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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지성 Jun 02. 2023

들어가며: 연구자의 꿈을 가지다.

   항상 계획만 하고 있던 글을 드디어 적어보려한다. 필자의 학술적 타임라인 및 현재 연구 분야를 소개하는 글을 대중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목표이다. 


    본 연재글은 약 5번에 걸쳐 작성될 예정인데, 필자의 연구 분야를 설명하기 위해 필요한 배경 지식 및 그와 얽힌 에피소드들이 포함될 예정이다. 유학 직전인 지금, 이 일련의 과정들을 정리할 필요가 생겼고, 대중을 위한 글은 항상 계획하고 있었던 것이기에 시기가 맞을 때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작성하기로 했다. 최대한 간결한 수식과(안 넣을 수 없다.) 보다 직관적인 설명으로 작성할 예정이다. 시리즈의 서론 역할을 맡은 본 편에서는 도시와 건물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던 필자가 만물을 이루는 최소 단위의 후보인 '끈'으로 세상을 보기까지 어떤 전환점들이 있었는지 주로 소개하고자 한다. 없는 시간을 쪼개 작성하는 것이니 글이 정돈되어 있지 않아도 양해 바란다. 초반에는 비교적 재미있게 작성하고자 하나.. 다음은 장담할 수 없다. 


대학원은 나의 운명(?)

     놀랍게도 필자는 학부 3학년까지 대학원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현재는 전도사로 활동 중.) 건축을 공부하던 필자는 유달리 도시와 부동산에 관심이 많았다. 꼭 사업으로 성공하리라 다짐하며... 하루하루 경제 관념을 세우고 사업 아이템을 고민하던 중, 우연한 계기로 대학원생들과 함께 건축사업관리(Construction Management) 공모전에 참여할 기회가 생겼다. 창업에 관심이 있었던 필자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이때부터 대학원에 대한 관심이 싹트기 시작했는데.. 공모전 관련 중간 과정은 생략하겠다. 

무영CM 전국대학생 건설사업관리(CM) 경진대회 수상

괜찮은 결과를 얻었다. 

     

    이에 근거 없는(?) 자신감을 얻은 필자는 학술적인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운이 좋았는지 열정을 좋게 봐주신 건지 모르겠지만.. 다음 기회는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건축 분야 유일한 정부출연연구소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의 프로젝트에 보조연구원으로 참여하게 되었고, 적은 돈이지만 처음으로 급여를 받으며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이때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대한건축학회 추계학술대회에 프로시딩(proceeding)으로 작성하여 제출하게 되었다. 

대한건축학회 우수발표논문상

또 괜찮은 결과를 얻었다. 


   이에 근거가 있는 자신감이라고 판단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쌓았던 경험을 기반으로 보조적인 역할보단 주체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 또 시기가 알맞게 마침 건축디자인2라는 프로젝트 성격을 지닌 수업을 수강하고 있었다. 수업의 주제는 도시재생이었는데, 여러가지 자료를 찾아보고 브레인스토밍을 한 결과, 다음의 프로젝트가 낙점이 되었다. 





GIS 데이터 기반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도시재생 의사결정지원 시스템 구축



     여기서 GIS는 지리정보시스템으로, 인간생활에 필요한 지리정보를 컴퓨터 데이터로 변환하여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정보시스템이다 [1].  필자와 팀원들이 설계한 도시재생 의사결정지원 시스템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Flow chart of this study [2]

한 눈에 이해가 안되는 것이 당연하다. 쉽게 풀어쓰면 다음과 같다. 


1. 먼저, 연구의 소재가 되는 것은 바로 학교, 병원, 대중교통 등과 같은 공공서비스이다. 다음으로, 연구팀은 지속가능한 이상적인 도시 모형을 설계하고 그에 맞는 공공서비스 기준들을 확립한다. 


2. 연구 대상은 낙후된 도심, 즉 도시 재생이 필요한 지역인데, GIS 데이터를 기반으로 앞서 설정했던 기준들을 통해 공공서비스가 부족한 주거 지역을 색출한다.


3. 각각의 기준들마다 가중치를 부여해, 공공서비스가 더 부족한 지역과 덜 부족한 지역을 스펙트럼으로 구분한다. 


4. 공공서비스가 가장 부족한 지역을 선별하고, 이상적인 도시 모형에 맞추어 공공서비스가 필요한 장소를 제시한다.  


     다음의 결과는 공공서비스가 공급되어야할 최종 위치를 제시하는 단계이다. 총 6개의 공공서비스에 대해 분석하였고, 그림에서 초록색으로 보이는 곳이 바로 공공서비스를 공급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위치이다. 

Suitability map of commercial buildings candidate for public services in Jungnang district [2]

     필자의 프로젝트는 공식 석상에서 총 3번 발표되었다. (1) 당연히 필자가 수강하던 수업 건축디자인2 에서 전체 학년을 대상으로 발표를 진행했고, (2) 결과가 잘나왔다는 욕심에 한국건설관리학회 에서 진행했던 전국대학생학술발표대회 에 출품하게 되었다. (3) 마지막으로는 교내경진 대회에도 출품을 하였다. 

결과는 생각치도 못하게 대성공을 했고.. 필자 학부 과정 중 레전드 짤이 탄생하게 된다. 

2019년 (7월~11월) 수상 모음집.jpg

     각각의 사진들을 보면 알겠지만, 이 모든 일들은 2019년 2학기 중에서만 일어난 일이다. 너무 자기 자랑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겠지만, 앞으로의 서사를 위해 꼭 필요한 사료들이니 조금만 참아주시길 부탁드린다. 또한 현재 대학원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계속 작성해보겠다.


아직 끝이 아니다...

    이제야 필자의 학부 과정 중 가장 임팩트 있고 성공적이었던 경험이 등장한다. 필자의 연구결과를 본 박사과정 분께서 국제학술지에 등재할 수 있도록 디벨롭을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다. (당연하겠지만) 생전 영어로 논문을 써본 적도 없고, 많이 읽어 본 경험도 없는 필자는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위의 성과들로 나름 근거 있는 자신감을 얻은 다음이었기 때문에 앞으로 펼쳐질 고난과 역경을 모른 채 덜컥 승낙하게 된다. 


     처음 관련된 논문을 찾아볼땐 반의 반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었다. 고작 학부생이 바로 연구 최전선의 지식들을 습득하려니 여러가지 배경지식에 대한 장벽에 부딪히게 되었다. 또한, 미리 써놓았던 국문 논문을 영어로 번역하자니 필자의 영작은 구글 번역기의 힘을 빌리는 수준에 그치는 정도였다. 그에 반해 국제학술지 논문은 상당히 높은 수준의 지적 성실도를 요구했다. 예를 들자면, 논문에서 한 문장을 작성하려면 그에 대한 근거나 출처가 확실해야하는데, 고작 필자가 원하는 한 문장을 넣기 위해  수십개의 논문을 찾아보고 그 내용에 적합한 출처를 찾아 레퍼런스로 달아줘야 한다. 참고로 필자의 최종 논문에는 약 60개의 레퍼런스가 존재하는데, 그것들을 찾기 위해 찾아본 논문의 수는 약 n배에 육박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현재까지의 연구들 중에서도 독창적인 결과를 실어야 학술적인 의미를 지니기 때문에 관련된 수 많은 논문들의 한계를 찾아보고 그것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아이디어를 전개해야했다. 


     무작정 찾아보고 읽어나간 결과, 처음엔 반의 반도 이해가 안됐던 논문들이 점차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또한 학술적인 용도의 글은 형식적인 문장들을 갖추는 경우가 많아, 그 문장들의 유형에 익숙해진 후에는 영작이 더 이상 어렵지 않았다. 물론 여기까지 도달하는데 약 1년 정도의 기간이 걸렸다. (학점을 다소 포기한건 비밀.) 어느정도 결과가 마무리 되어 최종 컨펌을 받고 적합한 분야의 학술지를 선택해 제출하게 되었다. 

peer-reviewed journal [3]

     이런 학술지를 peer-reviewed journal 이라고 하는데, 학술지에 등재를 원하는 논문들은 동료 연구자들의 검증을 거쳐서 통과가 되어야 출판이 되기 때문이다. 필자 논문의 리뷰어는 2~3명 정도 배정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유럽의 모 대학 교수 분들이 긍정적인 피드백과 함께  minor revision 판정을 해주셨다. 사소한 곳에서 수정할게 필요하다는 뜻인데, 매우 긍정적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더 안좋은 상황으로는 major revision(중대한 수정) 혹은 reject(거절) 가 있기 때문이다. 


     리뷰어들의 코멘트에 따른 수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논문을 제출했고, 결과는 accept 였다. 약 1년 반 정도 되는 기간 동안 건강을 포함한 여러 학교 생활을 포기하며 전념한 결과를 보상받은 것 같아 마음이 후련했다. 여담이지만 이 시기는 코로나로 학교가 마비되어 비대면 시스템이 주를 이뤘던 때인데, 덕분에 대면 시스템 때보다 시간적 여유가 생겼기도 하다. 코로나 상황이 아니었다면 같은 결과를 얻었을지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 뉴턴 또한 17세기 흑사병이 창궐해 모든 학교들이 20개월 동안 휴교한 시기에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동질감?)


     학부생이 국제학술지에 1저자로 논문을 등재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기에, 감사하게도 여러 매체에 기사로 소개되는 영광까지 누렸다. 결론적으로, 건축공학부에서의 활동은 연구 최전선의 분야에서의 지식을 습득하고 그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일을 넘어서서, 장벽이 높아 불가능해보이는 일에 대해서도 두려움을 가지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자신감을 형성해준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건축공학에서 여러 학문적인 성취를 이뤄 연구자로서의 꿈을 꾸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모든 속세의 감투(?)를 버리고 전공을 바꾸는 무모한 결정을 감행하게 된다. 뜬금없이 왜 관심도 크게 없었고 꾸준히 공부하고 있지도 않았던 물리학을 전공했는지 깊게 터놓고 얘기해보고자 한다. 참고로 물리학이라는 전공을 확실히 택하기 까지 약 1년의 시간이 걸렸다. 여전히 5편의 분량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다음 편 부터는 무게감이 있는 얘기가 필요하니 약간의 주의와 집중이 필요하다.






출처

[1] "GIS 정의," 국가공간정보포털, http://www.nsdi.go.kr/lxportal/?menuno=2725.

[2] Chae, J. S., Choi, C. H., Oh, J. H., Chae, Y. T., Jeong, J. W., & Lee, D. (2021). Urban public service analysis by GIS-MCDA for sustainable redevelopment: a case study of a megacity in Korea. Sustainability13(3), 1472.

[3] "Tips for Knowing a Good and Correct Scientific Journal Format," LEMBAGA PENELITIAN DAN PENGABDIAN MASYARAKAT, https://lp2m.uma.ac.id/2021/01/05/tips-for-knowing-a-good-and-correct-scientific-journal-form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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