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안전보다 속도를 선택하게 되는 걸까?
항만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똑같은 말을 한다.
“주차한 걸 보니 대단합니다!”
멀리서 바라본 자동차 혹은 컨테이너 부두는 거대한 시스템처럼 보인다.
선박이 들어오고, 차량이 줄지어 움직이고,
정해진 동선 속에서 동일한 반복 작업을 이어진다.
마치 제조업 사업장의 공정을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작업 구역 안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앞서 이야기한 '주차의 대한함'이 다른 감정으로 바뀐다.
빠른 차량 이동과 무전기 음성이 뒤섞이고
작업자들은 서로의 눈짓과 손짓으로 다음 움직임을 결정한다.
이곳에서 안전은 현수막으로 표현만 되어 있을 뿐
순간마다 상황을 판단하여 본인의 생명을 지키고 있는 것에 가깝다.
항만 작업은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다.
선박은 오래 머무를수록 비용이 늘어나고
작업 일정이 밀리면 다음 스케줄에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현장에는 늘 보이지 않는 시간의 싸움이 보인다.
오늘 들어온 물량은
오늘 안에 처리해야 한다는 압박감.
작업자는 다음 물량을 걱정하고
운영사는 선박 회전율을 생각한다.
관리자는 일정표를 확인하고
현장은 점점 더 빠른 리듬으로 움직인다.
그 속도 속에서
안전은 종종 잊혀지는 것 같다.
어느 누구도 사고를 원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대부분의 작업자는 누구보다 위험을 잘 알고 있다.
매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작업을 반복하며
아찔한 순간을 수없이 경험하기 때문이다.
항만에서 작업자들이 끝나면 동료들에게 물어본다.
“오늘도 다들 고생했어 특이사항 없지?”
이 말에는 안도의 의미가 담겨 있다.
그리고 위험한 현장에서 얼마나 많은 긴장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말인 것 같다.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아이러니는
안전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업이 빨라질수록
절차는 간소화되고
확인은 줄어들며
위험은 나도 모르게 조금씩 내 일상 속으로 스며든다.
그 과정은 눈에 띄거나 보이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닥치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것들이 조금씩 쌓이고 누적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그리고
조금만 서두르면 될 것 같다는 판단
이번 한 번쯤은 괜찮을 것이라는 기대
이런 생각들이 겹쳐질 때
대형사고가 발생한다.
항만에서 안전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단순히 법적인 안전만을 이야기하면 안된다.
안전을 이야기하기 전에
선적 속도와 화물 비용 그리고 더 나아가
생계와 책임까지도 함께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큰 흐름에서 어떻게 안전을 포함하여 균형을 갖고
움직일 수 있을지를 고민해봐야한다.
그래서 부두 위에 서 있을 때면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
앞서 이야기한 모든 것들이 조화를 이룰러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가장 기본이 되어야한다.
그것이 출발점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
위험한 작업을 줄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위험한 속도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는 것일까.
오늘도 작업은 끝나고
배는 다시 바다로 떠난다.
그리고 부두에는
다음 작업을 준비하는 작업자들과
아직 끝나지 않은 긴장이 조용히 남아 있다.
배가 떠나고 작업자들이 남아있는 이 상황에서
반복적인 활동에 익숙해지지 말고
이제부터라도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
안전에 대해 좀더 생각해봐야 하는 시기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