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의 첫문장으로 글쓰기 공모전에 냈던 글
언젠가 글을 써보고싶다고 생각만하다가, 픽글에서 글쓰기 공모전을 하길래 그냥 한번 적어서 올렸던 글이다.
당선은 안됐지만 내 나름대로 잘 쓴 것 같아서 올려본다. 그리고 이걸 시작으로 앞으로 종종 브런치에 글을 써볼까한다.
이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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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나도 빠짐없이 내 이야기>
2006년 4월, 아직 새 학기의 어색함이 다 가시지 않은 어느 날 오후 2시.
학교는 다 끝났는데 집에 혼자 갈 수가 없어서 도서관에 앉아있다. 6학년인 오빠를 기다려야지 집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창문 밖으로는 동갑내기 남자애들이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왁자지껄하다. 나는 책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혼자 이 책, 저 책 떠들러보며 사서 선생님 눈치만 본다. 친구도 없이 고-요한 도서관 마룻바닥에 혼자 앉아 촤르르한 햇살을 맞는 장면이 기억난다.
2013년 7월, 여름방학 직전.
이미 기말고사는 다 끝났고 선생님이고 학생들이고 할 일 없이 지루한 학교다.
초여름의 푸른 잎 사이에 들어오는 쨍한 햇볕이 더 지루한 것 같기도하고. 점심을 다 먹고 5교시 체육수업을 들으러 체육관으로 가는길에 수도꼭지가 보인다. "야"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친구가 손으로 꼭지를 꽉 눌러 물총을 쏜다. 다음 장면으로는 축축한 여중생 7명이 교무실에 쪼르르 무릎을 꿇고 앉아 손들고 있는 장면이 기억난다.
2017년 12월, 수능 끝나고 체험학습으로 롯데월드를 가던 날.
희비교차가 이런 말이구나...
누구는 한 껏 들떠서 짧은 치마에 어색한 화장까지 얹고 싱글벙글. 누구는 투병의지를 상실한 중병환자처럼 멍하다. 나는 후자다. 그리고 다윤이도 후자다.
"다윤아 그냥 집으로 갈까?"
도저히 롯데월드에 가고싶지 않다.
그날 저녁, 나만큼 기진맥진한 엄마와 어딘가 더 조용해진 대학생이 된 오빠 그리고 묵묵히 밥만 먹는 아빠에게 나 재수하느냐고 물어본다. 재수하겠다도 아니고 "나 재수할까?"
질문이 그 모양이니 대답은 빤하지 뭐.
'왜 나는 안돼? 오빠는 시켜줬잖아'라고 생각만 한다. 생각만. 18평 남짓한 집에 네 식구가 앉은뱅이 밥상에 빙 둘러앉아 밥을 먹는 장면이 기억난다.
2023년 다시 4월, 이제 더 이상 벚꽃은 중간고사를 의미하지 않는다.
꿈도 없고 영어점수도 없는 4학년 2학기에 처음 취창업센터 교수님을 찾아간 사람치고는 운이 좋다. 바로 면접 기회가 생기다니! 처음 들어보는 회사지만,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지도 모르지만, 뭐가 좋은지도 싫은지도 모르니까 그냥 분명 좋은 기회일것이라 철썩 같이 믿는거다. 교수님 추천서로 서류는 통과했지만 2차 면접은 오롯이 내가 해내야하는 일이니까.. 관련 뉴스 기사를 몇 개 떠들러본다.
방 창문 사이로 촤르르 들어오는 햇살이 꼭 그날 같다. 그날 창 밖에서 축구하던 아이들은 다 자랐는데, 읽지도 않는 책을 떠들러보며 오빠를 기다리던 그 아이만 아직도 그대로다.
모든 아이들은 자란다, 한 사람만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