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살아계셨을 때, 내 수첩에 남겨둔 글을 다시 꺼내본다.
쉴 틈 없이 무어라고 말씀하신다.
혼잣말도 하시고,
재워놓은 증손자도 깨워 놓을 정도의 큰 목소리로
줄곧 중얼대신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가정을 지켜오신 한국 어머니의 의지.
지금에 와서는 매일같이 나에게 스트레스를 안겨주시지만,
그래도 나는 나를 낳아 길러주신 은혜에 감사하며
딸로서의 책임을 다하려 한다.
먹을 것, 입을 것 최고만을 주장하시던 기세도
이제는 조금씩 사라져 간다.
어머니의 방에는 본인만의 색깔 이불이 깔려 있고
물건들의 위치는 늘 정해져 있다.
누가 옮기거나 만지기라도 하면 질색하신다.
구십 넘은 어머니는
오십 넘은 딸을 걱정하며
오늘도 현관을 바라보고 기다리신다.
“밤에 오는 거야.”
“잘 갔다 와.”
“계단 조심하고.”
“차 조심혀.”
혼자 놔두고 나오면 마음이 왈칵 무너진다.
그러나 막상 나오면 또 한동안 어머니를 잃고 생활한다.
엄마는 틈틈이 전화를 하신다.
“언제 오는가.”
잡수고 싶은 걸 사다 달라고도 하신다.
늦게 들어가면
혼자 서서 식사하시는 뒷모습에 가슴이 저린다.
조금만 더 빨리 와서 차려드릴걸.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계속 이어지는 물음에 나는 지쳐버린다.
“엄마 그만, 똑같은 말 왜 자꾸 말해.”
말하고 돌아서면 또 짠한 마음이 밀려온다.
말은 많지만 알아듣는 건 한두 마디.
귀가 어두워 잘 듣지 못하시면서도
알고 싶은 건 여전히 너무 많다.
오늘도 주무시는 모습을 보며 기도한다.
살아계시는 동안 건강하시다가,
돌아가실 때는 잠자는 듯 평안하게 가시게 해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