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가리라 "를 붙잡고 버텼던 시간들
살다 보면
도망치고 싶을 만큼 버거운 시간이 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숨이 가쁜 날,
말 한마디 건네는 것조차 사치처럼 느껴질 때.
내게도 그런 시간이 있었다.
30년 전 남편의 사업 실패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했다.
눈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의 터널 앞에 서 있었다.
마음도 몸도 너덜너덜했고
갈 곳도, 방향도 정해져 있지 않았다.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워
멍하니 하루를 견디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런 나의 옆에는
똘똘한 눈으로 엄마를 바라보는 아들이 있었다.
그 작은 시선 앞에서 엄마는 다시 힘을 얻었다.
가족이 있다는 건
살아가야 할 이유가 생긴다는 뜻이었다.
힘들어도 버텨야 하는 이유,
내가 지켜내야 할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었다.
이유를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시간은 하루하루가 버티는 일의 연속이었다.
아침이 오는 게 두려웠고
밤은 끝없이 길게만 느껴졌다.
그때 나를 붙잡아 준 말이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처음엔 위로가 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이 이렇게 아픈데
‘지나간다’는 말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문장은 떠나지 않고
계속 마음속에서 맴돌았다.
나는 특별한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먹고살려고 처음 가게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운영하던 식당에 성당 자매님들이 오셨다.
성당에 한 번 나와보라는 권유에
그때의 나는
어디에라도 마음을 기댈 곳이 필요했던 것 같다.
비가 오는 날에도,
늦은 밤까지 교리 공부를 하며
나는 성당에서 ‘이레네’라는
평화의 세례명을 받았다.
몸도 마음도 지쳐 있을 때
누군가 건네는 말 한마디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이 순간만은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매일 기도하며 지냈다.
너무 힘들 때면
소리 내지 않고 되뇌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울다가도, 멍하니 앉아 있을 때도
숨을 고르듯 이 말을 반복했다.
신기하게도 이 문장은
버티라는 명령이 아니라
잠시만 견디라는 허락처럼 다가왔다.
지금 그 시절을 떠올리면
나는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그래, 그때 많이 힘들었지. 그래도 잘 버텼어. 고마워. 잘했어."
그때의 나는
미래를 예측할 수 조차 없었다.
그저 이 순간에서 벗어나고 싶어
발버둥 치던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돌아보니
그 시간마저도
열심히 살아냈던 나의 기록이었고
감사로 남았다.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은
절망이 아니라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지금의 고통이
나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
지금의 나 또한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
시간은 정말로 흘렀고
그 순간은 지나갔다.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나를 삼키지는 못했다.
돌아보면
이 문장은 나를 강하게 만들기보다
살아 있게 했다.
무너지지 않게,
다시 숨 쉬게 했다.
이제 나는 안다.
힘든 시간을 잘 견디고 지나오면
그 경험이 앞으로 살아가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는 것을.
그래서 이제는
아무리 어려운 일이 생겨도
조급해하지 않으려 한다.
문제가 무엇인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의 방향부터 정한다.
누군가 대신 해결해 주지 않는 일이라면
부정보다 긍정을 선택하려 한다.
“그래, 해보자. 할 수 있어.
이 시간 또한 지나갈 거야.”
객관적인 시선으로 상황을 바라보려 노력한다.
1초만 지나도
그 시간은 이미 과거가 된다.
그 1초 1분 이후의 내가 할 수 있는
실천 가능한 일들을 정확히 담아
몸으로 해내면
꿈꾸던 일들은 결국 하나씩 이루어진다는 것을
나는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아침에 눈을 뜨며
오늘의 행복을 느끼며 살겠다고 다짐한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기에
순간을 바라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주어진 여건이 어렵더라도
살아가는 방식에 따라
삶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좋아질 것이라 믿고
순간마다 진실되게 살아가길
오늘도 기도한다.
가끔 아들에게 말한다.
엄마가 가장 힘들 때
가족이 있어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고.
믿음과 사랑이 힘이 되어주었고
간절한 마음이
그 시간을 지나오게 해 주었다고.
조용히, 아주 작게
나는 지금도 이 말을 꺼내 든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힘든 고통도 행복한 순간도 모두 소중하다.
그리고 나는
오늘을 최선의 선택으로 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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