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K-거지근성
글로벌 대형마트인 코스트코. 그곳에서 쇼핑을 해본적이 있는 분이면 그 안에 푸드코트가 있는것을 알 것이다. 그곳엔 피자와 수프등 다양한 식사메뉴가 준비되어 있고 대표적으로 핫도그세트를 구입할때 셀프서비스로 이용할수 있는 양념류와 간양파가 있었다. 저렴한 2000원짜리 핫도그세트 메뉴에 들어가는 노동을 줄이기 위해서, 그리고 고객들이 기호에맞게 이용할수 있도록 양파 디스펜서를 케첩, 머스타드 등과 함께 구비해 놓은 것이다.
2019년 11월 코스트코 전세계매장 최초(?)로 이 양파 디스펜서가 한국에서 사라졌다. 이유는? 해당 양파를 너도나도 호일에 싸서, 비닐에 담아서, 심지어 플라스틱그릇에 꽉꽉담아서 가져가는 사람들이 거지떼처럼 많아져서이다. 자랑스런 대한민국 국민들의 밑바닥근성이 유감없이 드러난 사건이었다.
코스트코 양재점도 예외는 아니었다. 솔직히 이래도 되나 싶을정도로 양파디스펜서앞에서 은박호일을 깔아놓고 4인가족이 일주일간 먹을만큼의 간양파를 빼내고 있는 철면피들이 바퀴벌레처럼 있었다. '아, 인간이 이렇게 작은이익을 좇으며 상식을 상실하는것이 간단하구나'라고 느낀 장면이었다.
코스트코에서의 이런 양파제공형태를 누군가는 '무한리필' '공짜'라는 이름으로 인식하고 이런 무료로 인식된 에누리를 통칭하여 일반적으로 '서비스'라고 부르곤 한다. 따라서 '무료제공 = 서비스'라는 언어적인 동질성이 어느정도 인식되어 있다.
"서비스 없나요?"
"이건 서비스 아닌가요?"
이런류의 대화에서 서비스는 '무료로 주어지는 어떤것'을 의미한다.
점잖은 동방예의지국의 인류들이 '무료인가요?' 혹은 '공짜에요?' 라는 저렴하게 격떨어지는 직설적인 문구대신 우아한 둘러치기 표현으로 찾아낸 단어로 '서비스'라는 중의적인 표현을 선택한것이 아닐까.
실제로 코스트코 이슈에서는 셀프코너에 대한 무한제공이나 공짜에 대한 무지라기 보다는 거지근성이 잠식해버린, 이성의 마비라고 생각한다.
이와 연장선상에서 '서비스업'과 그안에서의 '서비스'에 대한 인식도 볼만하다.
"여긴 서비스가 왜이래?"
"서비스업인데 이렇게 해서 되겠어요?"
라는 표현들은 인숙한 멘트들이다. 과연 여기서 말하는 서비스는 어떤것이고 서비스업은 어떤 부류를 말할까.
본래 서비스업은 1차산업인, 2차산업과 대비되는 3차산업을 통칭하는 표현으로 1차 농업, 2차 공업, 3차 서비스업으로 크게 이야기할수 있다. 통계청에서 고시해놓은 서비스업에 대한 정의와 분류는 아래 와 같다.
"서비스업이란 경제주체의 경제활동에 의하여 타 경제주체나 경제객체의 상태를 변화시키는 무형의 경제재 생산활동을 말합니다."
(통계청고시 제2018-390호)
○ 한국표준산업분류 기준 서비스업 해당 대분류
E : 수도, 하수 및 폐기물 처리, 원료재생업
G : 도매 및 소매업
H : 운수 및 창고업
I : 숙박 및 음식점업
J : 정보통신업
K : 금융 및 보험업
L : 부동산업
M :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N : 사업시설 관리, 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
O : 공공 행정,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
P : 교육서비스업
Q :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
R : 예술, 스포츠 및 여가관련서비스업
S : 협회 및 단체, 수리 및 기타 개인 서비스업
T : 가구 내 고용활동 및 달리 분류되지 않은 자가소비 생산활동
U : 국제 및 외국기관
위의 정의와 같이 무형의 기술과 노하우가 포함되어 있는 직종들은 모두 포함된다. 우리가 배우자로 환호하는 의사선생님을 포함하여 약사, 변호사 회계사 금융업, 그리고 도소매업과 집안에서 이루어지는 가구내 고용활동이나 기타 자가소비 생산활동까지 모두 서비스업이다. 도시에서 건물 1층에 위치하는 대부분의 업종들은 서비스업이다. 지식과 노하우라는 무형의 자산을 기반으로 다양한 고객군에게 혜택을 주는 업종들이 서비스업이다.
우리나라사람들은 서비스업을 스마일비지니스이자 굽신비지니스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손님이 왕'이라는 마인드를 셋팅하고는 소비자에게 미소와 함께 굽신대고 비위를 잘 맞춰야 '좋은 서비스', '올바른 서비스'라는 마인드를 셋팅하고 있다.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이런 정신상태로 자신이 정한 '서비스'라는것을 요구한다.
일례로 병원에 가서도 의료 서비스라며 '올바른 서비스'라는것을 요구하는 인류가 있다. 당최 나는 이걸 모르겠다. 물론 어떤 노무를 제공하면서 기분좋게 Serve(서브) 하는것은 제품에 가치를 더하는 경쟁력인것은 맞다. 하지만 대부분 이것이 업의 본질은 아니지 않는가. 서비스의 본질은 의료행위 자체이다. 눈치보기와 비위맞추기는 '서비스'라기 보다는 감성마케팅에 해당하는 부가서비스이다. 감성마케팅을 서비스의 본질로 아는 단순한 부류가 그만큼 많은것이다.
병원에 아파서 가면 잘 낫게 해주면 그것이 본질이다. 고기를 사러 갈때에는 질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사는것이 본질이다. 물론 이런 솔루션들이 질적인 차이가 적다면 그나마 나한테 격한 미소와 함께 비위를 잘 맞춰주는쪽으로 마음이 갈수는 있지만 말이다.
실제로 이런 서비스업의 인식과 패턴은 유럽이나 미국에서의 흐름은 아니고 예전 일본을 통해서 들어온 비지니스 패턴이다. TV등 매체를 통해 보거나 실제 현지에서 경험을 해봤으면 알겠지만 위 두지역의 비지니스 패턴은 인식과 접근이 다르다. 우리는 반일과 극일을 번갈아 하면서도 실제 라이프패턴은 일본식 비지니스에 녹아 있다.
여기에 비지니스 관계를 갑을 토너먼트로 인식하고 실행하는 고리타분하고 옛스러운 인식들이 융합되어 지금의 '서비스'와 '서비스업'의 컨센서스를 만들어 낸듯하다.
지금시점에서는 서비스에 대한 정의를 좀 한번 재정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서비스업에서 소비하는 사람들 모두가 말이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해당업태에 관한 '지적자산가'라고 말할수 있다. 최소한 자기가 취급하는 유무형의 상품에 대해서는 말이다. 하지만 배타적, 독점적 자산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고 실제로 이 자산들은 직접 비교를 통한 우위를 가리기가 어려운 경우가 꽤 많다. 따라서 본질적인 솔루션과 함께 부가적으로 고객의 마음도 사로잡는 부드러운 서브를 할 수 있다면 일류가 된다.
소비자는 '서비스 = 요구의 본질'임을 이해하자. 헤어샵에서 머리를 했는데 예뻐서 마음에 든다면 '좋은 서비스'를 받은것이고 그 가운데 직원의 불친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아쉬운 부가서비스'혹은 '아쉬운 비지니스 매너'를 가진 사업장이라고 판단하자.
내가 만약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사람이 아니라 입발린 소리에 쉽게 현혹되거나 감정적으로 발끈하는 한심한 인간부류라면 어디가서도 기분 내키는대로 "서비스가 왜이래!", "서비스업이 이러면 되겠어요!"라고 소리치고 다그치자. 그리고 우리는 이를 "나는 뇌가없는 개돼지요" 라고 번역하자. 이런 몰상식한 부류는 곁에 두지 말기를 바란다.
제공받는 제품이나 노무가 별로면 해당 업자를 선택하지 않으면 된다. 혼자만 싫어하기 아쉬우면 주변에 소문을 내자. 요즘은 소셜네트워킹도 잘 되어있어서 본인이 제공받은 내용에 대해 팩트를 기반으로 피드백을 하기 좋게 되어있다. 이렇게 해서 상대적으로 능력이 부족한 업장은 생존하기 힘들게 되는 자정작용을 만들어내는것이 바람직하다.
그럼 '서비스'로 불리는 무료제공에 대한 인식은 어떤것이 좋을까? 답은, '적당히' 하자로. 소비자의 권리? 소비자는 선택하고 선택하지 않을권리만 있다. 제공되는 제품과 용역의 내용에 대한 정의자체는 공급자가 한다.
그러니 "누구에게나 무한리필"이라고 딱 명시되어 붙어 있지 않으면 상식있는 대한민국 국민답게 적당히 좀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