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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카미디어 PCARMEDIA Feb 21. 2022

레이·캐스퍼 밴, 경차 시장에 변화 몰고 올까?

자동차 트렌드

지난 몇 년 간 새로운 소식이 없던 경차 시장이 작년 현대 캐스퍼의 출시 이후로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캐스퍼가 기대 이상의 돌풍을 불러오면서 좋은 평가를 받는 가운데, 최근에는 경차 기반의 소형 상용차인 캐스퍼 밴, 국내 최초의 1인승 밴인 기아 레이 1인승 밴이 출시됐습니다.


물론 경차 기반의 밴 모델은 일반적인 승용 경차와 타겟 시장이 다릅니다. 주로 기업의 영업용 법인차나 자영업자의 생계형 차량으로 많이 사용됩니다. 하지만 다양한 용도의 신차가 출시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경차 시장에 모처럼 관심이 쏠리는 모양새입니다.


출시와 동시에 인기 몰이에 성공한 캐스퍼의 밴 버전, 그리고 차트역주행의 주역이자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레이의 1인승 밴. 이 두 모델은 침체기를 겪고 있는 국내 경차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모닝·스파크에서 레이·캐스퍼로


경차는 경제적인 차의 대명사입니다. 국민차 프로젝트로 탄생해 처음부터 값싸게 보급하기 위한 차로 기획됐고, 외환위기를 거치며 각종 혜택이 추가되면서 유지비를 아낄 수 있는 차로 사랑 받아왔습니다. 차값이 많이 오르고 경차보다 연비 좋은 차도 많아졌지만, 다양한 할인과 유류세 환급 등 다른 차들은 따라갈 수 없는 경제성의 우위를 지니고 있습니다.

경차는 경제적인 차의 대명사입니다.


하지만 이런 경차의 '경제성' 이미지가 항상 이점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값싸고 유지비를 아끼기 위한 차라는 인식 탓에, 자동차를 사회적 지위의 상징으로 여기고 대형차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은 점점 경차에서 멀어졌습니다. 심지어 "경차를 타면 도로에서 무시당한다"는 이유로 무리해서라도 큰 차를 사는 경향도 적지 않습니다.

한때 사랑받던 경차의 점유율은 꾸준히 하락세입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서 경차의 시장 점유율은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국산차 시장에서 경차 점유율은 정점에 올랐던 2012년 17.3%를 기록했지만, 2021년에는 고작 7.0%에 그쳤습니다. 구매력이 상승하면서 저렴한 차를 찾는 소비층도 경차보다 준중형 세단이나 소형 SUV를 선호하는 추세이고, 과거 900만 원대부터 시작했던 경차 가격도 인건비·원자재값 상승 등의 요인으로 1,000만 원대 초중반에서 최고 2,000만 원대를 넘보는 까닭입니다.


특히 경차 시장의 주류를 차지하던 기아 모닝과 쉐보레 스파크는 인기가 크게 떨어졌습니다. 두 모델의 연간 판매량은 각각 한때 8만 대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기준 모닝은 3만 530대, 스파크는 1만 7,975대까지 줄었습니다. 또 생계형 차량이라는 이유로 각종 안전 규제를 면제받아 온 한국지엠 다마스와 라보도 지난해 단종되면서 경차 시장 위축을 더욱 위축시켰습니다.

지난해 출시된 현대 캐스퍼는 깜짝 히트를 쳤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경차가 하락세인 건 아닙니다. 공교롭게도 경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건 현재 시판 모델 중 가장 오래된 기아 레이와 가장 신차인 현대 캐스퍼입니다. 지난해 레이는 3만 5,956대의 판매량을 기록해 출시 10년 만에 처음으로 경차 시장 1위에 올랐습니다. 9월부터 고객 인도가 시작된 캐스퍼는 4분기 경차 중 유일하게 1만 대 넘는 판매고를 올려 올해는 레이를 제치고 경차 1위에 등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캐스퍼의 경우 국산 경차 사상 처음으로 SUV 스타일의 디자인을 적용한 점이 히트 요인으로 꼽힙니다. 오랜만에 나온 경형 신차인 만큼 최신 안전 및 편의 사양을 넉넉히 마련하고, 차박 캠핑 등 트렌드 맞춤형 기능도 탑재했습니다.

출시된 지 10년이 넘은 기아 레이는 작년부터 차트 역주행 중입니다.

레이는 출시 10년 차의 사골 모델이지만, 경쟁 상대가 없는 국내 유일의 박스형 경차의 경쟁력이 주효했습니다. 컴팩트한 차체에 뛰어난 공간 활용도를 원하는 운전자들에게 꾸준히 팔리다가 코로나19 이후 차박 열풍, 소규모 배송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차트 역주행'을 달성했습니다. 뛰어난 실용성을 지닌 데일리카, 부담없는 캠핑용 세컨드카, 다마스·라보의 수요를 일부 흡수한 소형 상용차로서도 대체재가 없다는 평가입니다.


이처럼 국내 경차 시장이 전통적인 해치백 중심의 구조를 탈피해 실용적인 레이와 세련된 캐스퍼로 변화하면서, 경차의 파생 시장인 경형 밴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서두에서 소개한 캐스퍼 밴과 레이 1인승 밴이 그 주인공입니다.


원판의 인기, 밴에서도 이어질까?


캐스퍼 밴은 경형 밴 중 가장 비싸지만, 그만큼 풍요로운 사양을 갖췄습니다.

캐스퍼 밴의 출시는 예고돼 있었습니다. 캐스퍼 출시 전 이미 2인승 밴 모델의 연비 인증까지 마쳤으니까요. 모닝이나 스파크 밴보다 조금 더 넓은 공간, 비포장도로에서도 부담이 덜한 높은 지상고, 경형 밴 중 유일한 1.0 터보 엔진과 우수한 안전·편의 사양을 강점으로 내세웠습니다. 경형 밴 중 가장 비싼 1,375만 원의 가격도 캐스퍼 밴의 자신감(?)이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레이 1인승 밴은 극단적으로 적재 공간을 늘린 과감한 기획이 특징입니다.

레이 1인승 밴은 제법 과감한 기획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입니다. 동승석을 떼 내고 격벽을 제거해 적재용량은 1,628L에 달하고, 최대 1,913mm의 긴 화물도 실을 수 있습니다. 양산차 중 동승석 시트마저 떼고 적재 공간으로 대체한 건 레이가 처음입니다. 하지만 필요할 때도 2명이 탈 수 없다는 것이 약점으로 여겨집니다.


두 모델은 모두 인기 있는 원판 모델의 밴 버전입니다. 원판의 인기에 힘입어 상용 모델임에도 이례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이들 밴 모델을 레저나 캠핑 용도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레이와 캐스퍼 모두 인기가 좋은 모델이지만, 밴 버전은 상용차에 가깝습니다.

다만 아무리 원판이 인기 모델이라 해도, 이들은 철저히 상용에 가깝습니다. 경형 밴에는 적재 공간 분리를 위한 격벽이 설치돼있습니다. 레이 1인승 밴의 경우 동승석 쪽 격벽이 제거됐지만, 원래의 1열 공간에 화물 격리용 케이지가 장착됐습니다. 상황에 따라 다양한 공간 변환이 필요한 레저·캠핑에는 오히려 부적합합니다.


그럼에도 캐스퍼 밴과 레이 1인승 밴의 전망은 나쁘지 않습니다. 캐스퍼 밴은 경제성이 중요한 법인용 차량보다 개인사업자와 자영업자를 노립니다. 모닝·스파크 밴과 적재 능력은 크게 차이 나지 않지만, 높은 지상고와 풍부한 편의사양, 1.0 터보 등 우세 사양을 바탕으로 개성과 실용성을 모두 원하는 소비자를 공략합니다.

레이 1인승 밴은 무주공산이 된 다마스·라보의 시장을 노립니다.

레이 1인승 밴은 적재 능력을 극대화한 만큼, 기존 다마스·라보의 영역을 보다 공격적으로 공략하고자 합니다. 다마스·라보 단종 이후 레이 밴이 대체재로 거론됐지만, 상대적으로 전고가 낮고 적재 용량도 작아 한계 또한 뚜렷했습니다. 기존 다마스·라보 소비자층이 대부분 혼자 차량을 운행하기 때문에 동승석까지 적재 공간으로 전용한 것인데,이미 개발비가 회수된 노후 모델을 활용해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기아 입장에서 최선의 판단이었을 것입니다.


때문에 기존의 캐스퍼·레이 승용 수요층이 밴으로 이동할 가능성은 낮더라도, 두 모델 모두 나름의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이들 차량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다는 게 영업 일선의 전언입니다.


다마스·라보 빈자리 노리는 경차들
다마스와 라보는 안전 및 환경 규제 등의 이유로 지난해 완전 단종됐습니다.

이처럼 경형 밴에 대한 관심이 갑작스레 늘어난 데에는 다마스와 라보의 단종 탓이 큽니다. 다마스와 라보는 안전기준과 환경기준을 미충족해 한때 단종됐다가, 규제 적용을 유예 받아 생산이 재개됐습니다. 그러나 2021년에 최종적으로 완전 단종 조치됐습니다.


문제는 다마스와 라보를 완벽히 대체할 수 있는 차량이 없다는 것입니다. 다마스·라보는 경차 기준을 충족하면서 450~550kg의 짐을 실을 수 있고, 짧은 휠베이스와 좁은 전폭으로 골목길에서도 부담 없이 운행이 가능합니다. 승용차 기반의 경형 밴들이 따라올 수 없는 장점 덕에 30년 간 큰 변화 없이 생산된 것이죠.

시대가 바뀐 만큼 이들 모델이 계속 생산될 수는 없지만, 여전히 경형 상용차 수요는 적지 않습니다.

어쨌거나 시대가 바뀐 만큼 위험한 구형 차량을 계속 생산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다마스·라보가 다시 생산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다마스와 비슷한 크기의 소형 전기 트럭이 일부 생산되고 있지만, 내연기관을 얹은 경형 밴 시장은 캐스퍼·레이 등의 모델로 대체될 전망입니다.


당장 지난해부터 일부 수요가 넘어오기 시작했습니다. 2021년 레이 밴 판매량은 7,140대로, 전년 대비 29.4%나 증가했습니다. 1인승 밴이 출시된 올해는 더 많은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퀵서비스나 소형 용달, 출장세차, 세탁소 등이 레이 밴의 주 고객이 될 전망입니다.

경형 밴 라인업 확대가 곧장 경차의 재흥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시장에 활기를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당장은 이러한 경형 밴의 다양화가 직접적으로 경차 시장에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밴과 승용 모델의 수요층은 뚜렷이 구분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물어 가던 경차 시장에 다양한 파생 모델이 출시되는 것만으로도 고무적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수요에 맞춘 신차나 파생 모델이 개발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는 셈입니다.

경형 밴들은 저물어 가던 경차 시장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요?

경차는 서민의 발이자,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생애 첫 차이며, 풀뿌리 유통망에 꼭 필요한 차량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취향이 바뀜에 따라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지만, 그럼에도 도로 생태계의 다양성 보존과 소비자의 선택권을 위해 경차의 선택지가 다채로워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경형 밴들의 세력 확장이 경차 시장의 재흥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관심을 갖고 지켜 볼 일입니다.



글 · 이재욱 에디터 <피카몰 매거진>

www.pcarma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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