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아이와 함께한 특별한 도전, 꼴찌 면하기
싱글맘으로서 아이와 함께하는 여정을 기록합니다. 조음 장애, 느린 발달로 어려움을 겪던 제 아이는 홈스쿨링을 통해 체스와 큐브에 몰입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 여정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여전히 실수투성이고 때론 엉망인 날들의 진행형 기록이에요. 비슷한 상황의 부모님들께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우리 아이들은 각자의 속도로 빛이 나지요. 힘든 순간에도 서로의 이야기로 위로받으며, 오늘도 함께 한 걸음 나아가요.
"엄마, 5만 원이면 완전 다 맞출 때까지 개인 레슨해줄게."
손가락 마디가 뻑뻑해지는 나이에 큐브를 맞추겠다고 덤벼든 날, 아이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반짝였다. 진지한 목소리로 말하는 아이 앞에서 지갑을 열었다.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특별한 관계, 이것이 홈스쿨링의 또 다른 아름다움이구나.
처음엔 그저 장난이었다. 느린 발달로 5살에 소변을 가리고, 7살이 되어서야 대변을 가린 아이, 조음장애로 소통이 힘들어 학교밖으로 나온 아이가 큐브로 세상과 소통하는 모습이 신기했을 뿐이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어느 날, 내 손 안에서도 마법처럼 큐브의 색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아이는 환호했고, 나는 얼떨떨했다.
"엄마, 이제 우리 같이 대회 나가자!"
아이의 간절한 소원을 거절할 수 없었다.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의 젊은 청년들,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앞치마를 금방 벗고 나온 듯한 나는 마치 외계인 같았다. 손은 떨렸고, 큐브는 미끄러졌다. '내가 왜 여기 있지?' 문득 현실감이 밀려왔다.
대회장 바깥에서 연습할 때는 전혀 떨리지 않았는데, 실전에서는 왜 이렇게 손이 굳는지. 내 나이 마흔에, 아이들 틈에 끼어 큐브를 돌리고 있는 내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 그래도 아이의 기대에 찬 눈빛을 저버릴 수 없어 숨을 고르고 집중했다.
첫 번째 시도, 실패. 알고리즘이 꼬여버렸다. 두 번째 시도, 1분 10초. 마지막 시도에서 간신히 56초. 내가 생각해도 기적 같은 순간이었다.
그러다 발견했다. 일흔이 다 되어가는 한 할머니 참가자를. 주름진 손가락으로 큐브를 돌리는 그녀의 모습에서 나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나이에 관계없이 도전하는 삶이 아름다웠다. 내 모습을 왜 그렇게 우스꽝스럽게 여겼을까... 그 할머니 덕분에 꼴찌는 면했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엄마! 1분 안에 맞췄어! 대박!"
아이는 함성을 지르며 카메라를 들이댔다.
"다음에는 이모도 같이 나오면 좋겠다!" 아이의 말에 웃음이 터졌다. 이혼 후 둘이서 걸어온 길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상담사가 되기 위해 밤새 공부하고, 홈스쿨링을 하면서 빚이 생기는 순간에도 버텨온 시간들. 그 모든 선택이 아이의 웃음소리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는 벌써 다음 계획을 세웠다. "8월 공인대회에 2X2큐브로 또 나가자 엄마. 이번엔 더 잘 가르쳐줄게. 엄마, 지금보다 더 빨리 할 수 있을 거야!"
큐브를 풀며 배운 건 알고리즘만이 아니었다.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느리게 배워도 결국 해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도전하는 모습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영감이 되는지를. 그것으로 충분했다.
홈스쿨링 9년 차, 조음장애로 소통이 힘들었던 아이가 이제는 나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었다. 느린 발달이라 걱정했던 지난 시간들이 지금은 필름처럼 흘러간다. 어쩌면 느리게 산다는 것은, 인생의 디테일한 감정을 더 꼼꼼히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흔의 손끝에서 피어난 큐브의 마법은, 사실 아이가 내게 건넨 성장의 초대장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 초대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래! 앞으로도 계속 도전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