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놀란 내 마음
'내가 이렇게 야구를 좋아했나?'
요즘 나를 보며 드는 생각이다. 이렇게 좋아했나 싶을 정도로, 내가 야구를 좋아한다.
나의 하루도 야구로 시작해서 야구로 마무리된다.
일단 일어나자마자 전날 야구 경기 기사를 찾아보며 아침을 시작한다. 낮 시간에 할 일을 마치고 잠깐 틈이 날 때는 짧은 야구 영상을 보는 경우가 많다. 오후 3~4시가 넘어가면 오늘 경기 선수들 라인업을 확인하고, 저녁 6시부터는 야구를 보든 안보든 경기 상황을 확인하며 지낸다.
아이들을 재우고 살림까지 마감한 후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오늘의 경기 하이라이트를 보는 것이다.
오늘도 부지런히 아이들을 챙겨 보내고 커피를 내려 식탁에 앉아 나는 야구 뉴스를 찾아봤다. 어제 경기 중 통증이 있다고 했던 선수가 괜찮은지 걱정이 돼서 기사를 찾아보고 있는 것이다.
언제부터 이렇게 야구가 삶의 일부가 됐을까, 스스로도 새삼 놀랍다.
원래도 야구를 좋아했던 나는 우연히 야구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했다. 서로 응원하는 팀이 달랐는데 어느새 나도 남편하고 같은 팀이 되었다.
출산 후에는 아이들 데리고 야구장 가는 건 엄두도 못 내다 큰 아이 8살 즈음 도전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그때부터 시즌 때면 아이들 간식을 바리바리 챙겨서 야구장에 갔다.
경기장에서 긴 경기를 보다 지쳐 작은 아이가 졸면 부채질해 주며 재우면서도 봤는데, 이런 게 조기 교육의 힘일까?
그 시절을 보내고 나니 이젠 아이들이 더 야구를 좋아한다. 보는 걸 넘어, 하는 것도 좋아해서 친구들하고도 야구를 하면서 논다. 주말이면 배트며 글러브를 들고 공터로 나가 몇 시간이고 야구를 하고 우리가 응원하는 팀의 경기 일정은 나보다 더 잘 안다.
야구 심은 데 야구 난 거다.
다만 초등학생 아이들이 매일 3~4시간의 야구 경기를 다 보게 할 순 없는 일이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우리 가족은 하루 1시간 경기 시청을 약속했다. 아이들은 더 보고 싶어서 텔레비전을 끄지 못하고 조금만 더 보면 안 되냐고 사정하는 날이 많다. 나는 이제 그만 끄라고 잔소리를 하지만, 아이들 덕에 못 이기는 척 야구 경기를 더 보면 사실 내가 더 좋다. 그래서 잔소리하다 못 이기는 척 조금 더 야구를 볼 때도 많다.
오늘 아이들과 남편은 야구장에 가기로 했다. 남자 셋은 어젯밤부터 설레서 오늘 어떻게 출발하고 어디서 만날지 그 단순한 이야기를 몇 번이고 작전처럼 나눴다. 아쉽게도 나는 사정 상 못 가지만 '오늘 할 일들 부지런히 마치고 집에서 부디 경기 시작부터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내내 생각하고 있다. 제대로 빠졌다.
정규 시즌 막바지를 향해가는 요즘 야구가 한참 무르익고 재미있어도 너무 재미있다. 이러다 가을 지나면 허전해서 어쩌나 싶은 마음이 벌써 든다.
야구 없어도 또 잘 살겠지만, 야구가 없으면 허전해서 어찌 사나 싶다.
'야구가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