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열고 바람으로 쓰다
그리움 바람이 되어
이 도 연
고샅길 따라 오르면
뉘라서 언제 올라왔을까
오래전에 살고 지고 검버즘이 피어난 늙은 나무 한 그루
텅 빈 그림자만 발에 밟힌다
새도 바람도 숲으로 떠난 지 오래
바람 불어도 흔들릴 줄 모르는 고목
들판 너머 내려다보는 시선이 외롭다
뭉게구름 하나 바람을 밀고
사람은 추억의 상념에 젖어 이파리 하나둘 떼어가며
그립다 잊겠다
눈물고인 강물 바라보며 그곳에 서 있다
세월은 가고 사랑은 오는 것
인연의 끝이 어드매 인지
먼 옛날 못다 한 사연일랑 바람에 안부를 전한다
꽃 한 송이 피우지 못한 애틋한 사랑 그리워
눈물 자국 마르지 않는 옷섶이
가늘고 하얀 손끝을 적시는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