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과정
주말 대형마트에는 가족 단위 쇼핑객이 많다. 사람들 사이를 지나치다 보면 매장 구석에서 부모가 아이를 훈육하는 장면을 마주할 때가 있다. 그나마 조용히 타이르는 모습이면 다행이다. 하지만 때때로 사람 많은 곳에서 언성이 높아지고, 아이는 바닥에 드러누워 울며 떼를 쓰는 모습이 보인다. 부모는 애써 아이를 달래기도 하고, 어떤 부모는 버릇을 고쳐보겠다고 멀리 숨어 지켜보기도 한다. 그러다 지쳐버린 아이가 엄마가 오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스스로 일어나는 순간, 부모는 그제야 안심한다.
육아의 기본은 기다리는 인내심이다.
인간의 감정은 희로애락이 존재한다.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중요한 것은 그 감정을 상황에 맞게 적절히 조절하는 일이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원하는 것이 있으면 곧장 그것을 가지려 한다. "왜 안 되는지"를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아이들은 종종 부모의 말보다 감정의 힘에 휩쓸려 울고 떼를 쓴다.
아들은 가끔 나에게 묻는다.
"엄마, 나도 어릴 때 고집부렸어요?"
"그럼. 그런데 지금은 어찌 키웠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이제는 한 아이의 아빠가 된 아들은 육아의 어려움을 실감하고 있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손녀는 아침마다 옷이 마음에 들지 않아 실랑이를 벌였고, 결국 회사에 늦은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은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다.
"저녁에 자기 전에 손녀가 입고 싶은 옷과 양말을 직접 고르게 했어요. 그리고 문 앞에 미리 준비해 두니까 아침마다 실랑이할 일이 줄었어요."
그 말을 들으며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아들도 부모가 되는 과정을 하나씩 배워가는구나. 아이와 부모 모두 성장하는 데는 공짜가 없다. 같은 놀이를 열 번, 스무 번 반복해야 비로소 아이가 만족하는 법. 부모는 지칠지 몰라도, 아이에게는 그 시간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일지도 모른다. 결국, 시간과 노력, 감정을 주고받으며 충분한 대화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도 아들을 키울 때 실수도 많았고, 후회도 많았다.
"공부해라."라는 말 대신 "숙제는 했니?”라고 물었고,
친구들과 어울려 늦게 들어올 때는 집에 올 때까지 기다리며 잠을 설쳤다.
"왜 이렇게 늦게 들어와?"라며 걱정을 쏟아내면, 아들은 태연하게 말했다.
"기다리지 말고 주무세요."
부모 마음이 어디 그런가. 자식이 안 들어오면 깊이 잠들 수가 없는 법인데. 속으로
"너도 너 같은 자식 낳아봐라."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그때 나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하지 못했다.
"네가 안 들어와서 엄마는 걱정됐어."
그 말 한마디면 충분했을 텐데…
부모는 자식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지만, 그 말이 아이에게는 잔소리로 들릴 수 있다.
그래서 대화가 중요하다.
아이의 말을 끝까지 경청해야 한다. 중간에 끊지 말고,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엄마가 너의 이야기를 듣고 있어."라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감정을 존중하고,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하며, 무엇보다 신뢰를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녀를 통해 부모도 배운다.
육아는 아이만 성장하는 과정이 아니라, 부모도 함께 성숙해지는 여정이다. 그리고 그 여정의 핵심은 혼내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대화하는 데 있지 않을까.
한 줄 요약
경청하고 감정을 존중하며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