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드셨던 여러분은 어떤 커피는 어땠나요?
커피맛이 안 잡혀요
얼마 전, 오픈을 앞둔 한 대형 카페에 다녀왔습니다. 단순히 오픈을 축하할 목적으로 방문했지만 제가 하는 일의 특성상 커피에 대해 이것저것 여러가지를 물어오길래 관계자와 커피를 두고 여러 대화를 나눴습니다. 장비 세팅은 여느 스페셜티 카페 못지않게 뛰어난 제조사의 모델로 라인업을 갖췄고 커피를 납품하는 로스팅 업체도 관계자의 지인이라고 들어서 커피는 무난하거나 꽤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담당자의 말이, 커피맛이 도무지 잡히지 않는다는 겁니다.
마셔보니 역시 아쉬운 맛이더군요. 최근 오픈한 카페의 경우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가 아닌 이상에야 하우스 블렌드의 맛은 대개 충분히 마실만 하거나 훌륭하다는 평가가 나올법한 커피를 취급하는것이 일반적이라 다소 의외였습니다. 납품 받는 가격대가 비교적 낮긴 했지만 그에 비해서도 품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바디감 없고 밸런스를 잃은 커피였죠.
왜 그랬을까.
대화를 나누다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이 카페의 매니저와 구성원들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좋은 맛' '우리 카페의 커피 맛'이 구체화 되지 않았다는것을. 그러다 보니 원두 납품처에서 제공하는 커피를 두고 추출 방법만 이리저리 바꿔볼 뿐 이렇다할 해결책을 도출하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추출이 어렵다거나 일관성있게 추출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아니라 '맛이 안잡힌다'는 애매모호한 표현이 나온거겠죠.
많은 자본을 투입한, 겉보기에는 꽤 실력있어 보이는 카페였습니다. 그러나 이런곳에서 조차도 어떤 커피를 소비자들에게 선보일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판단없이 카페업을 하는 현실을 보고나니 생각이 많아지는군요.
오늘 드셨던 여러분은 어떤 커피는 어땠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