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전에 블로그에 썼던 글인데 되게 멋있었네 나..
2024.10.25(금)
요즘 다른 일을 하고싶다
지겹고 이게 맞나 싶고 다른 삶이 부러워서 살아보고싶어졌다
오늘은 금요철야 반주를 해야돼서 교회를 7시까지 가야되는 날이다
원래 6시 퇴근하면, 7시까지 교회가기가 빠듯해서 조금 힘든 요일인데
오늘따라 일도 별로 없고, 팀장님들도 없어서 4시에 빠퇴가 가능했다.
그래서 과감하게 4시에 빠퇴하고 교회가는 버스를 탔다.
교회까지는 40분정도밖에 안걸려서 2시간 반의 텀이 생긴다.
그래서 교회 근처 카페를 갈 생각이었다.
교회쪽으로 가는 버스로 환승 하는 구간에는 두종류의 버스가 있다.
1. 교회 바로 앞에서 내려주는 버스 (마땅한 카페 없음)
2. 교회랑 조금 먼데 스벅앞에서 내려주는 버스
평소 같으면 무조건 1번 버스가 와주면 완전 럭키비키다 자주 안오기도하고 시간도 없으니까.
그런데 오늘 같은 날에는 약간 곤란하다. 매번 기다리던 버스라서 놓치기는 아깝지만, 지금 그 버스를 타면 2시간 반동안 내가 나온 초등학교 벤치에 앉아서 추억팔이 하는 것밖에 못한다 (거기서 추억팔이 하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하필이면 고민할 틈도 없이 동시에 두 종류의 버스가 둘 다 왔다. 그래서 저만치 앞에 줄이어 서있는 버스를 보며 그냥 둘 중 앞에 온 버스를 타자고 마음 먹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해도 무의식 중에 럭키비키 1번 버스가 먼저 와주길 은근 바랬던 것 같다. 그치만 기대와 다르게(?) 2번 버스가 먼저 도착했고 우선 나쁠 건 없으니까 그냥 탔다.
그런데 그 버스를 타자마자 너무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오래된 버스라서 끽끽 거리는 소리가 많이 났고, 옆사람이랑 자꾸 부닥쳐서 좀 열받았지만,
그래도 2시간 반을 카페에 앉아 편안하게 보낼 생각을 하니까 아주 만족스러웠다.
그러면서 문득 이직(아님 전직 아님 그냥 살아가는 것)도 이렇게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번째로 여유가 있어야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알자.
내가 가진 건 젊음 뿐이니까 시간적 여유가 있을때 해야겠다는 확신이 섰다.
두번째로 언제, 어디로 도착할지 목적지가 명확해야지 덜 헤맨다.
어쨌든 7시까지 교회만 가면되니까 선택지가 많이 추려졌다.
세번째로 평소에 좋다고 생각했던게, '지금' 나한테 좋은 선택이 맞는지 가려봐야한다.
교회로 바로가는 럭키비키 버스가 지금 나한테 그렇게까지 좋은 선택지는 아니었다.
(평소 급하게 가야할 때 그 버스가 고마웠어서 럭키비키라는 무의식이 생긴거였음)
네번째로 최종 목표에 도착하기까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은지를 생각하면 선택지가 또 추려진다.
대신 좀 미리미리 고민해두면 좋은 것 같다. 급하게 선택했다 후회하면 되돌리기 귀찮으니까
만약 내가 선선한 바람 맞으면서 초등학교에 앉아서 책읽는 걸 선택했다면 1번 버스를 타면되고
지금처럼 카페에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하는 걸 선택했다면 2번 버스를 타면 된다.
근데 이 고민을 내가 출발하면서부터 했다면 나는 환승센터에서 우왕좌왕(불안)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왕좌왕 하다가 두 버스를 다 놓칠 수도 있었으니깐!
다섯번째로 어떤 것을 선택해도 약간의 아쉬움은 있고, 그래도 그 순간이 괜찮으면 또 버틸만하다.
두번째 버스를 타자마자는 만족했지만, 자리에 앉아서 이동하는 동안에는 버스가 끽끽거리고 옆사람이랑 부딪혀서 짜증이 났다. 내가 선택했지만 어쩔 수 없이 아쉬운 점이었다. 그래도 아주 나쁘지는 않았고 할만했다. 그게 버티기 힘들었다면 에어팟을 끼고, 서서갈 수도 있고... 아무튼 그 시간을 버티는 건 내 몫이고, 내가 편한대로 버텨내기만 하면 된다.
요 생각을 까먹지 않을라고 버스에서 인스타도 안하고 왔다.
멋진것 같고 정리해두면 언젠간 다시 꺼내볼 것 같아서!
(ㄴ2025.01 그래 꺼내보고 나의 통찰력에 감탄하였다.. 적어두길 잘했어 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