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삶이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아주 작은 변화의 시작
그 밤 이후로
내 삶이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아침은 여전히 같은 시간에 밝아 왔고,
길 위의 사람들은
어제와 다름없이 바쁘게 걸어갔다.
나 역시
늘 가던 방향으로 발을 옮겼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언가 아주 조금 달라져 있었다.
나는 하루를 버티는 대신,
하루를 살아낸다는 말을
조심스럽게 떠올리기 시작했다.
커피를 기다리며 서 있던 짧은 순간에도,
창가에 스쳐 지나가는 바람을 바라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의 나는
어떤 마음으로 서 있는 걸까.’
예전의 나는
그 질문을 외면한 채
그저 해야 할 일과
넘어야 할 하루를 떠안고 걸어갔지만,
그날 이후로는
아주 잠깐이라도
내 안쪽을 바라보려 노력했다.
대단한 다짐도,
눈에 띄는 변화도 없었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이건 버티기 위한 숨이 아니라,
조금은 나를 향해 내딛는
아주 작은 걸음이라는 것을.
그래서 그날의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 보았다.
오늘은
조금 덜 다그쳐도 괜찮다고.
오늘은
끝까지 잘 버티지 않아도,
중간에 숨을 고르는 내가
나약한 건 아니라고.
아주 작은 변화는
늘 이렇게 시작된다는 것도
그날 처음 알았다.
소리 없이,
눈에 띄지 않게,
하지만 분명히
내 안에서 방향을 바꾸는 일로.
그 밤 이후로
나는 여전히 같은 길을 걷고 있지만,
적어도
내 마음을 외면한 채
걷지는 않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