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해서 준비로 오늘을 사는 연습
갑자기 건강이 나빠지면 어떡하지,
갑자기 일이 없어지면 나는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이 나이에 다시 시작할 수는 있을까.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때면
쉽게 잠들지 못하는 나날들로 괴로워지고 있다.
퇴직 이후의 내 삶을 상상해 본다.
매달 당연하듯 통장에 찍히던 월급이
어느 순간 더 이상 들어오지 않는다면
나는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처음에는 퇴직금도 있고,
시간적인 여유도 생기겠지 하며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시간에 쫓겨 미뤄두었던 그림을 배우거나,
순례길을 걷는 삶도 조심스러게 계획해 본다.
상상만으로도 설레는 순간이 있다.
그렇지만 모든 계획의 전제에는 빠지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경제적인 뒷받침이다.
생각보다 퇴직의 현실은 가까이 와 있다.
작년 한 해에만도 함께 일하던 동료 열 명이 회사를 떠났다.
익숙했던 얼굴들이 하나둘 사라질 때마다
자연스럽게 익숙해 지고 있었다.
‘그다음은 나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4년 뒤의 내 모습이
이전보다 더 또렷하게 그려지기 시작했다.
준비된 사람은 두려울 것이 없다는 말,
요즘 들어 자주 떠오른다.
그 말을 붙잡고 싶어서
지난해 나는 사이버대학교 노인복지학과에 입학했다.
일과 공부를 병행하며
MT도 다녀오고, 체육대회에도 참여하고,
종강 모임에 나가 선배님과 학우님, 교수님들과 교류했다.
서먹하던 새내기였던 나는 어느덧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사람이 되었고,
낯설기만 했던 관계들도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솔직히 공부는 쉽지 않았다.
뒤늦게 시작한 공부라
처음엔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는 낯선 단어들 투성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단어들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그와 함께 나의 생각도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노인은 부모님 세대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하며 살아왔다.
어느덧 손자와 손녀가 생겼고
이미 할머니가 되어 있었다.
노후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삶의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아프면 가장 먼저
내 삶의 자유가 사라진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자녀에게 신세 지지 않고, 걱정거리가 되지 않는 노후를 보내고 싶다.
그래서 요즘 내가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의 첫 번째로 손꼽는 일도
단연 건강이다.
건강해야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
노인복지학과를 선택한 이유도
그 연장선에 있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사회에서
삶의 모습과 일의 형태는 분명 달라질 것이다.
그 변화 속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보자는 마음으로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자격증도
하나씩 준비하고 있다.
처음은 걱정과 불안으로 시작했지만,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배우고, 사람을 만나고, 경험하면서
내 생각의 범위는 조금씩 넓어졌다.
여전히 불안은 남아 있다.
그 불안을 외면하지 않고 준비로 바꾸고 싶어졌다.
요즘 내가 자주 하는 생각은
걱정 그 자체가 아니라,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준비에 더 가깝다.
아마도 지금의 나는
불안한 미래를 피하려 애쓰기보다
조금 더 단단한 내일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 중일 것이다.
새 학기를 준비하며 올 한 해도 아침부터 "시간 없다"를 외치며
계획적인 시간표 안에서 종종거리게 될 것이다.
그래도 나는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낼 때 살아가는 힘을 느낀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지만,
오늘의 나의 노력이 미래의 나에게 차곡차곡 저축되고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배움의 시간에 기꺼이 투자한다.
한 문장 요약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나는 오늘을 준비로 채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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