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눌수록 더 맛있는 간장 닭조림
우리 집에서 특별한 날 빠질 수 없는 음식 중 하나는 간장 닭조림이다. 이 요리는 단순히 맛있는 한 끼를 넘어, 가족의 추억과 사랑이 녹아 있는 특별한 음식이다.
남편의 고향은 경주다. 열 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난 그는 늘 북적이던 집안에서 자랐다. 시어머니께서 생전에 집안 행사를 준비하실 때면, 큰집은 늘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우리 아이도 어릴 적에는
“큰집 가면 내 신발 놓을 데도 없어요”라며 투덜대곤 했다. 그러나 그 번잡함 속에서도 형님은 언제나 묵묵히 주방을 지키셨다. 여러 날 전부터 손수 음식을 준비하시고, 맛깔스러운 음식을 넉넉히 만들어 형제들에게 싸 주셨다. 특히 우리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닭조림을 꼭 챙겨주셨다.
처음 간장 닭조림을 맛본 건 명절과 제사 때였다. 형님이 만든 닭조림은 깊고 진한 갈색 빛깔에, 달콤 짭짤한 맛이 배어 있어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우리 셋 아이 역시 형님이 만든 닭조림을 유독 좋아해 명절만 기다리곤 했다. 그러다 어느 날,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문득 “내가 직접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님께 조리법을 여쭤보자, “진간장, 흑설탕, 조청만 있으면 돼 별거 아니야.”라며 웃으셨다. 말씀대로 따라 해 봤지만, 내가 만든 닭조림은 빛깔도 흐리고 맛도 어딘가 부족했다. 그래서 명절마다 시댁에 갈 때면 형님이 요리하시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며 배웠다. 그 과정에서 깨달았다. 양념이 끓어오를 때 닭 표면에 골고루 양념을 얹어줘야만 깊은 갈색과 윤기가 살아난다는 것을. 음식에는 손맛뿐 아니라 마음과 정성이 담긴다는 걸 그때 알았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나만의 간장 닭조림이 완성됐다. 아이들과 남편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 때마다 뿌듯했고, 그렇게 우리 집 대표 음식이 되었다. 생일, 명절, 기념일 같은 특별한 날에는 언제나 간장 닭조림이 식탁 위를 채웠다. 이제는 손자와 손녀들까지도 이 요리를 즐겨 먹는다. 세대를 이어 사랑받는 음식이 되었다.
사실 결혼 전 나는 요리에 큰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미식가인 남편 덕분에 요리 실력이 점점 늘었다. 남편은 늘 이렇게 말했다.
“이건 간이 좀 싱겁네.”
“조금 짠 것 같은데, 간을 다시 첨가해 봐.”
처음엔 부담스러웠지만, 남편의 피드백 덕에 맛을 조율하는 감각이 생겼다. 이제는 어떤 요리든 어려움 없이 해낼 수 있게 되었고, 그런 내가 대견하기도 하다.
최근 며느리가 “어머니 닭조림 만드는 법 좀 알려주세요. 그대로 했는데 왜 맛이 안 나죠?”라고 물었다. 웃음이 났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아무리 형님 레시피를 따라 해도 그 맛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나만의 방식으로 계속 시도하다 보니, 이제는 형님 못지않은 닭조림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나도 형님처럼 아이들과 손자들에게 음식을 넉넉히 싸준다. 남편이 가끔 남은 닭조림을 찾을 때가 있다.
“애들 다 싸줬어요”
라고 말하면 웃으며
“잘했어”라고 말한다.
오늘 이 글을 쓰며 형님 생각이 많이 났다. 나이 어린 동서가 잘 살고 있는지, 식구들 밥은 굶기지 않는지 늘 걱정하셨던 형님. 시댁에 처음 갔을 때, 그 많은 음식을 어찌 다 준비하셨을까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대가족이 함께 모여 웃고 떠들며 음식을 나누던 그 시간들은 내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음식은 나누어 먹을 때 진짜 맛이 난다. 간장 닭조림은 나와 가족의 추억, 그리고 사랑과 정성이 담긴 우리 집만의 특별한 음식이 되었다. 앞으로도 이 요리를 만들며,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이어가고 싶다.
내일 가족과 함께 먹을 닭조림을 하며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