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대신 삼켰던 감정들이, 나를 떠나지 않고 남아 있던 밤
말하지 못한 마음을 품은 채로
나는 여전히
많은 순간을 혼자 견뎌야 했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예전처럼 무작정 밀어내지는 않기로 했다.
사람들과 마주 앉아 있을 때면
나는 늘 밝은 표정을 지었고,
가벼운 농담과
맞장구 같은 말들로
대화를 이어 갔지만,
그 속에서 내가 어떤 마음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는
아무도,
그리고 나조차도
깊게 들여다보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의 나는
말을 아끼는 대신
마음을 조금 더 느끼려 했다.
누군가의 말이
내 안에서 오래 머물러 있을 때면,
괜찮다는 표정 뒤에서
내가 어떤 감정을 붙잡고 있는지
조용히 살펴보았다.
약해지고 싶지 않아서,
흔들리는 모습 보이고 싶지 않아서
나는 늘
세상의 중심에서 벗어난 자리에서
묵묵히 서 있던 사람이었지만,
그곳이 이제는
도망쳐 숨는 곳이 아니라
잠시 머물러
나를 다독이는 자리로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었다.
나는 알게 되었다.
말하지 못한 마음을
끝내 삼켜 버리는 것이
강함은 아니라는 것을.
말로 꺼내지 못해도
그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일은
내가 나에게 해 줄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오늘도
모든 것을 설명하려 애쓰지 않은 채,
그저
내 안에 머물러 있는 마음을
조용히 품은 채로
하루를 건넌다.
아무도 몰라도,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나는 여전히
말하지 못한 마음을 안고 있지만,
그 마음 때문에
나 자신을 외면하지는 않게 되었다.
그것으로
지금의 나는
충분히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