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
최단 코스 지름길에 집착해서 놓친 수많은 풍경들을 다시 보려 한다
평생 다다르지 못할 경지에서 비로소 느끼는 짜릿한 희열을 위해
쓸모 있어야 한다는 강박을 거부해 본다
내가 원하던 완벽한 엔딩이 꼭 나에게 좋으라는 법은 없으니까
나를 용서 못 하는 게 후회라면 이제 나를 용서하려 한다
펴보지도 못하고 스러져 버린 것 같은 내 꽃이 안쓰러워 울컥했지만
매서운 현실 속에 오롯이 서기 위해 조용히 거둬본다
그래 아직 끝은 아니니까
어제까지 잘 될 것만 같던 마음도 오늘 다시 의기소침해지네
어찌 좋은 날만 있을까
허무한 마음도 이젠 흘려보내려 애쓴다
다만 나이들 수록 간절한 것이 많아질 뿐
어쩌면 이 시간은 평생 당신께서 나를 위해 희생하신 것들을 조금이나마 체험하는 시간
어제만큼 오늘도 간다
똑같이는 다시는 안 올 조용한 공존의 시간
리즈 시절을 박제해 놓은 명화가 있는 배우들조차 마냥 행복하지 많은 않아
혹시 이게 위로가 될까
예술로 남긴다고 해도 결국 모두 스러져 간다는 게
삶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살되 희망을 잃지 않고 무조건 전진하고 싶다
불안의 바다로 나왔지만 그만큼 조금씩 자유로워질 거야
우리의 의미는 가을을 알리는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