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는 계산되지 않는 부탁이었다

by 몽연당

간병일기 5화

간병을 하다 보면

돈으로 계산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분명히 나뉜다는 걸 알게 된다.


하루 간병비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다.


하지만 부탁은,

경계를 넘을 때가 많다.


“이것도 좀 해주세요.”

“잠깐만 더 봐주시면 안 될까요?”

“어차피 계시는 김에요.”


그 말들은

부탁의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거절하기 어려운 요구였다.


처음에는

선을 긋지 못했다.


아프니까,

급하니까,

사정이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조금 더 움직였고,

조금 더 참았고,

조금 더 내 시간을 내주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부탁이 반복되면

그건 부탁이 아니라

당연함이 된다는 것을.


하루 간병비보다

더 무거운 것은

그 ‘당연함’이었다.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을

말해야 하는 순간,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해야 하는 순간이

계속 쌓여 갔다.


그때부터 나는

작은 기준을 세웠다.


이건 내 몫이고,

이건 내 일이 아니라는 기준.


선을 긋는 일은

차가운 선택이 아니라

오래 버티기 위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것을

그때 처음 배웠다.


간병인은

모든 것을 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한 자리를

지켜주는 사람이다.


오늘도 나는

부탁과 책임 사이에서

조용히 선을 그으며

병실에 앉아 있다.


이 글이

같은 자리에 있는 누군가에게

작은 기준 하나를

세워주는 글이 되기를 바란다.


당신이 지켜야 할 선은,

당신 잘못이 아니다.




[해시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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