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같은 자리에서
그날 이후,
나는 스스로를 잃지 않겠다고
마음속으로 여러 번 다짐했지만
현실은 생각만큼 쉽게 달라지지 않았다.
익숙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자리,
늘 같은 농담과 같은 분위기로 이어지던 그 공간에서
나는 다시,
예전의 나처럼 앉아 있었다.
누군가는 이야기를 보탰고,
누군가는 빈자리를 메우듯 말을 이었다.
그 대화의 흐름 속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고,
마치 오래전부터 정해져 있던 역할로
다시 돌아간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그 순간,
내 안에서 조용히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나는…
정말 괜찮은 걸까.’
억지 미소를 요구한 사람은 없었지만,
나는 스스로를
또다시 그 자리에 밀어 넣고 있었다.
익숙하다는 이유로,
불편하지 않다는 이유로,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를 희미하게 만드는 자리로.
대화 사이로 가벼운 농담이 흘렀고,
모두가 자연스럽게 웃어 보였을 때,
나는 그 웃음 속에서
억지로 맞추지 않았고,
굳이 먼저 웃지 않았고,
내가 정말 웃고 싶을 때만
조금 늦게, 조용히 웃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을
아주 작은 변화였지만,
그 자리에 앉아 있던 나는
알 수 있었다.
오늘의 나는
어제보다 덜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모임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자
차가운 공기가 얼굴에 스며들었다.
나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며
속으로 작게 중얼거렸다.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오늘도,
여기까지 잘 왔다.
그 말이
천천히 가슴속으로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