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평소와 다르지 않은 대화 속에서
나는 문득 말을 멈추게 되었다.
상대의 말이 잘못되었다고 느낀 것도 아니었고,
그 자리가 불편했던 것도 아니었지만,
어딘가에서
알 수 없는 낯섦이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예전처럼
맞장구를 치며 넘기지 못했다.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그 사이로 스쳐 지나가는 감정을
한 번 더 붙잡아 보았다.
‘왜 방금 그 말이…
이렇게 오래 남아 있는 걸까.’
아마도
그 말속에 담긴 가벼운 농담이,
나를 웃게 만들지 못한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으로 또렷하게 알게 된 것 같았다.
예전의 나였다면
상처가 되지 않기 위해,
분위기를 흐리지 않기 위해,
그냥 웃어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의 나는
억지로 웃지 않았다.
대신
짧게 숨을 고르고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나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아요.”
화가 난 것도 아니었고,
누군가를 탓하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다.
다만
내 마음을 모른 척 지나치지 않겠다는
아주 작은 결심이
그 말 한마디에 실려 있었다.
상대는 잠시 말을 멈췄고,
공기 중에 얇은 침묵이 떠올랐다.
그 순간
나는 흔들리고 있었지만,
도망치지 않았다.
내가 조금 달라진 건
그때였다.
그 침묵을 견디면서도
‘그래도,
오늘의 나는 나로 서 있다’
라고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이렇게 한 걸음씩이라면…
나를 잃지 않고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아.’
그 말이
밤길 위에 조용히 번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