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날, 이름이 아닌 아줌마로 불렀다

이름 대신 역할로 불리던 하루, 마음이 닳아갔다

by 몽연당

간병일기 6회

병실에서

이름이 불리는 일은 드물다.


대신 이런 말들이 먼저 온다.


“아줌마요.”

“아줌마, 이거 좀 봐요.”

“아줌마, 잠깐만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호칭이 뭐 그리 중요하겠나 싶었다.


하지만 그 말이

하루에도 수십 번,

며칠이고 반복되자

마음 어딘가가

조용히 닳아갔다.


이름이 불리지 않는다는 건,

사람이 아니라

역할로만 존재한다는 뜻 같았다.


나는 간병인이었고,

도와야 하는 사람이었고,

불려 나가면 바로 반응해야 하는 사람이었다.


그 안에는

나라는 개인은 없었다.


“아줌마”라는 말 뒤에는

부탁도,

명령도,

짜증도

아무렇지 않게 따라붙었다.


그렇게 불리는 동안

나는 점점

내 목소리를 낮췄고,

내 표정을 지웠다.


어느 날,

보호자의 심부름으로

잠시 병실을 비웠다가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아, 내가 아직

이름을 가진 사람이었지.


그날 이후로

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나를 불러본다.


내 이름을.


간병을 하며 배운 건,

사람을 지키는 일만큼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이 글이

이름 대신 역할로 불리며

하루를 견디는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당신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끝내 그 말을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