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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있고, 아빠는 없어."

아이의 예상치 못한 고백

by 크런치바

아이의 말에 깜짝 놀랐다.


자기 전 큰 아이와 누워 나눈 대화에서 의외의 얘기를 듣고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이 오늘 아침까지 이어져 결국 컴퓨터 앞에 앉았다.


아이는 말했다, 엄마에게 혼나고 슬펐던 경우들이 있다고.


그래서 혼자 방에서 울거나 자려고 누워 몰래 운 적이 있다고 했다. 뜨끔했다, 되도록 자주 혼내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태도나 예의 등에서 어긋나면 나는 엄하게 혼냈으니까. 그래도 슬펐다는 말은 무척 미안해서 내 마음에 세게 걸렸다. 왜 슬펐냐고 물으니 큰 아이는 억울한 적도 있었던 것 같고, 무서워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고 대답했다.


"아빠한테 혼나고도 그런 적 있어?"


정말 궁금해서 물어본 건지, 아니면 당연히 아빠도 그렇다는 소리를 듣고 위안을 삼고 싶었던 건지 모르겠다. 궁금해하는 내게 아이는 큰 고민 없이 대답했다.


"엄마는 있고, 아빠는 없어."


심장이 철렁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빠져나갈 구멍 같은 답을 기다렸던 걸까? 아이는 엄마와 아빠가 다르다는 얘길 이렇게 가볍게 꺼냈다. 아빠도 화가 나면 무서운데 왜 아니야?? 놀란 나는 어떻게 그렇게 차이가 있냐고 물었고, 아이는 찬찬히 설명해 줬다.


엄마는 혼을 내면 말 그대로 혼을 내고 화를 내서 무서운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아빠는 아빠가 지금 어떤 일로 화가 났는지, 잘못된 행동이 뭔지 설명하고 만약 또 이런 행동을 할 경우 어떤 벌칙을 내릴지 경고했다고 했다.


아이의 담백한 설명을 정리하면 나는 혼을 내다 화를 냈고, 남편은 혼을 내고 끝냈다. 부정할 수 없었다. 나는 그랬고 남편도 그랬다.


나 정도면 그래도 좋은 엄마가 아닐까 혼자 종종 생각했는데, 착각일 수 있겠다 싶었다.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엄마는 혼을 내다 화를 내는 경우가 자주 있는 것 같다고 시인했다. 그런 날 네가 슬펐다니 엄마가 많이 미안하다고 얘기했다. 아이는 엄마가 하루 종일 우리랑 같이 있으니, 옆에서 더 화날 일이 많아서 그럴 수 있다며 괜찮다고 덧붙였다. 그 말을 들으니 어쩐지 나는 더 민망했다.


아이가 잠들고 내내 생각했다.


'혼을 내다 화를 내지 말자!'


아이를 키우고 싶은 거지 슬프게 만들고 싶은 마음은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내가 앞으로 정말 이걸 지킬 수 있을까? 당장 자신이 없다. 대부분 아이의 잘못에 화가 나서 혼을 내기 시작하는데, 내 마음을 잘 다스리며 아이를 마주할 자신이 쉽게 생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노력해야 한다. 올바르지 않다는 것을 안다. 어쩔 수 없다고 둘러대면, 아이는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기보다 슬퍼서 혼자 울었던 기억을 쌓아갈 것이다.


나도 그랬다. 무척 좋은 아빠였지만, 잘못했을 때는 엄청 무서웠다. 가끔은 이렇게까지 혼날 일인가 싶었는데 그런 날들이 쌓이다 보니 나는 아직도 아빠의 웃음기가 사라지거나 말수가 적어지면 종종 아빠의 눈치를 살핀다. 아빠는 나에게 미안해하지만, 삶의 습관은 어쩔 수 없이 남아 있다.


그걸 내가 우리 아이에게 대물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됐다.


너무 심각하게 깊이 들어갈 필요는 없지만, 훈육 방식에 대해 노력은 해야 될 듯하다. 자주는 아니지만 내가 혼을 내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혼을 내서 가르치고자 했던 본질을 잊지 않도록 정신줄을 잡자! 그래야 아이들이 잘 큰다! 슬퍼서 울었던 기억이 쌓이지 않는다!


나도 어느새 남편을 보면 이것저것 잔소리하는 아줌마가 되었는데, 내가 지금 남편 잔소리 할 때가 아니구나 싶다. 보고 배울 것은 배우자. 단호한 아빠의 훈육에도 아이는 슬픔을 느끼지 않았다. 내가 못한 걸 아이에게 채워주고 있어 문득 고맙고 사실 부러웠다.


'나도 한 번 해볼게. 노력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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