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념 수사관 8화

by BlackBearLeo


2025년 7월 20일. 서울 강남구. 찌는 듯한 습기 속 대형 건설 현장.

장마가 시작되려는지 습하고 무더운 날씨가 서울을 덮쳤다. 숨쉬기조차 버거운 공기 속에서, 서울 강남의 한 대형 건설 현장에서는 또다시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안전 수칙을 철저히 무시한 무리한 공사 강행으로 인해 하청업체 소속의 40대 노동자가 고층에서 추락하여 현장에서 즉사한 사건이었다. 명백한 대형 건설사의 갑질과 불법적인 관행이 빚어낸 인재였다. 이미 여러 차례 안전 문제로 민원이 제기되었지만, 건설사는 오직 이윤만을 추구하며 묵살했고, 결국 한 가정의 기둥이 무너지는 비극이 터진 것이다. 이 사건은 언론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며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사건 현장은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앰뷸런스의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가 귓가를 찢고 지나갔고, 경찰차의 경광등이 번뜩이며 혼란을 가중시켰다.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가 연신 터지며 참혹한 현장을 담아내려 했다. 시신은 이미 수습되었지만, 검붉은 핏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는 콘크리트 바닥은 사고의 비참함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작업복을 입은 노동자들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웅성거렸고, 몇몇은 주저앉아 고개를 숙인 채 흐느꼈다. 건설사 관계자들은 언론의 카메라를 피해 황급히 자리를 피하거나, 형식적인 제스처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김 검사님, 이쪽입니다! 현장 통제는 어느 정도 되고 있습니다!"

수사관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검은색 승용차에서 내리는 김도윤의 모습이 보였다. 그의 얼굴은 며칠간의 불면과 고뇌로 인해 여위어 있었지만, 말끔한 검은 정장은 그의 직업적 냉철함을 대변하는 듯했다. 햇빛 아래에서도 그의 눈빛은 어딘가 차갑고 깊었다. 마치 세상의 모든 비극을 담고 있는 듯한 눈동자였다. 그는 이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 검사로서 현장에 나온 것이었다. 김도윤은 주변의 소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사고가 발생한 지점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의 눈은 마치 살아있는 모든 것을 해부하려는 듯 예리하게 번뜩였다.

그가 사고 현장에 다가서려는 순간, 다른 한쪽에서 단호하고 절도 있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검은색 SUV에서 내린 남자는, 김도윤만큼이나 단정한 차림이었다. 흐트러짐 없는 와이셔츠와 정장 재킷, 그리고 마치 조각한 듯 날카로운 콧날과 다부진 턱선. 그의 눈빛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주변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강재혁 경감. 경찰청 본청에서 막 창설된 '비질란테 특수 수사팀'의 팀장이었다. 그는 이 사건이 '비질란테'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을 알면서도, 사회적 공분을 사는 이런 대형 인재 사고는 비질란테의 잠재적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직감하고 현장에 나온 것이었다. 비질란테는 법망을 피해가는 악인들을 표적으로 삼았기에, 이런 불법적인 기업 관행을 저지른 건설사 또한 그의 잠재적 표적이 될 수 있었다. 그는 김도윤보다도 먼저 현장에 도착해 이미 주변을 살피고 있는 듯했다.

강재혁은 현장 상황을 파악하며 걸어가다가, 우연히 김도윤과 눈이 마주쳤다. 첫 만남이었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마치 서로의 존재를 직감한 듯, 묘한 기류가 감돌았다. 그들 주변의 시끄러운 소음과 혼란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두 사람만이 존재하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안녕하십니까. 서울중앙지검 김도윤 검사입니다.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도윤이 먼저 짧게 고개를 숙였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어딘가 얼음처럼 차가운 느낌을 주었다. 그의 눈동자에는 피로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지만, 동시에 번뜩이는 예리함이 있었다.

강재혁 역시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에는 어떤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서울지방경찰청 강재혁 경감입니다. 특수 수사팀 소속으로, 관련 사항들을 확인하러 나왔습니다. 갑작스러운 참변에 애도를 표합니다."

그의 목소리는 절도 있었고, 흔들림 없는 신념이 묻어 있었다. 두 사람의 인사는 형식적이었지만, 그들 사이에 흐르는 보이지 않는 신경전은 현장의 소란 속에서도 선명하게 느껴졌다. 주변 공기가 미묘하게 차가워지는 듯했다.

김도윤은 사고 현장의 피가 묻은 콘크리트 바닥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의 동공이 미세하게 떨렸다. 주변에서 오가는 대화, 구조대원의 무전 소리는 그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오직 바닥에서 피어오르는 희미한 잔류 사념을 감지하려 노력했다. 노동자의 마지막 고통, 절규, 그리고 건설사의 탐욕이 빚어낸 비극의 순간이 그의 정신을 자극했다. 그의 뇌리에는 노동자의 마지막 비명과 함께, '안전 불감증'에 대한 건설사 임원들의 무감각한 대화가 스쳐 지나갔다.

"돈이 최고야! 안전은 나중에 생각해도 돼!"

"야, 좀 빨리빨리 진행해! 공기 못 맞추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탐욕스러운 그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듯했다. 김도윤의 주먹이 저도 모르게 꽉 쥐어졌다.

강재혁은 그런 김도윤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봤다. 김도윤은 사고 현장임에도 불구하고, 시신이나 주변 사물보다는 마치 바닥의 공기나 공간 자체를 꿰뚫어 보려는 듯한 묘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예리했지만, 어딘가 비정상적인 깊이를 가지고 있었다. 일반적인 수사관이나 검사의 시선과는 확연히 달랐다. 강재혁은 그런 김도윤에게서 묘한 불쾌감을 느꼈다.

"김 검사님, 혹시 현장에서 특이점을 발견하셨습니까? 아니면… 김 검사님 특유의 '직감'이 무언가를 말해주고 있습니까?"

강재혁이 툭 던지듯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미묘한 시험 같은 기운이 섞여 있었다. 그는 김도윤의 '직감'이라는 것에 대한 소문을 익히 들은 터였다. 그 '직감'이 박광수 사건과 비질란테 사건들 사이의 연결고리일 수 있다는 의심을 품고 있었다.

김도윤은 강재혁의 질문에 고개를 들었다. 그의 시선이 강재혁의 눈빛과 마주쳤다. 김도윤의 눈은 깊은 어둠을 담고 있었지만, 동시에 강재혁의 내면을 꿰뚫어 보는 듯한 날카로움이 있었다. 강재혁은 순간적으로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마치 자신의 모든 것이 저 검사의 눈에 읽히는 듯한 불쾌한 기분이었다. 그의 냉철한 이성이 흔들리는 듯했다.

"아직은. 하지만… 분명 이 현장에는 노동자의 피와 함께, 다른 무엇인가가 흐르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요."

김도윤은 모호하게 답했다. 그는 잔류 사념으로 노동자의 마지막 고통과 함께, 건설사 임원들의 탐욕스러운 대화의 파편을 감지했다. 안전은 무시한 채 오직 이윤만을 쫓는 그들의 추악한 내면이 김도윤의 정신을 다시금 괴롭혔다. 김도윤의 미간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강재혁은 김도윤의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다른 무엇인가',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라니. 너무나 추상적이고, 비과학적인 표현이었다. 그의 입에서 또다시 '직감'이니 뭐니 하는 소리가 나올까 봐 강재혁은 경계했다. 하지만 동시에 김도윤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확신은 무시할 수 없는 무게감을 가지고 있었다. 강재혁은 김도윤을 '유능하지만, 어딘가 비정상적인 직감을 가진 검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비정상적인 직감이 '비질란테'의 사건 해결 방식과 묘하게 겹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복잡한 퍼즐 조각들이 맞춰지고 있었다.

"김 검사님의 뛰어난 직감은 익히 들었습니다만, 수사는 오직 증거와 사실에 입각해서 진행되어야 할 겁니다. 비과학적인 추측은 수사에 혼란만 가중시킬 뿐입니다."

강재혁은 뼈 있는 말을 던졌다. 그의 목소리에는 경고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법치주의를 수호하는 자신의 신념을 김도윤에게 각인시키려는 듯했다.

김도윤은 강재혁의 의중을 읽은 듯, 희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것은 비웃음도, 분노도 아닌, 차가운 수긍의 미소였다. 마치 강재혁의 말이 그에게 어떤 의미로도 다가오지 않는다는 듯한 무감각한 표정이었다.

"물론입니다. 증거와 사실. 그것이 중요하죠.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그는 속으로 덧붙였다. '하지만 법이 놓치는 진실은, 다른 방식으로 드러나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짧은 대화를 주고받았지만, 그들 사이에는 두꺼운 벽이 서 있는 듯했다. 한 명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완벽한 증거를 쫓는 원칙주의자, 다른 한 명은 법의 한계를 넘어선 진실을 감지하는 그림자 심판자. 첫 대면은 서로에 대한 미묘한 경계심과 함께, 앞으로 펼쳐질 팽팽한 대결을 예고하고 있었다. 강재혁은 김도윤의 뒤를 돌아보며 그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마치 그 그림자 속에 숨겨진 비밀을 읽어내려는 듯이.

사고 현장에서 돌아온 강재혁은 곧장 '비질란테 특수 수사팀' 사무실로 향했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김도윤 검사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의 예리한 눈빛, 비현실적인 '직감'에 대한 소문, 그리고 박광수 사건의 기이한 해결 방식. 모든 것이 하나의 실마리로 엮이는 듯했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김영호 형사가 강재혁에게 다가왔다.

"팀장님, 현장은 어떻습니까? 비질란테의 흔적은 없었습니까? 대형 건설사라 아무래도…."

김영호의 목소리에는 기대감과 우려가 뒤섞여 있었다.

강재혁은 재킷을 벗어 의자에 걸치며 답했다.

"직접적인 흔적은 없었네. 현장은 깔끔했어. 하지만… 흥미로운 인물을 만났어. 서울중앙지검 김도윤 검사."

그의 목소리에는 어딘가 탐색적이고 복잡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아, 김 검사님요? 역시 그분이라면 이런 큰 사건에 당연히 오시겠죠. 박광수 사건도 그분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미제였을 겁니다. 정말 탁월한 직감을 가진 분이시죠. 저희 경찰 쪽에서도 김 검사님 팬이 많습니다."

김영호는 김도윤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덧붙였다. 그에게 김도윤은 여전히 믿음직한 동료 검사였다.

강재혁은 김영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탁월한 직감… 좋게 말하면 그렇겠지. 하지만 나는 그의 수사 진행 방식에서 '비질란테'와 유사한 '미묘한 비약'을 포착했네. 너무나 우연의 연속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어."

강재혁은 테이블에 앉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렸다. 그의 눈빛은 번뜩이고 있었다.

"비약이요? 어떤 말씀이십니까, 팀장님?"

김영호가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는 여전히 강재혁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 박광수 사건을 떠올려보게. 현장에 지문도, 발자국도, CCTV에 선명하게 잡힌 모습도 없었지. 그런데 김도윤 검사는 아주 작은 단서들, 이를테면 담배꽁초나 흐릿한 영상 속 습관 같은 것을 근거로 박광수를 특정했어. 그리고 그 모든 단서들이 놀랍도록 정확하게 맞아떨어졌지. 마치 모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이. 너무나도 기묘한 정확성이었어."

강재혁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는 며칠 밤낮으로 박광수 사건 기록을 파헤쳤었다.

"그건 김 검사님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증거 아닙니까? 뛰어난 사람은 남들이 못 보는 걸 볼 수 있는 법이니까요."

김영호가 반문했다. 그는 김도윤에 대한 신뢰를 잃고 싶지 않았다.

"뛰어나지. 인정하네. 하지만 그 탁월함이 너무 지나치면 오히려 의심스러워지는 법이야. 그는 마치 범죄 현장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했네. 일반적인 사람의 '직감'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수준이었어. 인간의 능력을 넘어선 듯한 느낌이었지. 그리고 오늘 현장에서도 그는 다른 형사들이 주목하지 않는 곳에 집중했어. 마치 뭔가 보이지 않는 것을 찾는 듯이."

강재혁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을 이었다. 그의 분석은 점점 더 냉철하고 섬뜩해지고 있었다.

"우리가 수사 중인 '비질란테' 사건들을 다시 살펴보게. 모든 현장이 완벽하게 깔끔해. 아무런 증거도 남기지 않았어. 그런데 박광수 사건은 어땠나? 박광수는 흔적을 철저하게 지웠지만, 김도윤 검사는 그 지워진 흔적 속에서 기어이 용의자를 찾아냈어. 그것도 비상식적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마치 박광수가 지운 흔적의 '진실'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처럼."

김영호는 강재혁의 말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애써 무시하려 했던 김도윤의 '비정상적인' 능력과 박광수 사건의 기묘한 해결 방식이 강재혁의 논리적인 분석과 연결되면서 섬뜩한 그림자를 형성하고 있었다. 김영호는 강재혁의 시선에서 벗어나려고 애썼지만, 강재혁의 눈빛은 그를 꿰뚫어 보는 듯했다.

"강 경감님, 설마… 김 검사님이… '비질란테' 본인일 수도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럴 리가…."

김영호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조차 스스로에게 용납하기 힘들었다.

강재혁은 김영호의 말을 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표정은 한없이 진지했다.

"아직은 심증에 불과하네. 확신할 수는 없어. 하지만 김도윤 검사는 우리가 주시해야 할 인물임은 분명해. 그의 수사 방식과 '비질란테'의 범행 방식 사이에 묘한 연결고리가 있어. 이제부터 김도윤 검사의 행적과 모든 관련 정보를 면밀히 조사할 걸세. 그의 이름을 우리의 잠재적 주시 목록에 올리겠네. 아주 높은 순위로."

강재혁은 자신의 노트북을 열고 김도윤의 이름을 입력했다. '잠재적 용의자' 혹은 '주요 관련 인물'이라는 목록에 그의 이름이 올랐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박광수 사건 담당 검사'라는 주석이 달렸다.

밤이 깊어지자, 특수 수사팀 사무실의 불빛은 더욱 밝게 빛났다. 강재혁 경감의 날카로운 촉은 이제 '비질란테'의 정체를 향해 끈질기게 파고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촉은, 아이러니하게도 법의 수호자이자 검사인 김도윤을 향하고 있었다. 도시의 그림자 속에서, 사냥꾼의 추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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