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 너와 함께한 느린 소풍
싱글맘으로서 아이와 함께하는 여정을 기록합니다. 설소대와 조음장애, 느린 발달로 어려움을 겪던 제 아이는 홈스쿨링을 통해 체스와 큐브에 몰입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 여정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여전히 실수투성이고 때론 엉망인 날들의 진행형 기록입니다. 비슷한 상황의 부모님들께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우리 아이들은 각자의 속도로 빛이 나지요. 힘든 순간에도 서로의 이야기로 위로받으며, 오늘도 함께 한 걸음 나아가요.
사랑하는 나의 아이.
“함콩, 콩 노이 하가~” 네가 삼촌에게 총놀이를 하자고 조르던 날, 나는 웃으며 네 말을 통역했어. “동생아, 너와 총 놀이 하자는 거야.”
네 눈은 별처럼 반짝였지만, 엄마 가슴은 살짝 무거웠단다. 너의 말은 내 귀에만 선명했거든. 세상은 너를 아직 이해하지 못했어.
너는 태어날 때부터 설소대에 문제가 있었지. 의사는 “발음이 늦거나 잘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라고 했고, 나는 “괜찮아지겠지” 하며 시간을 보냈어.
그건 어쩌면 엄마의 첫 번째 바보 같은 선택이었을 거야. 바보 같은 선택이 내 전매특허인 줄 그때는 몰랐지.
초등학교에 들어가자, 친구들과의 대화가 자꾸 어긋났어. 어린 네가 새벽까지 잠 못 들고, 아침에 눈 뜨자마자 설사하며 울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해. 틱이 생겼고, 설사와 불면증이 너를 더 힘들게 했지.
결국 우리는 학교를 떠나 발음 교정 센터로 향했어. 그때 엄마는 다짐했단다.
“너에게 ‘문제 있는 아이’라는 꼬리표는 절대 붙이지 않을 거야.”
센터로 가는 날은 우리만의 소풍이 되었어. 근처 세모 베이커리에서 따끈한 쿠키를 사 먹고, 놀이터에서 미끄럼틀을 타며 깔깔 웃었지. 할머니 집에도 들렀어.
“이건 치료가 아니야, 친구들과 더 신나게 놀기 위해 놀이 선생님을 만나는 거야.” 나는 너에게 그렇게 말했어. 사람마다 키와 눈동자가 다르듯, 네 혀도 그저 조금 다를 뿐이라고. 하지만 사실, 엄마 마음은 두려움으로 만신창이였어.
센터장님은 차갑게 말했지. “늦게 왔어요. 큰 기대는 마세요.” 그 말은 내 가슴에 칼처럼 꽂혔어. 그때 나는 너를 믿는 게 아니라, 내 두려움과 싸우고 있었던 걸까.
그런데, 두 달 뒤 기적이 일어났어.
네 발음은 남들이 되묻지 않을 만큼 부드러워졌지. 약간 어눌했지만, 너는 친구들과 웃으며 대화를 나눴어. 센터장님도 깜짝 놀랐지. “이 정도면 정말 대단한 변화예요. 어머님도 애쓰셨어요”
나는 눈물을 삼키며 너를 끌어안았단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엄마는 또 바보 같은 선택을 했어. 아물지 않은 이혼의 상처로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졌고, 상담 공부를 하며 너를 위한 홈스쿨링을 준비했지만, 대상포진과 헤르페스가 내 몸을 무너뜨렸어.
모든 게 너무 버거워, 나는 도망치듯 이사를 결정했지. 한두 달만 더 센터를 다녔다면, 네 발음은 더 완벽했을 텐데. 네가 친구와 대화하며 살짝 뭉개진 발음을 들을 때마다, 그때의 이사가 떠올라 마음이 찢어져.
어느 날, 혹시나 하는 걱정을 붙잡고 너에게 물었어.
“어릴 적 발음 연습하러 갔던 날 기억나?”
그때 넌 곰곰이 떠올리며 말했지.
“엄마, 너무 어려서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때 느낌은 이거야. 인사이드 아웃에 나오는 행복한 노란 구슬 있지? 노란 구슬로 저장된 기억이야.”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눈에는 눈물이 고였어. 너에게 그 시간이 소풍이었구나.
너는 이제 14살, 큐브와 체스를 사랑하는 눈부신 아이로 자랐지. 친구를 좋아하고, 원어민 친구와 체스를 붙으며 깔깔 웃고, “엄마, 나 진짜 행복해”라고 말해.
네 자존감은 수많은 별들처럼 빛난단다. 하지만 가끔 내 귀에만 걸리는 너의 살짝 뭉개진 발음은, 엄마가 평생 안고 갈 가시야. 그래도 괜찮아. 네 혀는 다를 뿐, 별처럼 아름답거든.
9년째 너와 홈스쿨링을 하며, 나는 너에게서 많은 걸 배웠어. 그치지 않는 호기심,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는 능력, 실패해도 도전하는 끈기. 그리고 무엇보다, 친구들과 깔깔 웃는 밝은 마음. 너는 엄마가 준 수많은 상처들을 용서하며 사랑으로 답해줬지.
이 느린 여정은 우리만의 소풍이었어. 너와 함께한 그날들은, 엄마에게 치유의 시간이었단다.
혹시 지금 누군가 자책하며 아이의 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면, 너를 통해 배운 걸 전하고 싶어. 천천히 가도, 우리는 빛날 거야. 너의 혀는 수많은 별들처럼 달랐을 뿐이니까.
사랑을 담아,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