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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홈즈 Dec 02. 2021

'오징어게임'과 '벼락거지'

addl. 최후의 승자는?

 2021년 하반기에 대한민국의 문화컨텐츠 중에 빠질 수 없는 한가지를 선정하자면 ‘오징어게임’일 것이다.

 넷플릭스(Netflix)를 통해 제작되고 전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하였다. 지난 11월 29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21 고덤 어워즈’에서 ‘최우수 장편시리즈’를 수상하였고 이후의 각종 수상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징어 게임의 대략적인 내용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이다. 간단하게 축약하자면 ‘도박+서바이벌게임+배틀로얄’로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이다.

 오징어게임에 참여하는 개인들은 현실 세계에서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로 돌아 갈 곳이 없는 처절한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을 주최하는 절대자가 짜놓은 게임속에 이유를 모르고 강제로 참가하게 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과 심각한 처지에 놓여 있다보니 현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잔혹하고 비인간적인 게임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일종의 비상식적인 함정이지만 그 안에서만 희망이 있다고 믿고 현실로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이정재를 포함한 매력적인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 흥미로운 시나리오와 전개, 몰입감 충만한 화면구성까지 다양한 요소들이 이 시리즈를 성공으로 이끈 것 같다.



 넷플릭스에서 '오징어게임'을 보다 보면 마냥 재미있기만 한 것은 아니다.

 현실을 비관하면서 게임속에 빠져드는 것은 비단 드라마속에만 있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얼룩진 2021년 대한민국에서 우리도 모든 것을 걸고 베팅을 하고 있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티끌 모아 태산’같은 성실함으로 인생을 설계하는 격언들은 수첩속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동학개미 서학개미라고 표현하고 있는 주식투자, 비트코인을 시작으로 한 코인투자광풍, 그리고 수년째 전국민이 몰입하고 있는 부동산투자들로 온국민이 베팅을 하고 있다. 다른 투자에 비해 부동산투자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큰 볼륨의 시드머니가 필요하다. 이런 성격으로 인해 부동산시장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이 갖는 상대적 박탈감과 경제적 상실을 표현한 신조어로 ‘벼락거지’라는 말이 생겨났다.

 2021년을 관통하는 신조어로 대한민국에서의 특징적인 사회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신은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단지 집을 사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주 급작스럽게 순식간에 말그대로 거지가 되어버렸다는 의미이다. 1년동안 내가 버는 수입은 2,3퍼센트가 올라가는 것이 쉽지 않은데 부동산은 일년마다 수십퍼센트가 상승하고 있다. 한 3년 지나고 나니 똑 같은 처지에 같은 월급을 받던 동기는 대출받아 집을 샀다는 이유로 보유자산이 나보다 다섯배, 아니 열배가 커지고 나는 정직하게 덜렁 전세보증금만 겨우 가지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투자는 죄악이고 투기라고 하였는데 순진하게 가만히 있던 나만 ‘상대적 빈곤’에 빠져 있다.


 이처럼 대한민국에서는 지금 영문도 모른 채 전국민 일종의 ‘오징어게임’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게임에서 지면 목숨을 잃는 것같은 막대한 충격으로 ‘벼락거지’가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비상식적인 게임에서 자유롭게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청약에 당첨되면 로또에 당첨되는것과 같은 효과라는 ‘로또청약’등을 미끼로, 세상은 우울한 삶속에 엉뚱한 희망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로또청약에 당첨되면 나도 한방에 벼락거지를 벗어날 수도 있다는 희망회로를 돌리고 있다. 이제라도 서울에서 조금(실제로는 꽤나) 떨어진 행복의 도시에 로또청약만 되면, 불과 수년전에 서울에 집을 살수 있는 돈의 몇배를 주고라도 당첨만 된다면, 최소한 벼락거지만큼은 면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 말이다. 하지만 로또청약이건 영끌매입(영혼을 끌어서 한 부동산매입)이건 일단 집을 사고 벼락거지에서 벗어났나 싶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어마어마한 세금몽둥이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과연 이 현실게임의 승자는 누구일까? 우리는 왜곡된 관념과 증오로 엉뚱한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지는 않을까? 이성은 눈을 감고 말초적인 유혹만이 웃음짓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우리는 모니터속에서 하고 있는 잔인한 ‘오징어게임’을 보고 웃고 있지만, 우리가 위정자들이 만들어 놓은 모순된 판 안에서 현실속에 하고 있는 ‘개돼지게임’은 그렇게 웃기지는 않은 것 같다.


 오징어게임 시나리오가 2009년에 만들어졌을때는 외면받고 제작이 되지 못했다고 하는데 10여년이 지난후에 넷플릭스의 투자로 제작되어 2021년 엄청난 호응과 성공을 이루게 되었다. 아마도 시간이 흐른 뒤에 시대와 어울리는 작품이 되어버린 것 같다. 슬프게도 그 성공 밑에는 우리 삶의 거친 무게가 함께하고 있다.


나는 오징어게임을 일부 보았지만 다 보지는 못했다. 아니 끝까지는 보지 못할 것 같다. 만약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의 마지막장면에서 내가 기대한 해피엔딩과 어긋나게 된다면 내가 참가하고 있는 2021년 ‘대한민국 오징어게임’에서의 희망조차 망가져버릴까 두려워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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