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비질란테' 사건들은 대한민국 경찰청 본청에 비상령을 내렸다. 박광수 사건을 시작으로 재벌 2세 실종, 다단계 사기꾼 추락사, 학교 폭력 가해 학생 시신 발견까지. 이 모든 사건들은 법의 심판을 비웃던 흉악범들이 의문의 죽음을 맞거나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언론은 연일 '비질란테'를 외치며 도시를 들썩이게 했고, 국민들의 여론은 압도적으로 '비질란테'를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경찰청장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고위 간부들이 모여 있었다. 공기마저 얼어붙을 듯한 분위기였다.
"국민들의 여론은 이해합니다. 그동안 법망을 교묘히 피해간 악인들에게 쌓인 분노가 터져 나온 것이겠죠. 하지만…."
경찰청장이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의 시선은 테이블 중앙에 놓인 '비질란테 관련 사건 브리핑' 자료에 고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경찰입니다. 법치주의의 근간을 수호해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이런 식의 사적 제재를 용인하는 순간, 사회는 무법천지가 될 겁니다. 무고한 시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 또 다른 비극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묻어 있었다.
"현재 인터넷과 SNS에서는 '비질란테'를 옹호하는 여론이 압도적입니다. 심지어 '비질란테에게 청원합니다'라는 게시판까지 생겨났습니다. 이대로 두면 경찰의 존재 이유마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정보국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보고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우려가 가득했다.
"그렇다면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 '비질란테'라는 그림자 영웅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수사국장이 답답하다는 듯 물었다. 연이은 미스터리한 사건들 앞에서 경찰은 무능하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었다.
"우리는 비질란테를 잡아야 합니다. 그가 누구든,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든, 법을 어긴 범죄자일 뿐입니다. 국민들의 지지 여론에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입니다."
경찰청장은 단호하게 결론 내렸다. 그의 눈에는 비질란테를 반드시 잡겠다는 강한 의지가 서려 있었다.
"특수 수사팀을 창설하겠습니다. 이 사건들을 전담할 강력한 팀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팀장은 강재혁 경감이 맡아주십시오."
청장의 말에 회의실의 모든 시선이 한곳으로 향했다.
강재혁 경감. 그는 경찰 내에서도 '원칙주의자'로 통하는 인물이었다. 뛰어난 수사 능력과 냉철한 판단력을 겸비했지만, 그 무엇보다 '법치주의 수호'라는 강한 신념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어떤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단호했다.
"알겠습니다, 청장님. 명을 받들겠습니다."
강재혁은 짧고 굵게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는 이 '비질란테'라는 존재가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라고 생각했다. 그가 누구든, 왜 이런 행동을 하든, 법을 어긴 자는 반드시 심판받아야 했다. 그것이 그가 가진 신념이었다.
경찰청은 즉각적으로 '비질란테 특수 수사팀'을 창설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소속의 베테랑 형사들이 대거 차출되었고, 김영호 형사 역시 팀원으로 합류하게 되었다. 팀의 사무실은 경찰청 본청 내 가장 보안이 철저한 곳에 마련되었다.
첫 회의가 열린 특수 수사팀 사무실. 강재혁 경감은 차가운 눈빛으로 팀원들을 둘러보았다. 그의 표정은 엄숙했고, 공기마저 얼어붙게 만들었다.
"안녕하십니까. 강재혁입니다. 오늘부로 '비질란테 특수 수사팀'의 팀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이 팀의 목표는 단 하나입니다. '비질란테'를 잡는 것. 그가 누구든, 어떤 목적을 가졌든, 그는 법을 어긴 범죄자입니다. 우리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이 행위를 절대로 용납할 수 없습니다."
강재혁은 테이블을 손으로 짚으며 힘주어 말했다.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는 신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김영호 형사는 강재혁의 말을 들으며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김도윤 검사와 비슷한 느낌. 하지만 김도윤은 '직감'이라는 모호한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했지만, 강재혁은 '원칙'과 '법'을 강조했다.
"국민들의 여론이 '비질란테'를 지지한다고 해서 우리의 임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합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살인, 실종 사건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시험대에 오른 중대한 사건입니다."
강재혁의 목소리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우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할 것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명심하십시오. 비과학적인 추측이나 감에 의존한 수사는 일절 허용하지 않습니다. 오직 증거와 법에 입각한 수사만이 허용될 것입니다."
그는 팀원들에게 엄중히 경고했다.
김영호는 강재혁의 말을 들으며 김도윤 검사를 떠올렸다. 김도윤의 '직감'이 비과학적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직감'이 사건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강재혁은 그런 '직감'을 용납하지 않을 터였다. 김영호는 복잡한 심경에 사로잡혔다.
"이 사건은 매우 민감합니다. 언론의 관심도 뜨겁고, 국민들의 기대도 큽니다. 하지만 우리는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이 그림자 영웅의 정체를 밝혀낼 것입니다."
강재혁은 마지막으로 강조하며 회의를 마쳤다. 그의 눈빛은 이미 '비질란테'라는 미지의 존재를 향한 날카로운 칼날처럼 빛나고 있었다.
강재혁 경감은 팀장으로 부임하자마자 모든 '비질란테' 관련 사건들을 처음부터 다시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는 사건 파일을 꼼꼼히 검토하고, 현장 보고서와 CCTV 영상, 부검 보고서까지 모든 자료를 면밀히 살폈다. 그의 책상에는 박광수 사건부터 최근 발생한 학교 폭력 가해 학생 사건까지, 모든 파일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김영호 형사, 박광수 사건부터 다시 브리핑해 주십시오. 현장 상황, 용의자 특정 과정, 그리고 구속영장 기각 사유까지. 모든 것을 상세하게 보고해 주십시오."
강재혁은 김영호에게 지시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한 엄격함이 담겨 있었다.
김영호는 박광수 사건의 모든 것을 보고했다. 김도윤 검사의 '직감'으로 용의자를 특정했고, 현장에서 발견된 담배꽁초와 CCTV 영상, 그리고 작업복 번호 등의 간접 증거들을 제시했다. 그리고 구속영장이 기각된 과정, 박광수가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법망을 빠져나갔던 과거 전과까지 상세히 설명했다.
강재혁은 김영호의 보고를 들으며 펜으로 무언가를 꼼꼼히 기록했다. 그의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잡혔다.
"흥미롭군요. 모든 사건에서 공통적인 패턴이 보입니다."
강재혁은 스크린에 사건들의 특징을 나열했다.
"첫째, 피해자들은 모두 법의 심판을 비웃던 흉악범들입니다. 솜방망이 처벌을 받거나, 법망을 피해나갈 여지가 있던 자들이죠. 이것은 비질란테가 특정한 기준을 가지고 대상을 선정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는 첫 번째 특징을 강조했다.
"둘째, 범행 현장에는 범인을 특정할 만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습니다. 지문, 혈흔, DNA 등 결정적인 증거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현장은 비상식적으로 '깔끔하게' 해결된 것처럼 보입니다. 마치 누군가 완벽하게 증거를 인멸한 것처럼요."
강재혁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는 이 '깔끔함'이 오히려 범인의 치밀함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판단했다.
"셋째, 범인들은 모두 감쪽같이 사라지거나, 사고로 위장된 죽음을 맞았습니다. 시신이 발견되더라도 자살이나 사고로 위장되어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미세한 의문점이 남습니다. 이것은 비질란테가 단순히 죽이는 것을 넘어, 자신의 흔적을 완벽하게 지우는 데 능숙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강재혁은 특히 김도윤이 담당했던 '어둠 속의 메아리' 사건, 즉 박광수 사건의 해결 과정을 면밀히 분석했다.
"김영호 형사, 박광수 사건에서 김도윤 검사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들었습니다. 그의 '직감'이 용의자 특정에 결정적이었다고요. 구체적으로 어떤 '직감'이었습니까?"
강재혁은 김도윤의 이름을 언급하며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김영호는 잠시 망설였다. 김도윤의 '직감'이라는 것이 사실은 '잔류 사념'이라는 비정상적인 능력이라는 것을 차마 말할 수 없었다.
"그… 김 검사님은 현장에서 미세한 단서들을 놓치지 않는 뛰어난 능력이 있습니다. 담배꽁초나 CCTV 영상의 흐릿한 부분에서도 범인의 특징을 귀신같이 찾아냈습니다."
그는 최대한 모호하게 설명했다.
강재혁은 김영호의 설명을 들으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미세한 단서… 흐릿한 영상… 그리고 '직감'. 비상식적인 우연의 연속이군요. 김도윤 검사가 박광수 사건을 해결한 방식이, 이후 발생한 비질란테 사건들의 특징과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의 눈빛은 김도윤이라는 이름에 고정되었다.
"혹시 김 검사님도 비질란테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김영호가 놀란 듯 물었다.
"아니요. 그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김도윤 검사가 이 모든 사건의 시작점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의 '직감'이 너무나 비상식적이고, 이후 사건들과의 연관성이 너무나도 큽니다."
강재혁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김영호는 강재혁의 말에 얼어붙었다. 김도윤 검사가 '비질란테'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 그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강재혁의 날카로운 분석은 그 불가능한 가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강재혁의 촉은, 이미 김도윤이라는 이름에 닿아 있었다. 도시의 그림자 속에서, '비질란테'를 쫓는 사냥꾼의 발걸음이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