빙 그라운드(proving ground, 자동차 회사나 부품회사의 성능시험장)처럼 활용됐는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경쟁에 불이 붙었습니다. 츠쿠바 랩타임이 튜닝 실력의 척도가 된 셈입니다.

HKS에서 튜닝한 TRB-03. 츠쿠바 타임 어택만을 위해 탄생했으며, 베스트랩은 무려 49.445초입니다.

오늘날에 와서는 아예 타임 어택에 특화된 튜닝카가 등장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들 튜닝카는 극단적으로 츠쿠바 공략을 위한 세팅이 이뤄져 무시무시하게 빠른 랩타임을 내는데요.


츠쿠바 양산차 랩타임 최속기록은 닛산 GT-R 니스모의 59.36초에 불과(?)하지만, 토요타 86 기반의 HKS TRB-03이 세운 베스트랩 기록은 무려 49.445초나 됩니다. 고속 구간이 많지 않은 츠쿠바에서 다운포스를 극대화하기 위해 파이크스 피크 레이스카처럼 거대한 윙을 단 모습이 인상적이죠.

우리나라에도 츠쿠바처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서킷이 생기기를!

어쨌거나 츠쿠바 서킷은 일본 모터스포츠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서킷 중 하나입니다. 입문자부터 프로 레이서까지, 양산차부터 튜닝카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일본 풀뿌리 모터스포츠의 성지(聖地)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트랙 인구가 점점 늘어나는 만큼 츠쿠바처럼 누구나 부담 없이 놀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글 · 이재욱 에디터 <피카몰 매거진>

www.pcarma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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