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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hmack Mar 15. 2022

앓던 이를 빼면서 2

December 28, 2021

월요일. 시간에 맞춰 갔는데 치과에 아무도 없다. 전화를 했더니 다른 클리닉에 있다고 5분만 기다려 달란다. 이 나라 치과 시스템은  분야 의사가 병원을 돌아다니면서 하는 건가?


15분 지나서 주렁주렁 장비를 가지고 들어온다. 왓츠앱 사진이랑은 달라서 우선 패스. 엑스레이를 다시 찍고 확인하더니 신경이 많이 부어있어 신경을 제거하는 신경치료가 필요하단다.


역시 영어로는 대화 불가. 내가 너무 불안해하니 병원 끔찍이 싫어하는 남편이 통역으로 동행해 줬다. 이것저것 궁금한 거 남편 통해 전달받고 그냥 시작하기로 결정. 왜냐 너무 아프니까. 잘못될 수도 있다는데 동의한다는 사인하고 누웠다. 마취를 해주는데 어머 너무 좋다. 왜냐 아프지가 않으니까.


한 시간 정도 걸릴 것인데 너무 힘들면 멈춘다고 말해 달란다. 찔끔 찔금 아플 때도, 누워 있으니 몸이 노곤해지기도, 쭈뼛 몸에 긴장을 주기도 난리도 아니다. 간호사 없이 혼자 이리저리 왔다 갔다 사진 찍고 고군분투하시는 워킹맘 의사님. 아 입 벌리기 너무 힘든데 할 찰나 끝났다고 한다. 치료비 절반을 내고 다음 약속 시간 잡고 병원을 나서면서 시간을 보니 두 시간이 넘게 걸린 것. 와우.


이틀 동안 페인킬러를 칠일 동안 안티 비오틱을 복용했고 진통은 없어졌으며 총 세 번의 방문으로 신경치료는 끝이 났다. 원래 신경치료 후에 크라운을 씌우는 게 일반인데 크라운까지 이곳에서 할 자신이 없어 여행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했다. 처음 만난 남 의사(여의사 남동생ㅎ)에게 마무리 레진을 부탁하고 나의 치과 여정은 일단락되었다.


한국 갈 일이 없어져서 서운하면서도 앓던 이가 빠져서 살 것 같다. 그런데 참 인간이란 웃기지. 내가 언제 아팠냐 할 정도로 잊어버린다. 앓던 이가 있었었나 싶다. 신이 인간에게 주신 가장 자상하고 편리한 기능. 나는 그걸 매일매일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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